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교사의 학습일기

방문교사를 학교 선생님처럼 생각하는 엄마들

윤태 2008. 12. 10. 20:39

2년 동안 한 장소에서만 방문 교사로 토론 수업하다보니..

이달 11일, 12일 까지만 분당의 모 아파트 단지에서 방문 토론 수업을 하면 다음주부터는 지점이 바뀌고 성남 구시가지로 수업장소를 옮긴다. 비좁고 비탈이 심한 골목 주택가 지역으로 수업장소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성남 구시가지는 대부분 그러니까.

2년 1개월 동안 오로지 한 지역만 방문수업했다. 정말 오래한 셈이다. 엄마들의 가장 큰 불만이 바로 잦은 교사교체이다. 방문교사가 거의 대부분 여자이므로 결혼하거나 임신하게돼서 혹은 너무 힘들고 적응못해서 또 교사의 아이들 육아 때문에 그만두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심지어는 석달 사이에 두세번의 교사교체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비춰볼때 한 지역에서 2년 1개월을 방문수업했다는건 정말 대단하기도 하고 흔치 않은 일이기도 하다. 비록 일주일에 한번 이지만 2년 넘게 아이들과 엄마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정을 쌓아왔다.

교사교체, 저학년 여자 아이들은 헤어지기 싫어 울기도..

막상 헤어지려고 하니 정이 많이 들었던 아이들이나 엄마들이 있어 많이 아쉽다. 내가 아닌 다른 교사한테는 수업 받기 싫어 아예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볼 생각도 하지 않고 말이다.

그런가하면 저학년 여자아이들 같은 경우 헤어지는 순간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이 토론수업이라는게 국어, 영어, 수학처럼 지식만 심어주는 딱딱한 수업이 아니라 교사와 아이들의 경험담 포함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이다보니 일반 학습지 방문교사보다는 훨씬 더 정이 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 엄마들이 오래 수업한 교사가 떠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건 아니다. 내 수업에 불만이 있거나 다른 선생님을 원하면서도 선뜻 말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수업을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모둠 수업이다보니 한 아이가 빠지면 모둠을 깬다는 부담감 때문에 교사에게 불만이 있어도 그냥 묻어가는 경우이다.

교사교체, 아쉬워하는 엄마와 속시원해하는 엄마

모든 아이들이나 엄마들이 내 수업에 만족할 수는 없으니까. 떠나가는 사람은 붙잡지 않는다. 엄마들도 많이 아쉬워하면서도 붙잡을수는 없다. 그리고 새로운 교사에 대한 신선함과 기대감을 갖게된다. 사실 한 곳을 너무 오래하다보면 엄마, 아이, 교사 모두가 어느순간 지치고 식상할수도 있다. 사실이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일정 기간이 되면 교사를 교체 투입하기도 한다.

여하튼 엄마들은 새로 오시는 방문교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한다. 지금 인수인계 중에 있어 새로운 선생님이 참관하에 수업을 하고 있는데 수업 후에 잘 안모이시던 엄마들도 화장 예쁘게 하고 오신다. 그리고는 새로운 선생님의 수업 방침 브리핑에 귀를 귀울이신다.

첫인상이나 상담하는거 잘 들어보고 전 선생님보다 못하다 싶으면 수업을 중단하기도 한다. 따라서 동행하는 새로운 선생님도 최대한 깔끔한 복장으로 엄마들을 맞이한다. 수업을 그만두는 아이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교사 교체에 따른 수업중단은 어느정도 불가피하지만 말이다.


장문의 문자를 보내주신 엄마, 아주 일부밖에 못 보여드리지만 정말 편지글처럼 많은 감사의 말씀을 문자로 주셨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그리고는 겨울 따듯하게 보내라고 장갑을 포장해 선물로 주셨다. 이렇게 감사할수가~



비록 학교라는 공교육 담임교사는 아니지만...학교 선생님처럼 생각해주는 고마운 엄마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마지막을 챙겨주시는 엄마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고맙고 수고했다고 문자 남겨주시는 엄마, 조그마한 선물을 챙겨주시는 엄마, 산만한 아이였는데 내가 지도하면서 인성적으로 매우 좋아졌다고 고마움을 표하는 엄마.

이럴때는 정말 힘이 많이 난다. 비록 내가 학교라는 공교육의 교사는 아니지만 아이의 바른 인성에 일조할 수 있었다는게 기쁘다. 수업 지도를 잘했던 못했던 나만 믿고 2년 동안 맡겨주시고 떠나는 날까지 그 믿음을 보내주시는 어머니들을 뵐때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

‘돈 받고 토론 수업하는 사교육의 방문 교사쯤’으로 생각하지 않고 아이의 인성까지도 바르게 지도해주는 ‘스승’으로써의 교사로 생각하는 엄마들이 계신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