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하기

드라마 볼 때 유심히 살펴보세요

윤태 2008. 9. 23. 09:30
 



드라마 속 기업/상품 마케팅, 어떤게 있을까?
<파리의 연인> 저금통, <하늘이시여>승마헬스기구 '대박'

오늘은 드라마, 영화 관련해 재밌는 홍보전략(?)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우선 예전 드라마 한번 떠올려볼까요?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영이 김정은에게 커다란 돼지 저금통을 선물하며 “애기야 같이 가자.” 하는 장면이 있죠? 그 저금통 어떻게 됐나요? 저금통 생산업체 당시 대박났습니다. 주문 물량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아주 톡톡히 재미를 봤지요.


돼지저금통을 유행하게 한 바로 <파리의 연인> 저 장면은 쇼 오락프로그램에서도 많이 패러디 됐다



그런가하면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 기억나시죠? 거기서 왕빛나 쌍둥이 남동생이 운동하던 승마헬스기구, 그것도 대박 났습니다. 당시 운동하는 장면 나올 때부터 알아봤죠. 드라마 속에서 필요 이상으로 운동하는 장면을 너무 자주, 오래 보여줄 때 눈치 챘지요. 나중에는 결국 드라마에서 그 운동기구가 모자이크 처리 형식으로 가려져 나오더군요. (시청하면서 어찌나 부자연스럽던지 ^^)

제작지원 혹은 PPL(영화나 드라마 화면에 기업의 상품을 배치해 관객들의 무의식 속에 그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심는 간접광고를 통한 마케팅 기법)이라고 하지요. 승마헬스기구 같은 경우 자연스러운 간접광고 수위를 넘었기에 결국 모자이크 처리돼 드라마상에 나오고 어느 회부터인가 아예 볼 수 없더군요.

제작지원은 아시죠? 드라마나 영화 끝날 때 자막으로 좀 큼직하게 업체 이름이 나오죠. 그게 제작지원입니다. 자막에 이름 띄워주고 드라마/영화 제작에 필요한 비용/물품 등을 협의한만큼 지원해주는 것이지요. 인기 드라마/영화인 경우 제작지원이 많이 따르게 됩니다. 기업의 홍보 마케팅입니다.

드라마 대본 사전 입수, PPL 상품 들어갈만한 상황 찾아내기

제가 3년전에 광고홍보대행사에 잠깐 근무한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드라마/영화 PPL, 제작지원 일도 병행 했습니다. 제작지원 업체와 드라마/영화 제작사를 연결해주고 성사되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게 되지요. 그때 우리가 맡았던 드라마가 KBS 주말드라마 <인생이여 고마워요> 였습니다.

드라마 촬영 약 3개월 전 1, 2회 정도 대본이 나왔을 때 그것을 입수합니다. 그리고 대본을 꼼꼼하게 읽어봅니다. 그 드라마 내용이 암에 걸린 30대 워킹맘(유호정)과 첫사랑인 의사(이인석)사이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대본에 음료수 마시는 장면이 나오면 몇 번 나오는지 파악하고 음료 회사와 컨텍해 협상을 합니다. 아이가 로봇 장난감 갖고 노는 상황이면 완구회사를 물색해 제안서를 넣죠. 당시 그 드라마에서 유호정이 의류회사 홍보팀 직원으로 출연했는데 우리회사에서 제과업체 측과 제작지원이나 PPL 협상이 잘 이루어졌다면 제과업체 홍보팀으로 유호정의 직업군이 바뀌는 상황이었죠. (주인공의 직업군 설정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PPL보다 제작지원쪽으로 가는게 맞죠)

그리고 그 드라마에서 이인석 직업이 의사다보니 병원 내부가 무척 많이 나오는데 비용에 대한 협상을 끌어내지 못했지요. 모든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그 드라마에서 우리 회사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때 우리회사 저 포함해 직원이 고작 두명이었답니다 ^^, 광고 홍보대행사는 둘다 처음이었죠 ^^ 망했습니다)

특정 소품 클로즈업 한다면 "아하, PPL 이구나"

드라마나 영화 보실 때 눈크게 뜨고 보세요. 승용차처럼 크고 눈에 보이는 것들이야 “와, PPL이다. 제작지원이다” 금세 알 수 있지만 자잘한 것들은 의식해서 보지 않으면 잘 모르거든요. ^^

아참, 요즘 <엄마가 뿔났다> 인기 절정이죠. 전에 방영분 중에 영수(신은경)의 친구가 미국에서 병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이 방영됐고 지난 주말 방영분에는 김나운의 친정 어머니가 돌아가신 상황이 나옵니다. 갑작스런 죽음이죠.  ^^. 그리고 드라마상에서 여든이 넘은 이순재씨와 그의 여자 친구(할머니)나오잖아요. “냅둬, 이대로 살다 죽게” 등 아버지 이순재의 직접적인 발언 및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노년과 관련된 대사들이 꽤 나옵니다. 주변 인물의 갑작스런 죽음과 이 노인분들 보면서 혹시 생각나는거 없으세요?

그렇습니다. 모 상조회사가 이 드라마에 제작지원을 하고 있거든요 ^^ 전광렬이 전속모델로 있는 상조회사죠. ^^ 죽음과 관련된 내용들을 보고 나서 예고편까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이 드라마! 자연스럽게 자막 통해 상조회사 상호를 보면서 홍보가 되는 거죠 ^^

아, 너무 많은 걸 알려드렸나 봅니다.

드라마 보실 때 관찰력 갖고 보시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