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이야기

똥값 고구마 캐기 “정말 힘들다”

윤태 2007. 10. 16. 08:11
주말 단풍 관광객 틈에 끼여 고구마캐러 시골 가다

지난 주말 고구마를 캐러 고향집인 충남 서산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토요일날 오전에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갔는데, 엄청 밀리더군요. 아는 사람 이야기 들어봤더니, 내장산 단풍 관광객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하더군요. 단풍 관광객 틈에 끼어 밀리는 자동차 대열에 끼어 그렇게 시골에 내려갔습니다.


밀린 고속도로 운전에 뻐근한 몸을 이끌고 고구마 밭으로 갔습니다. 끝도 보이지 않는 고구마 밭…이 많은 고구마 언제 캐냐며 그저 한숨이 절로 나오더군요. 낫으로 고구마 줄기를 쳐 내고…아버지와 형의 얼굴에 땀방울이 주루룩….


줄기를 쳐내고 두둑이 나타나면 경운기로 살살 갈아엎습니다. 그리고는 쭈그려 앉아 고구마를 주워냅니다. 그런 다음 크기별로 분류해 자루에 담습니다. 땡볕은 내려쬐고…쭈그려 앉으니 무릎은 아프고 허벅지는 알이 베깁니다. 땡볕에 앉았다 일어서면 머리가 아찔아찔.. 주말농장 가서 재미로 고구마 캐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게 바로 땡볕에서의 고구마 캐는 작업이지요…


품값도 안나오는 고구마, 아버지는 왜 이리 많이 심으셨나?

그런데 고구마 가격이 얼마나 하냐구요? 제 동생이 농협에 근무해서 잘 알고 있는데, 한마디로 똥값이라고 합니다. 어느 부락에서 5톤 트럭에 한 차 싣고 서울로 갔다가 시세가 너무 낮아 그냥 싣고 도로 내려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가져온 고구마 뭐 할까요? 다 쪄먹을수도 없고, 짐승 줄 수도 없고…완전히 애물단지지요. 다들 고구마를 너무 많이 심어 가격이 폭락한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왜 이리 많은 고구마를 심으셨을까요? 600평이 넘는 이 넓은 밭에…어머니는 이런 아버지를 두고 ‘징그러운 영감’이라며 투덜대십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입장은 이해합니다. 70평생 흙에서 나서 자라 이 흙일을 해오신 아버지께서 이 밭에 고구마를 심지 않으셨다면, 아니 그 어떤 것이라도 심으셨을 겁니다. 돈이 안돼도, 아니 손해가 난다해도 멀쩡한 밭이 풀밭으로 변하는걸 눈뜨고는 못보고 계실 우리 아버지. 바로 농군의 마음일 것입니다.


여하튼 고구마 캐기 작업은 토요일 오전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다섯명 식구가 작업을 했는데, 마저 작업을 못 마쳤습니다. 주말마다 도회지에 사는 자식들이 내려가 고구마를 캘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렇다고 돈 되는 고구마도 아니고…


주말 우리 가족이 캔 고구마는 10미터 지하 굴로 기약없이 내려갔습니다. 혹시나 겨울에 비싸지려나 하는 기대에서 말이지요. 그런데 그거 꺼내는 일도 장난이 아닙니다. 밧줄로 매달아 20미터 밖으로 끌어올리려면 온 몸이 녹초가 되고 말지요. 뭐 하나 쉬운게 없습니다.


서울 올라오는 길에 어머니께서 3만원 쥐어주시다

저녁 먹고 교통방송을 들으니 서울 올라가는 길은 여전히 막힙니다. 조금 쉬었다 밤 11시가 다 돼 올라가려고 하는데 어머니께서 3만원을 쥐어주십니다. 아기 과자나 사주라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용돈을 드려도 시원치않을 판인데,어머니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말도 못하게 뻐근한 몸을 이끌도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일요일 밤 11시경, 서해안 고속도로 상행선 행담도 휴게소에서 서평택IC까지 11km 구간이 꼼짝을 안합니다. 지난 일요일 귀경 행렬은 그렇게 이어졌습니다. 돈도 안되는 고구마 캔다고 행락 인파에 묻혀 고단한 몸을 이끌고 올라가는 서울길이 왜 그리 멀게 느껴지는지요?


그나저나 저 많은 고구마 부모님 둘이서 언제 캘 것이며, 애물단지 고구마 다 캐서 뭐하는데 쓸 건지 걱정이 되네요. 그거 생각하면 마음만 무겁습니다.

아마 고향이 시골이라 부모님께서 시골서 농사지으시고 현재 도회지에서 살고 계신 독자 여러분들이라면 이 마음 이해가 되겠지요?




아래 동영상은 경운기로 고구마 이랑을 가는 모습

 




끝도 보이지 않는 고구마 밭. 언제 캐려나..


아버지는 연세도 생각지 않으시고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다.


20kg정도인데, 농협에 올려봐야 약 4천원 정도 한단다.


경운기가 갈아놓은 고구마 밭.


임신한 아내도 거들러 나왔다. 일손부족때문에


경운기 쟁기로 갈다보면 이렇게 찢기는게 많다.


작업 도중 고구마 찐거를 참으로 내 오신 어머니,


중국집 점원이 자장면 안먹듯, 고구마 캐면서 찐 고구마 간식이 입에 맞으랴?


그래도 색깔은 맛있어 보인다. 밤 고구마..


작업 도중 휴식중인 식구들.


작업이 끝나면 경운기에 이렇게 한가득 싣고 온다.


이것이 바로 20미터 지하굴 입구. 사계절 13도를 유지한다.


위에서 내려다 본 굴 내부 모습


위에서 내려준 고구마 자루를 아버지께서 옮겨 안으로 들이고 있다.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