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교사의 학습일기

딸이 남자아이에게 맞았는데 "그런게 필요하다"는 어머니의 말씀

윤태 2009. 7. 21. 08:18


딸이 남자친구에게 두어대 맞은 사건을 솔직히 말씀드렸는데요..


며칠 전 모둠 수업하다가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5학년)를 주먹으로 살짝 두어대 때려 여자친구는  울어버리고 바로 이어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문제의 그 현장으로 들어오시고 수업을 지켜보시는 등 저를 무척 당황하게 만든 돌발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의견과 가치관이 달라 생겨난 돌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죠.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수업 중 이러한 현상은 매우 좋지 않은 것이죠. 게다가 아이들의 사소한 문제가 자칫하면 어른들 싸움으로 번지고 한동네, 한 아파트 살면서 원수 사이가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어른들은 자녀들이 ‘맞았다, 놀림 당했다’에 대해서는 무척 민감해 하시거든요. 여하튼 그 문제는 아이들 선에서 뒤끝 없이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 여자친구는 모둠 수업 이외 따로 혼자하는 글쓰기 공부가 있는데요, 어제 일대일로 수업들어갔습니다. 책도 잘 안읽고 읽는 것, 쓰는 것도 싫어하는 그 친구가 최근에 글쓰기와 편지쓰기에서 상을 받았고 도서관에도 열심히 다니며 책에 흥미가 붙었다며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특히 글쓰기 부문에서 상을 받은 건 처음이며 전혀 생각지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상이라 직접 보여주시며 엄청 뿌듯해하셨습니다. 모두 저와 수업한 이후 이러한 변화가 생겼다며 남자 선생님이 잘 맞아 무척 좋다고 하시니 저 또한 흐뭇했습니다.

마침 평가한 결과표가 나와 수업적으로 혹은 외적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얼마전에 있었던 ‘폭행’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이들끼리 뒤끝없이 다 해결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머니께서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저를 무척이나 믿고 아이를 맡기시는 어머니인데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의 학습 혹은 인성 교육 측면에서 발생하는 것은 알려드리는게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 사실은 며칠 전에 이러저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선 그렇게 운을 떼 놓고 더 자세하게 말씀을 드리려는데 어머니께서

“선생님, 우리 ○○이 한테는 그게 필요해요.”

잉? 이게 무슨 말씀인가? 여느 엄마들이라면 그 상황을 꼬치꼬치 물어보시고 잘잘못을 따지려고 하실 텐데 오히려 그런게 필요하다니...

-직장에서 남자 상사가 뭐라고 하면 울고만 있을래?

엄마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살아가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세상의 절반은 남자이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남자든, 여자든 늘 마주치고 부대끼면서 살아야 한다고요. 나중에 직장 들어가서 남자 상사가 뭐라고 하면 지금처럼 울고만 있을 거냐구요. 이런 일(마찰)을 어떻게 풀고 극복하는 것인지 스스로 깨닫기 위해서는 직접 경험해봐야한다고 말이죠. 이런 일을 통해 크게는 학교와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죠. 세상은 피한다고만 되는 게 아니라 부딪힐 때 부딪쳐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것도 학습 이외 중요한 것입니다.

이 친구 어머니는 자신의 의견을 위와 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 자신의 의견이 틀릴수도 있다면서 자녀 교육에 대한 방침을 확실하게 밝혔습니다. 듣고 보니 “아, 그렇구나” 하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지더군요. 약간은 마음을 졸이며 그 ‘사건’ 이야기를 풀어놨던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작년에 대안중학교에 진학한 여자아이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죠. 바로 왼쪽 인기뉴스에 올라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특목고에 보낼 정도로 공부를 아주 잘 하고 심성이 착하며 ‘도덕교과서’ 같았던 6학년 여자아이, 굳이 학력인정이 안되는 대안중학교로 꼭 진학해야 했던 아이와 어머니의 입장을 인터뷰 형식의 글로 쓰면서 저 자신도 많이 안타까워했었죠. 일반 중학교 보내고 적당히 묻어가는 선에서 아이들과 지내면 어떻겠냐고 말이죠. 그때 많이 올라온 댓글이 바로 ‘현실 도피’ 라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대안중학교로 결정하신 그 어머니 교육 방침에 크게 박수를 보내는 분들이 많았지요. 저 자신도 그 어머니의 결정에 동조하고 박수를 보냈지만 ‘현실도피’라는 의견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각자의 입장과 처지 상황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세상을 살아가는 일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자신의 자녀가 남자아이에게 주먹으로 두 대 맞았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 ○○이에게는 그런 게 필요해요.” 라고 말씀하시는 이 어머니의 열린 사고와 교육 가치관에도 큰 박수를 보냅니다.

사람은 사람사이에서 살아갑니다. 그 사이에서 늘 마찰이 일어나죠. 그 문제를 어떻게 풀고 해결해야할까? 정답은 없습니다. 피한다고 되는건 아니죠. 학교에서 시작한 사람관계는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하지요. 친구문제 특히 왕따 문제로 고민하는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