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조각 모음

부부사이 지치고 힘들 때 앨범 꺼내보세요

윤태 2010. 8. 18. 06:05



 

이 수동 카메라로 참 징그럽게도 찍어댔습니다 ^^ 디카에 비할바가 아니지요


-먼지속에 묻혀있는 앨범,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앨범을 들춰보십니까? 학창시절 졸업앨범부터 시작해 남자인 경우 군대사진이 담겨 있는 앨범, 신혼여행 가서 찍은 행복의 나날이 잠자고 있는 신혼여행 앨범 등등.

혹시 수북한 먼지 속에 묻힌 채로 수년 동안 방치해놓고 있는 건 아닌지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런 상태’로 있을 줄 압니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란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군요.

먹고살기도 바쁜 세상에 앨범 쳐다보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고 이 글을 계기로 “한번 꺼내봐야지”하며 추억을 더듬으려는 분들도 있을 줄 압니다.

저는 “한번 꺼내 보십시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먹고살기 바쁜 세상이라지만 앨범 한번 들춰보는데 많은 시간 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추억을 워낙 소중히 여기는 탓에 사진이 아주 많습니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 없다”라는 명언 아닌 명언(?)을 늘 머릿속에 달고 다니지요.

-25년전 빛바랜 가족 사진 앨범에서 꺼내 다시 태어나다

전에는 25년 전 빛 바랜 가족 사진을 고해상도로 스캔 받아 사진관에서 뽑은 후 액자에 넣어 보았습니다. 우리 6남매에게 하나씩 돌려주고 시골집에 놓아두었습니다.

몇몇 형제들은 “와, 그 사진이 여기 있었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깔끔해졌냐?”라고 물었습니다. 결국 ‘그 사진’을 10여 년 전에 언뜻 보고 그 후로 한번도 안 봤다는 얘깁니다. 또 어떤 형제들은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사진에 전혀 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얘깁니다.

그 빛바랜 사진을 깔끔하게 액자 속에 넣는데는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습니다. 일주일치 용돈 몇 만 원을 다 쏟아 붓고도 몇 천 원은 외상으로 남겨 두었습니다. 아내는 이에 대해 마음이 별로 편치 않습니다.

“사진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왜 혼자서만 그래?” 액자는 한 개만 해.”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듣는 바가지 긁는 소리이지만 저는 그 일이 즐겁습니다. 설령 과도한 사진비용으로 점심을 굶을지언정 늘어가는 앨범과 사진액자들을 보면 오히려 배가 부른 느낌입니다.


우리 형제들 어릴적 사진입니다. 수십년째 앨범속에서 잠자던 이 추억을 꺼내 다듬었습니다.



-훌륭한(?) 사진 모델이 돼 준 아내, 앨범속에 고스란히...

그러나 저의 즐거움이 되는 앨범이나 액자가 쌓여가기까지는 많은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저야 좋아하는 일이기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겁게 작업을 하지만 사진(앨범)속의 모델이 되는 아내는 불만이 아주 많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앨범 속의 사진들은 아름다운(?) 모델과 멋진 자연배경으로 꾸며져 그럴싸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아내는 모기가 득실대는 풀밭에서, 가시 돋힌 장미 밭에서 웃음을 지어야 했습니다.

과거 뜨거운 여름날에도, 추운 겨울날에도 나는 아내를 끌고(?) 하루종일 배경을 찾아다니며 불평하는 그녀에게 훗날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니 참아달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좀 어려운 말로‘즐거운 고통’이라고 표현을 하며 아내에게 모델을 해 줄 것을 종용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촬영이 있는 날은 아내와 저 모두 파김치가 돼야 했습니다.

지금은 생활에 치이다 보니 예전처럼(연애시절) 왕성한 사진 활동을 못하지만 우리 부부는 자주 앨범을 들춰보며 지난날을 생각하곤 합니다. 연애시절 추억과 함께 촬영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도 한편의 추억거리가 돼 안방의 한구석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앨범 자주 들여다봐야 부부 사이도 좋아집니다

자, 여러분 어떻습니까?

빛바랜 앨범을 꺼낼 마음이 생겼나요? 그렇다면 주저하지 마십시오. 우선 앨범에 쌓인 먼지부터 닦아내고 천천히 펼쳐보도록 합시다. 행여나 수 년, 수십 년 동안 펼쳐보지 않아 사진이 비닐에 눌어붙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조심조심 꺼내어 새 앨범에 옮겨 보십시오.

혹시 사진 중에서 아주 어렸을 때의 가족사진이 있다면 사진관으로 들고 가십시오. 빛바래고 또 많이 구겨져 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너무 걱정 마세요. 사진관에 맡겨 놓으시면 깨끗하고 큼직한 사진으로 다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액자로 만들어 형제자매들에게 하나씩 돌려주십시오. 당신 덕분에 옛 추억을 찾았다며 아주 기뻐할 것입니다. 액자를 돌리고 나서 여유가 있으면 따로 한 장 뽑아 코팅해서 여러분의 승용차 안에도 하나 걸어두고요.

그리고는 생각하십시오. 사는 일에 치여 짜증나고 속상하고 화날 때 옛 사진을 보며 “내가 30년 전엔 이렇게 순수한 모습이었지”라고 말이지요. 마음이 순화될 것입니다. 쳇바퀴 돌 듯 부질없이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아보자고 여러분께 “앨범을 들춰보자”고 한 것입니다. 그래야 부부 사이도 좋아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