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교사의 학습일기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날 수업한 '마지막 임금님'

윤태 2009. 5. 30. 17:51


4학년 '마지막 임금님'으로 토론수업하고
5학년 '죽음' 주제로 글쓰기 한 수업...
무슨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고인을 추억하라고 한건 아닌지..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날 오후에 수업한 4학년 과정의'마지막 임금님' 워크북(부교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있던 어제, 중간 중간 영결식 소식을 접하면서 찹찹한 마음으로 아이들 독서토론 수업을 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초등학생들 일주일에 한권씩 책 읽고 독서토론하는 것입니다.

전날 분향소에 찾았던 처제가 눈물을 펑펑 흘리며 소리 내어 우니 옆에 있던 아저씨가 처제의 등을 두들겨 주며 괜찮냐고 했다는군요. 서거 소식을 TV를 통해 접하면서 여전히 눈물을 닦는 체제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도 참 찹찹하더군요.

그런데 이런 우연이 또 있는지요. 영결식인 어제 4학년 독서토론 수업한 내용이 바로 소설가 박완서의 ‘마지막 임금님’ 이었습니다. 48권의 토론 교재중 영결식 날에 그 책으로 토론 수업을 하게 된 겁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마지막 임금님’에서도 임금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거든요. 아이들과 토론 수업을 하는데 웃음 짓는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각에 원활히 수업 진행이 안 되더군요.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우연일까요? 4학년 수업을 마치고 곧바로 5학년 토론 수업에 들어갔는데 제목이 ‘잘가라 내동생’ 으로 외국 작품이었습니다. 10살 때 심장마비로 세상을 뜬 아이의 가족이 처음에는 무척 슬퍼하다가 서서히 그것을 극복해 나간다는 이야기지요.

글쓰기 주제는 또 어땠는지요? ‘죽음에 대한 내 생각을 써보세요’였습니다. 그 많은 교재 중 두권이나 죽음에 관한 내용으로 수업을 했으니 말이죠. 어제 노제 열리던 중 맑은 서울광장에 무지개가 뜨고 봉하마을 운구행렬 위 전깃줄에 새하얀 비둘기 한마리가 잠시 앉았다 떠다더니....


죽음은 쓸모없이 당돌한 선택.... 으로 시작하는 초등 5학년 친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날 쓴 글을 소개해봅니다. 그 모든 것이 고인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죽음은 쓸모없이 당돌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죽는 사람들도 있고 인생이 힘들어 죽는 사람들도 있고 사고로 죽는 사람들도 있다. 죽음을 선택하면 곧 많이 후회하게 될 것이다. 특히나 살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살고 싶은 사람에게 약 올리는 것에 해당 할뿐이다. 죽음을 선택하면 조만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을 느끼며 더욱 마음의 상처만 깊어질 뿐 편하고 신난다고는 느낄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알고 살아가는 나는...죽음이 참 두렵다. 항상 한결같던 내 생활이 한순간에 무너지면 어떻하나...생각할 때도 있다.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은 어리석고 쓸모없는 선택으로 후회하겠지만 죽음에 시달려서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이한 사람은 참 억울하고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겠지.. 죽음은 쓸모없이 당돌한 선택이고 비참한 거니까 살고 싶다는 마음을 한결같이 가지고 열심히 살았으면 한다.


2009년 5월 29일, 영결식날 '죽음'을 주제로 5학년 학생이 작성한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