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이야기

“아들 낳으면 1000만원 준다”

윤태 2007. 10. 23. 13:46
둘째 가져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심끝에..

오전에 산부인과에 다녀왔습니다. 둘째아이 임신 16주째입니다. 둘째아이를 두 번씩이나 실패한터라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 병원에서 기형아 검사하고 초음파 보고 하니 6만원의 진료비가 나왔습니다. 부담이 몹시 가는 금액이지요.


둘째아이! 참으로 고민 많이했습니다. 둘째를 가져야하나 말아야하나 하고 말이지요. 첫째아이를 위해서는 커가면서 형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고달프고 빠듯한 100만원 월급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키워나갈까 하는 문제였지요.


큰아이 때문에 맞벌이도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 둘은 커녕, 아이가 아예 없이 우리 부부만으로도 생활하기 수월하지 않은 지금 상황, 저축은 꿈도 못꾸고 100만원 인생으로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시점에서 둘째아이 갖기는 정말 고심중의 큰 고심이었지요.


우리 어린시절, 흙, 닭똥 집어먹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 특히 어머니 입장은 어떤데요. 적어도 셋은 낳아야하지 않겠냐고 하십니다. 원래 시골계신 부모님들 그렇지 않습니까? 어떻게든 낳아놓으면 다 키우게 되는 법이라고 말이지요.


시골에서는 그랬지요. 저희형제도 모두 두 살 터울 6남매지만 대학들어가기까지 무슨 학원을 다녔겠습니까? 갓난쟁이때부터 밭에서, 논에서 일하시는 부모님, 조부모님 곁에서 삼태기, 다라 안에서 담겨져 놀고, 먹을 것을 분간 못하던 어린시절 흙이며 닭똥이며 집어먹고 그렇게 자랐으니까요! 부모님들은 늘 우리 형제 어렸을때 생각만 하십니다. 요즘 도시생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시고...


어머니께서는 우리 형제 6남매 낳아 그것도 촌에서 농사지어 다 가르치고 시집, 장가보냈다고 말씀하시면서 우선 낳으라고 은근한 압력 아닌 압력을 넣으십니다. 여기에 아버지께서는 한술 더 뜨셔서 “아들 낳으면 1000만원 주겠다”고 공언(?)까지 하십니다.


아직 둘째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겠지만, 설령 아들이라고해도 아버지께서 1000만원을 주실지 안주실지 모르겠지만,(농담같기도 하고, 진담같기도 하고) ‘1000만원 지급’은 제게 있어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요람에서 대학까지 2억3천 들어

요 며칠전에 확 달아오른 기사가 있었지요. ‘요람에서 대학까지’ 즉 낳아서 대학졸업시키는데 육아, 교육비가 2억 3천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말이지요. 만약에 대학을 보내지 않는다면 꽤 많은 교육비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뭐 지금부터 그것을 따질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여하튼 대학에서 요람까지 2억 3천 이라는 기사는 우리 부부의 힘을 쭉 빼 놓았습니다. 물론 산출한 액수가 나오기 전에 ‘상당히 많이 들거다’라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그 비용을 보고 나니 더욱더 감당이 되질 않는 겁니다. (2억 3천만원 이라는 비용산출이 정확히 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년이면 큰 아이가 네 살이 돼 본격적으로 어린이집에 보낼 계획입니다. 지금은 문화센터에서 두달에 5만원 하는 놀이방을 일주일에 한번씩 가서 큰 부담은 없지만 내년 4월 둘째아이가 태어나면 이것저것 들어가는 것이 많아질 것입니다. 짠순이 아내 왈 “꼭 모유 먹여야지” 합니다. 분유값이 만만치 않거든요. 특히 이름난 고급 분유는 가격이 보통분유보다 더욱더 비싼데, 첫째아이때는 그냥 평범한 분유만 먹였거든요.


하여튼, 오늘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오면서 느끼는 아이 육아에 대한 생각을 주저리 주저리 풀어보았습니다. 저처럼 100만원 인생 살면서 아이 둘 키우는 분들이 대한민국에는 많겠지요? 비단 우리 부부만의 걱정이나 고민은 아니겠지요?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PS : 그런데 둘째아이가 아들이면 아버지께서 정말 1000만원 주실까요? 여쭤볼수도 없고, 사뭇 궁금해지네요 ^^


              29년전 우리 형제 모습(맨 왼쪽이 접니다)

                 3년전 첫째아이 새롬이 태어난 직후 페에서 이물질 제거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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