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의 발견

낯선 사람이 우리집에 들어올걸 대비해....

윤태 2012. 5. 24. 11:16

저녁시간에 갑자기 우리집 문 열고 들어온 중년 남자 때문에 당황

 

얼마 전 식구들과 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확 열리는 겁니다. 식구들 모두 화들짝 놀랐습니다. 편한 옷을 입고 있던 아내도 화들짝 놀라 몸을 숨기고....

 

술이 거나하게 취한 중년 남성이 순간 문을 열었다가 “잉, 우리집이 아니네.” 하고는 도로 나갔습니다. 술에 취해 잠시 집을 헷갈린 듯 합니다. 저도 그런적이 있으니까요. 그것도 아니면 딴 생각을 골똘히 하며 계단을 오르다 아무 생각 없이 남의 집 문을 연 경험이 한 두 번 있지요.

 

그런 일이 있은 후 얼마 안가서 이번에는 아침에 일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확 열리는 겁니다. 가족들이 또 한번 화들짝 놀라 당황하고 있는데 “아이구, 죄송합니다” 이러면서 문을 닫더군요. 지난번 그 중년 남성이 역시 만취 상태였습니다. 편안한 옷을 입었던 아내는 이번에도 몹시 당황했지요.

 

안되겠다 싶어 이제는 집에 사람만 들어와 있으면 문을 잠궈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밤중에 우리집 벨을 누르는 겁니다. 희미한 모니터로 보이는 현관 바깥 풍경은 어떤 중년 남성이 만취한 상태로 비틀비틀 서 있는 겁니다.

 

“누구세요?” 라고 물으니 아무말 없이 뚜벅뚜벅 위층으로 걸어올라갑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최근에 위층으로 이사 오신 아저씨라는 걸 말이죠.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듯한 아저씨...

 

그 일이 있은 후 서너차례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녁 9시쯤 벨을 누르는 일 말이지요. 그때부터는 “아저씨, 여기 3층입니다. 아저씨 댁은 한층 더 올라가셔야 합니다” 라고 말해드렸습니다. 이제는 면역이 되어 더 이상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게 됐지요.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친절하게? 아저씨 집 안내를 해줬다고 해야할까요?

 

낯선 사람이 우리 집에 갑자기 들어올 걸 대비해 옷을 제대로 입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가 엊그제 낮에 그 아저씨를 집앞에서 만났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술을 많이 드신 상태로 말이지요. 저는 얼굴도 잘 모르는데 아저씨께서 먼저 악수를 청하시고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는데, 경제적으로 많이 힘드신가 봅니다. 술을 원래 좋아하기도 하지만 속상해서 요즘 들어 더 많이 마시게 된다고요. 어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요? 다 어렵죠 뭐.

 

그런데 재밌었던 건, 두 번에 걸쳐 불쏙 저희집 문을 열었을 때, 특히 두 번째 그 일이 있었을 때 제가 아내에게 했던 말입니다.

 

“옷을 잘 좀 입고 있어”

 

이건 결정적인 제 실수였습니다. 내 집에서 내가 편하게 옷을 입는건 당연한데 낯선 사람이 우리집에 불쏙 들어올 것에 대비해 편안한 옷보다는 정갈한 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여하튼 그날 아내에게 한소리 들었답니다 ^^

 

 

종종 남의 집에 들어갈 때가 있다. 물론 실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