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기

거울에 죽은 엄마 모습 보였으면....

윤태 2010. 8. 9. 08:08


무엇이든 다 보여주는 거울, 뭘 보고 싶냐고 물었더니...

제가 하는 일은 초등, 중등 학생 독서토론지도 교사인데요. 얼마전에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로 초등학교 1학년 수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참 독특한 친구가 있어서 그 내용을 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백설공주는 왜 일곱난쟁이들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세 번씩이나 왕비에게 문을 열어줬을까” 라는 질문을 통해 백설공주의 성격이나 행동 등을 다양한 각도로 살펴보며 토론을 하는 것입니다.

이 핵심적인 질문, 토론에 들어가기 전에 가볍게 그리기 하는 활동이 있습니다. 수업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는 코너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상상력도 알아보는 코너이기도 하지요.

주어진 제시문은 ‘무엇이든 답해 주는 거울이 있는데 가장 보고 싶은 것을 거울에게 말하면 거울이 그것을 보여주는데요, 상상해서 그리는 것’ 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뻔한게 나오더군요. 닌텐도를 비롯해 게임기 등을 그리는 친구가 많고 여자 아이들은 인형이나 갖고 싶은 것들을 주로 많이 그립니다. 아이들이 아직은 아기 같아서 말이죠. 종종 공주나 왕자처럼 멋지게 변한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친구도 있습니다. 생각을 좀 더 많이 한 친구입니다.

그런데 그 제시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을 그린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그린 것은 바로 “죽은 엄마 모습” 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왜 죽은 엄마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지금 이 친구의 엄마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계신데 말이죠.

“아, 시간이 한참 지나서요, 제가 어른이 돼서요, 엄마가 돌아가시면 만날 수 없잖아요. 거울이 뭐든지 다 보여준다고 했으니까요 거울을 통해서라도 돌아가신 엄마를 만날 수 있어서요”

아, 이런!

아직 솜털도 제대로 자라지 않은 이 조그만 녀석이, 여전히 아기 얼굴이거나 천사같은 순수한 이미지를 얼굴에 팍 담고 있는 이 둥글둥글하고 새끼양 같은 그러면서도 개구진 이 꼬마녀석이 어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단 말입니까?

녀석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뭉클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기까지 하더군요. 수업후 이 내용을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도 마음이 뭉클하신듯한 눈빛을 보이시더군요.

인륜, 천륜을 저버리면서 돈을 이유로 부모가 자식을 해하고 자식이 부모를 해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뉴스거리로 등장하는 요즘 이 친구가 보여준 지극어린 순수한 ‘효심 백신’을 맞아야 할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백신 필요하십니까?

여러분은 뭐든지 다 보여주는 거울이 있다면 무엇을 보여달라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