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조각 모음

교사가 술마시고 시뻘건 얼굴로 음주 수업 하다니...

윤태 2010. 8. 27. 06:55




단순한 차 인줄 알고 받아 마셨던 복분자 원액, 알고 보니 발효주


살다보면 예기치 못한 일로 ‘급당황’하는 경우가 있지요. 며칠전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6학년 남자아이 일대일로 수업중이었습니다. 이 친구 집은 아빠께서 아이들을 돌보십니다. 컴퓨터(인터넷) 관련 재택 근무하시는 아빠이신데 제게 참으로 깎듯이 잘해주십니다. 허리도 90도로 굽혀 인사해주시고 커피, 음료 등을 늘 내주시곤하죠. 그날은 복분자 원액(물 조금 희석)을 한 컵 내오셨더군요. 집에서 만든 거라며 한번 드셔보라고...

“아이구 아버님, 이렇게 귀한 것을..... 감사합니다”

맛을 보아하니 시크름름, 달짝찌끈 하더군요. 일대일 수업받던 아이는 “그거 맛있는데....”하더군요. 아빠께서는 곧이어 입가심하라며 원두커피인지 녹차인지 정확히 모를 따뜻한 차를 내 오셨는데 훌쩍 마시고 나서 수업이 끝났죠. 서로 90도 허리숙여 인사를 나누고 밖에 나왔는데...

느낌이 이상한 겁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마치 술 마신 것 같은 느낌이 나는 겁니다. 갑작스런 몸살감기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바로 옆집으로 이동해 또 다른 친구 집으로 수업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수업중 느낌이 하도 이상해 휴대폰 거울을 통해 얼굴을 보니

앗!!! 제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가 돼 있지 뭡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 이 현상이 복분자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습니다.

수업 후 제가 먼저 회원 어머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 제 얼굴이 많이 빨갛지요?”
“네.. 조금, 많이 더우신 거 같아요.”
“사실은 그게 아니라, 옆집에서 복분자 원액을 한잔 마셨는데.....”
“호호호, 저두 옛날에 복분자 마셨다가 얼굴 빨개져서 당황한적 있었는데.....”

결국 그렇게 된 것입니다.

하마터면 음주 수업하는 황당교사로 기록될 뻔 했습니다

발효... 보리, 옥수수, 쌀, 콩, 팥, 호밀 등을 주 원료로 한 누룩곰팡이를 발효해 만든게 술이듯 제가 마신것도 약한 술이었습니다. 포도를 발효, 숙성하면 포도주 되는 것처럼 말이죠.

바로 이런 개념이었죠. 제가 술을 거의 마시지도 않고(아예 싫어하죠)  그렇게 깎듯하신 회원 아빠께서 수업중에 제게 설마 술을 건네주시겠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것이 맛있는 거라고 진지하게 말하는 회원 아이의 정황 그리고 술에 대한 저의 경험치로 보아 그것이‘‘술’ 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한 것인데 ‘알코올’이 상당량 들어있었던 겁니다. 저는 맥주 한모금만 들어가도 아래와 같은 상황이 됩니다..ㅎㅎㅎ

그 시간 이후에도 계속 수업이 이어졌는데 또 다른 어머니께도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설명해야만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낮에 술이나 마시고 얼굴 벌개져서 방문수업 들어오는 교사로 기록될 수 있을테니까요. 천만다행으로 모두 천사 같으신 어머님들이라 껄껄 웃으시며 재미나게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답니다.

제 얼굴이 얼마나 시뻘겋게 됐는지 휴대폰 통해 ‘인증 샷’을 해 놓았지만 그 정도가 심해 올리지도 못하고...
(용기내어 모자이크 처리해 올리기로 했습니다)

살다보면 정말 급당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