본문 바로가기

바로서는 대한민국

속옷 벗은 가운 차림의 여성들과 좁은 차안에서 마주해야 할때

검진인지 신체검사인지 모를 건강검진, 초음파 쓱쓱 문지르며 '이상무'  어렵게 시간내어 갔지만 그 안엔 '영업만'
 

지난 금요일에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회사에서 1년에 한번씩 하는 ‘빨리빨리’ ‘대충대충’ 매우 형식적인 건강검진 있지요. 키, 몸무게, 시력, 청력도 재지요. 건강검진인지 신체검사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

30초 정도 초음파를 문지르더니 심장, 간, 비장, 췌장 문제 없습니다 라고 하고요. 또 자리를 옮기면서 검사를 받는데 의사인지 영업사원인지 잘 모르겠구요 암검사 종류별로, 검사 방법별로 가격표를 코팅해놓고 적극 권유하더군요.

병원 이름을 보니 서울의 대형 병원이구요. 20만원짜리, 15만원자리 8만원짜리 다 있는데 가격이 부담되면 8만원짜리로 검사받으라고 유도하더군요. 건강을 생각한다면 20만원짜리 정밀 검사를 권해야하는데 단가 낮은 걸 권유하는거 보면 그냥 ‘영업’ 이라는 생각뿐이 안 들더군요. 자꾸만 권하니까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고 동료들이 그러더군요.

탈의실이나 대기실 없는 방사선 버스, 여성들은 수치심, 남성은 '무안'

사용자 삽입 이미지

30초 만에 심장, 간, 비장, 췌장 등의 이상유무를 판단한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가슴사진 방사선 찍을때인데요. 병원에서 검진 받는게 아니고 회사 모 지점에 의료진과 장비가 와서 검사를 받는건데요. 방사선 촬영은 이동차량에서 했습니다. 운전석 주변에 널린 담배꽁초와 운행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낡고 먼지 쌓인 버스에서 방사선 촬영을 한다는게 믿어지진 않았지만...(그냥 이해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여성조직이라고해도 무방할 만큼 여직원이 많은데요 다른 지점 여직원들은 얼굴을 모를수 밖에요. 방사선 차에 다른 지점 여직원 3명과 제가 올라갔는데 남성 방사선 사가 여직원들부터 속옷까지 벗고 가운을 입으라고 하더군요.

꼭 속옷까지 벗어야 하냐고, 전에는 겉옷만 벗었다며 불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방사선 사는 속옷까지 벗어야한다고 다시 설명하고...(여성들 속옷까지 벗어야하는 이유는 브레지어에 부착된 금속 와이어, 부착물 때문에 그런
건데, 방사선 사님이 설명해주셨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직 방사선사 보낸 메일 '오너 마인드 변화해야'

그런데 방사선 차 안에 탈의실은 따로 없었습니다. 세명이 우르르 들어가 방사선 촬영하는 곳에서 속옷도 벗고 가운을 입고나면 나머지 두 명은 밖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방사선을 다 찍으면 역시 밖으로 나와 세명이 다 찍을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밖’에는 저도 함께 기다리고 있었지요. (너무 성급하게 문을 열거나 실수로 문이 '삐그닥'하면 속옷까지 탈의하는 장면이 노출될 수도 있더군요)

여직원들 저와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몹시 불안한 표정과 행동을 보이더군요. 혹여 가운의 틈이 벌어지지 않을까 양손으로 단단히 부여잡고 안좋은 얼굴을 하고 있더군요. 하도 무안해서 저는 일부러 차 창 밖을 보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정말 뻘쯤하더군요.

아무리 형식적인, 기본적인 검진이라지만 검진 받는데 최소한 불편은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탈의실이나 대기실 등도 없고 속옷 탈의에 가운만 입고 있는 사실을 다 알고 있는 상태라 불편을 넘어 수치심까지 느낄 수 있는 상황이더군요. 얼굴 모르는 여직원들의 수치심만 있었던게 아니라 저 또한 마음이 과히 편치 않았습니다. 방사선 차량 내 위생, 환경문제는 차차하고라도 말이죠.

검진 받고 사무실 들어와 보니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중에서 검진을 받지 않은 분들이 꽤 계시더군요. 왜 안받았냐고 물었더니 형식적인거라 도움도 안되고 또 어떤 분은 제대로 된 건강검진 예약해놨다고 하더군요. 검진 받고 온 사람만 이상해지는(?)분위기였습니다. 이런 검진 꼭 해야하는건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관련기사 : 질병 키우는 엉터리 건강 검진 '여전'

혹시 이런 불편함, 경험, 혹은 회사에서의 건강검진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신 분 계신가요?



방금전 메일을 열어보니 현직 방사선사분께서 아래 내용의 짧은 편지를 주셨네요. 짧은 편지속에는 이러한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검사가 이루어질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본인도 불편하고 문제가 있다는건 알고 있지만 병원 오너에 따라 움직일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역시 오너의 마인드입니다..


어느 현직 방사선사가 이 글을 읽고 보내온 짧은 메일



메일제목 : 불편하셨군요.
---------------------
현직 방사선사입니다...불편한건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저희는 오너의 입장이 아닙니다...병원측에서 지원이 없다면 저희도 똑같은 직원의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