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실동화

길에 서 있는 동상이 아이에게 선물 건네 준 사연

윤태 2009. 6. 24. 12:31


동상일까요? 사람일까요? 이 동상앞에 다가온 민지에게 어떤일이...



강남역에서 동상역할 하던 동필이에게 다가온 꼬마여자아이 알고보니..

동필이는 길거리에서 동상처럼 꼼짝 안하고 서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마네킹처럼 얼굴에 잔뜩 화장을 하고 사람들이 지나는 큰길가에 동상처럼 서 있다가 이따금씩 사람들을 놀래주고 시선을 끌기도 했다. 동필이는 주로 강남 역에서 통신회사의 휴대폰 판촉행사 때 동상역할을 하곤 했다.

간혹 동필이의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란 사람들은 속았다며 한 대 때리고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럴수록 동필이는 마음이 흐뭇했다. 사람들이 깜짝 놀랄 수 있었던 것은 동필이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한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동필은 강남역 2번 출구 앞거리에서 동상처럼 서 있었다. 그때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동필의의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참을 살피던 꼬마아이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이 동상 살아 있는거야?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글쎄, 돌로 만든 것 같기도 하고 마네킹 같기도 하고...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엄마도 잘 모르겠다고 하자 꼬마는 동필의 모습을 자세히 실피기 시작했다. 팔을 만져보기도 하고 얼굴에 바람을 불어보기도 했다. 동필이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양손을 머리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든 다음 꼬마를 향해 ‘아이러브’ 라고 말할 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꼬마아이가 엄마를 향해 외쳤다.

“엄마, 이 동상 아저씨, 아빠하고 비슷하게 생겼다. 여기 봐봐.”
“...”

엄마는 아이의 말에 대답이 없었다.

“엄마, 그런데 아빠 미국에서 언제와? 올 때 바비인형 사 오신다고 했잖아?”
“민지야, 아빠는 이다음에 민지가 이만큼 크면 그때 오실거야. 돈 많이 벌어서 바비 인형 큰 걸로 사다 주실 거야. 그때까지만 참자. 응?”
“아이, 엄마는 거짓말쟁이야. 맨날 맨날 아빠 온다고 해놓고는...앙앙!”

울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아끄는 엄마의 눈이 햇빛에 반짝거렸다. 눈물이 흐른 것이었다. 동필이는 순간 민지라는 아이의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걸 눈치 챘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돌아서는 민지의 눈물 서린 눈빛에 아빠와 바비 인형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차 있는 걸 동필이는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돌아가신 아빠 대신 선물 건네 준 '동상'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동필은 그날도 어김없이 길거리에 서서 동상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일주일전에 보았던 민지와 엄마가 그 앞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민지가 동필 이 앞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동필이의 얼굴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엄마, 여기 와봐. 동상아저씨가 그대로 있네. 정말 동상인가 봐.”
“어... 그러네.”

엄마는 민지의 손을 급하게 끌며 서둘러 그 앞을 지나치려고 했다. 저번처럼 민지가 아빠 얘기를 할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민지의 손을 잡으려고 동상 앞에 다가서는 순간 동필이는 소매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민지 앞에 펼쳤다. 그리고는 그 자세로 꿈쩍도 안하는 것이었다. 여태껏 동상이라고 생각했던 민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이고, 깜짝이야. 동상 아저씨가 움직이네? 정말 이상하다. 그런데 이게 뭐지?”

동필이의 손에는 자그마한 바비 인형이 올려져 있었다.

“와! 바비 인형이네. 정말 갖고 싶었던 건데.”

민지가 인형을 집어 들려고 하는 순간 동상의 양 손이 머리위로 올라가더니 하트모양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마치 로봇이 하는 것 같은 말이 들려왔다.

“삐리삐리. 민지 안녕? 삐리삐리. 이건 아빠가 미국에서 보내는 선물이야. 삐리삐리. 바비 인형이야. 삐리삐리. 이 다음에 더 큰 바비 인형 사가지고 오신대. 삐리삐리.”

이 말이 끝나자마자 동필이는 양 팔을 내려 완벽한 동상 모습을 취했다.

“어? 동상아저씨가 말을 하네? 그런데 어떻게 제 이름을 아세요?”

그러나 동필이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그리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동상이 돼 버린 것이었다.

동필이는 일주일전 민지와 엄마의 슬픈 대화를 듣고 바비 인형을 하나 준비했다. 동필이는언제 그 앞을 지날지 모르는 민지를 기다리며 일주일 동안 바비 인형을 소매 속에 넣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었습니다. 이 동상이 민지에게 준 선물의 의미는 뭘까요?




PS : 제 블로그 이름이 <새롬이 아빠 동화세상>인데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전부터 쓰고 싶었습니다. 아니 조금 썼었지요. 생활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일상에 동화적인 요소를 넣어 감동 동화를 쓰려고 노력도 했었지요. 언젠가는 책으로 내고도 싶었구요. 하지만 결코 싶지 않더군요. 생활에 찌들어 살게되니...

위 이야기는 길거리에서 동상처럼 서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고 사진으로 찍은 것입니다. 이것을 다시 동화적인 기법으로 제가 재구성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사실동화라고 할까요?사진이 있는 이유를 아시겠지요? 

다같이 동화나라로 가 보아요. 이 이야기 읽고 너무 울지는 마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