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서는 대한민국

도를 아십니까? 아주머니와 인터뷰해봤더니...

윤태 2012. 6. 8. 10:21

 

 

 

버스정류장이나 횡단보도에서 만나는 '도를 아십니까? 기를 아십니까? 참으로 덕이 높은 인상입니다...이런 멘트 이제 식상하지 않을까?

 

 

 

도를 아십니까? 하며 다가오는 여성에게 호응해주니...

 

 

버스정류장이나 공원 혹은 횡단보도 같은데서 잠깐 대기하고 있는 동안 종종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지요.

 

“저기요, 굉장히 덕이 있는 인상이시네요. 기운이 세 보여요.” 이렇게 접근하는 분들이 계시지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데요. 며칠전에 세차를 맡기고 바로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40대 후반 정도의 여성이 지나치다 말고 제 앞에 섰습니다.

 

“저기요, 버스 기다리는 중이세요?” 하면서 제 표정을 빤히 살피는데 여지없이 “도를 아십니까? 기를 아십니까? 현세를 믿으십니까?” 이런 것으로 보이더군요.

 

“아뇨, 세차 맡기고 기다리고 있는데요, 왜 그러시죠? 혹시 도를 아십니까? 기를 아십니까? 이런 건가요? 라며 선수를 쳐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성이 하는 말이,

 

“음, 뭐 같으세요? 한번 맞춰 보실래요?” 하는 겁니다. 호응을 해주니 가볍게 말을 건네면서 호기심 자극하면서 제게 뭔가 작업?을 걸 태세였습니다.

 

그러더니 여지없이 저더러 인상을 보니 덕이 많다, 인연이 깊다 하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습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함부로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 줄 수 있냐며 그 부분은 제가 거절했습니다.

 

다만 이 여성분이 ‘인연이 깊다’라는 부분에 대해 저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는데 인연은 인연이겠지?” 라고 응대했습니다. 이렇게 말씀 건네는 분들치고 저더러 덕이 많지않다고 한 분이 한명도 없다고 했더니 다시 한 번 손사래를 치면서 정말 다른 분들보다 덕이 많은 인상이라고 멘트를 던지더군요.

 

도덕 교과서나 선생님 같은 말씀 하시는데...

 

설명을 쭉 들어봤습니다. 약 10분 간에 걸쳐서 말이죠. 늘 하는 이야기 그 식상함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세상은 물질이 전부가 아니며 덕을 많이 쌓아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물론 물질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더 깊은 정신세계가 있고 그것을 공부해야 물질을 넘어 더 큰 것을 추구할 수 있다 등등...그래서 제가 한 말씀 올렸습니다.

 

“네, 아주머님은 마치 도덕 교과서나 도덕 선생님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이 도덕 교과서나 도덕 선생님 언급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인터뷰 형식으로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질문하고 그 아주머니가 대답하는 형식이죠. 아주 친절하게 대답을 잘 해 주시더군요. 하기야 이런 상황에서 성실하게 맞대응 해주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다음은 '도를 아십니까?' 아주머니와의 일문 일답

 

Q : 사무실은 있나요?
-네, 저기 xx 사거리에 있습니다.

 

Q : 제가 이것을 하게 되면 뭔가를 투자해야 하나요? 예를 들어 돈 같은거...

-아뇨, 이것은 공부하는 것입니다. 투자라니 당치 않습니다.

 

Q : 이 활동의 실체는 뭡니까? 종교인가요? 시민 단체인가요?
-종교단체 형식이죠. 문교부 허가도 받았습니다. 등록번호도 있어요.

 

Q : 문교부요? 문교부는 1980년대 있던 건데 문교부요? 문화관광부나 교육인적 자원부, 요즘에는 교육과학 기술부 즉 교과부, 문광부라면 이해하겠는데 지금 시점에서 문교부 등록번호가 있다니요? 정부에서 정식 등록한 단체 맞나요?
-네, 맞아요. 제가 헷갈려서.. 저희는 재단법인입니다.

 

Q : 이것이 직업인가요? 이 활동하면 급여가 나오나요?
-아뇨, 남편이 직업이 따로 있고 이 공부를 같이 하고 있어요. 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시주하듯 뭔가를 기부해주시기 합니다. 예를 들어 쌀이나 김치 같은 것을 주기도 하고요. 이 일만 해서는 생활하기 힘들지요.

 

 

이 대답까지 듣고 나니 세차가 완료됐습니다.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은 많았으나 차를 당장 빼야했고 마땅히 세워둘 곳이 없어 집으로 와야만 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차에 탈 기세로 따라오며 꼭 공부해볼 것을 권유했지만 저는 뿌리쳤습니다. 마치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기라도 한 것 같은 아쉬움이 들었을까요?

 

만약 제가 대화를 더 나누고 사무실이 있다는 그곳 XX 사거리로 찾아갔더라면 저는 그곳에 푹 빠져 있을까요? 아니면 더욱 심화된 취재를 했을까요? 지금으로써는 알 수가 없습니다.

 

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고 있노라면 매우 건전하고 합리적이며 전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데 왜 이렇게 사람들의 인식엔 좋지 않게 남아 있는 걸까요? 아무래도 겉보기와는 다르게 사람들을 뭔가에 광적으로 빠져들게 하는 중독성 같은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도를 아십니까? 그들이 추구하는건 과연 무엇일까? 타락한 세상을 좀더 건전하게 만들기 위한 순수함인가? 그게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