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의 발견

컵라면 전자렌지에 1분 돌려보니..용기 녹았다

윤태 2012. 5. 21. 07:00

 

 

 

군대 시절이던 17, 18년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약 2분 정도 전자렌지에 돌려 먹었던 기억이 있다. 꽤 자주...계란도 하나 풀고 전자렌지에 돌려 먹으면 그 쫄깃한 맛은 일품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무식했다.

 

군인이라 무식했고, 알지 못해 무식했다. 환경호르몬이니 뭐니 해서 문제가 많았고 그 후 종이재질로 된 컵라면 용기가 속속 출시됐지만 용기 안쪽에는 역시 비닐 재질로 코팅이 돼 있는 것들이 많아 뜨거운 물이나 전자렌지 사용에 있어 자유롭지 못했다. 이 정도 사실은 언론에서 워낙 많이 나와서 삼척동자도 대부분 아는 사실이리라.

 

환경 호르몬 피해를 최소화 하려면 물을 부은지 3분 만에 먹어야 한다 등의 이야기가 많았지만 역시 찜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컵라면 용기는 발포성 폴리스티렌 재질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흔한 컵라면 용기이다. 많은 재질이 종이로 대체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일부 제품은 이처럼 발포성 폴리스티렌 재질이다. 흔한 말로 스티로폼이다.

 

 

 

실험을 위해 면을 꺼내고 내부를 자세히 살펴봤다. 라면이 흔들리면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용기 내부 전체에 보였다. 재질 일부가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붙어 있는 것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면만 들어내고 용기안을 살펴볼일이 그동안은 없었으니까! 그냥 뜨거운 물 붓고 열심히 먹는 일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알게됐다. 용기 안을 손으로 쓱 문질러보니 라면 부스러기인지 폴리스티렌 파편인지 모를 하얀 것들이 일부 손에 묻어 나왔다.

 

 

보글보글할때까지 물을 끓였다. 편의점 물이나 가정에서 끓이는 물이나 온도차이는 별반 없을 것이다. 가정에서 끓이는 물이 조금 더 뜨거우리라 생각된다. 허나 오십보 백보 차이다.

 

 

펄펄 끓는 물을 붓고 약 3분 정도 뚜껑을 닫아놨다. 그리고 약 10분 후 다시 촬영을 했다. 나무젓가락으로 먹는 동안 용기 내부가 긁힐수도 있다. 뜨거운 물에 약해진 용기를  라면을 먹으면서 나무 젓가락 모서리로 긁어대면 뭔가 나올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국물을 따라내고 근접 촬영했다. 뜨거운 물에 용기 내부 이곳저곳이 약간씩 변형이 온 모습이다. 특히 라면이 흔들리면서 상처가 생긴 곳들 위주로 뜨거운 물에 약간 팽겨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손으로 긁어보니 뭔가 묻어나는 듯 했다. 

 

뜨거운 물이 닿은 곳을 손으로 눌러보니 움푹 들어갔다. 물이 닿지 않은 곳은 탄력성이 있었다. 뜨거운 물에 그만큼 이 재질이 약해진 것이고 상처가 있는 곳은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국물을 다시 붓고 1분간 전자레인지에 돌려봤다. 2분까지 가면 혹시 불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1분만 돌려봤다. 비록 1분이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도 PC방에서는 컵라면을 전자렌지에 돌려먹는 경우가 있다. 시간도 절약하고 쫄깃하고 맛있는 라면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실험 결과는 경악 그 자체였다.

 

 

뜨거운 물을 부었을때보다 훨씬 많은 부분이 움푹 들어가있다. 바닥 틈새에도 뜨거운 물과 전자렌지의 열이 가해져 더 크게 벌어졌고 틈 사이가 녹았다.

 

좀더 가까이 들여다봤다. 용기 내부가 녹아 흘러 라면 국물과 면에 섞여 들어갔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심지어 국물에서 플라스틱 냄새까지 났다. 진한 국물맛에 묻혀 그것이 무슨 냄새인지 생각도 하지 못하고 녹아버린 플라스틱 재질을 먹게되는 것이다.

 

손으로 긁어보니 더욱 심각했다. 폴리스티렌 재질의 알갱이가 쌀가루처럼 묻어났다. 물에 닿은 용기 내부 곳곳이 그랬다. 눌러보니 푹푹 꺼져 들어갔다. 1분 동안 이정도인데, 2분 돌렸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최근에 일회용 커피 봉지로 커피를 젓지 말라고 하는 기사가 떴다. 납, 인쇄 성분이 녹아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내용이다.

 

컵라면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라면 소비량 연간 약 34억개. 봉지라면, 컵라면 다 포함이지만 여하튼 많이 먹는다. 컵라면은 특히 신경써야한다.

 

종이 재질로 된 컵라면 용기도 대부분 '전자렌지 조리 불가'라고 돼 있다. 내부에 비닐 성분으로 코팅돼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절대 전자렌지는 사용하지 말아야하며 집에서 컵라면을 먹을 때는 다른 용기에 옮겨 담아 물을 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니면 물을 좀 덜 뜨겁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맛이 덜 쫄깃할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전자렌지에 1분 동안 돌린 저 용기의 내부를 자세히 보라. 사진 기술이 별로 없는 내가 찍었지만 역시 경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