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교사의 학습일기

방에 CCTV가 있었다

윤태 2010. 11. 3. 17:05

엘리베이터 등 일상적인 곳에서 CCTV 를 만나는 것은 흔하지만 가정내 아이의 방에서 CCTV를 만난건 새로웠다 ^^



저는 독서토론 방문 지도교사.

오늘 낮에 4학년 여자아이 모둠 수업을 들어갔습니다. 그 친구 포함해서 모두 4명 모둠입니다. 엄마께서 직장엘 다니셔서 집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미리 알고 있었던 사항이죠. 참고로 그 친구 집에는 오늘 처음 방문했습니다. 계속 다른 친구집에서 수업을 하다가 그 친구네 집 차례가 된 것이죠.

그 친구 방에 들어가자마자 그 친구가 말을 하더군요. CCTV가 방안에 있다고요. 정면을 보니 정말 CCTV가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니, 왜 방안에 CCTV가 있는거니?”
“네, 제 방에 중요한 것들이 많아서 작년에 설치한 거에요.”
“그래? 뭐가 그리 중요한게 많길래....근데 저거 정말 작동되니?”
“몰라요
.”

현관을 들어설 때 CCTV가 설치돼 있는 집은 종종 봐왔는데 방안에 설치된 CCTV는 왠지 좀 낯설었습니다. 만약 도둑이 든다면 도둑을 잡는데 굉장히 쓸모 있을 것 같긴 하더라구요. 단독 주택이고 1층이다보니 현관에서부터 도난방지 장치 등은 확실했습니다.

수업이 시작됐는데 어찌 제 행동이 굉장히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원래 토론 수업이라 재미있고 활기차게 종종 액션도 크게 하면서 한섹션 넘어갈때마다 신나는 율동도 하곤 했는데 오늘은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ㅋㅋㅋ. 아이들은 그거 신나게 하면서 섹션 넘어가자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데, 제 마음이 영 내키질 않더군요. 아니, 평소처럼만 하면 되는데 자꾸 CCTV가 신경쓰여 필요이상으로 행동을 자제하게 되는겁니다.

수업을 하다가도 중간에

“오늘은 잘 해야해, 자세도 바르게...” 하면서 CCTV를 쓱 올려다보고 씨익 웃고, 그러면 아이들도 한바탕 웃고 그랬습니다. ^^

그 CCTV가 작동이 되는것인지 그냥 달려 있는 것인지 알수가 없었죠. 설사 녹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부모님께서 그 CCTV를 확인하지는 않으실겁니다. 수업을 대강대강 하는것도 아니고 못된 짓을 하는것도 아닌데 문제 될 것도 없지요. 무엇보다 수업시간 어른이 안 계시는 빈 집이지만 교사를 믿고 맏기신 부모님인데 굳이 확인을 하실필요도 없을겁니다. 도둑잡는 차원으로 그냥 달려있는 것이겠죠.

그래서 아이들과 수업 중간에 종종 “잘해야지” 하면서 CCTV에 대한 농담도 던질수 있었던 것이구요. 어쩌면 그 CCTV에 대한 농담까지도 다 녹화될지도 모르니깐요 ^^ "오늘은 잘해야지."라는 멘트를 몇번이나 던지면서 웃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말이죠. 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평소 있는 그대로 하면 되는데, 그런데도 역시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역시 CCTV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 움츠러든다기보다는 차라리 얼어버린다고 해야하나요? ㅋㅋㅋ

아, 휴대폰 카메라로 그 방에 있는 CCTV를 촬영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혹시 그 장면이 찍힐까....ㅋㅋㅋ. 그러질 못했습니다.

참으로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관찰카메라가 갑자기 떠오르기도 했구요 ^^

수업하는 가정집 여자아이 방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CCTV라.... 그 CCTV에 대해 회원 어머님께서 일절 말씀이 없으셨다는 건 작동이 안되거나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ㅋㅋㅋ

그래도 역시 신경이 쓰이긴 합니다. ^^ , 어머님께 직접 여쭤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