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기

비교적 고가 장난감 사주는데 몇년이나 걸리다니...

윤태 2009. 4. 19. 17:23



먹고 사는 일에 치여 아이 좋아하는 고가 장난감은 생각도 못한 현실

다섯 살인 큰 아들 새롬이는 장난감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어린이입니다. 갖고 싶은 것도, 놀고 싶은 것도 무척 많은 녀석이지요. 또래 아이들이 다 그렇지만요.

하지만 녀석에게 그동안 물질적으로 많이 해주지 못했습니다. 돈 주고 옷을 사본 기억이 없을 정도입니다. 장모님께서 직접 만들어주시거나 친척, 형제, 이웃들에게 얻어 입고 빌려 입었습니다. 그렇게 입어온 옷들 역시 동생이 입고 있습니다.

옷 뿐만 아니라 장난감도 마찬가지 입니다. 대부분 물려받은 것이지요. 사줘봐야 1, 2천 원짜리 자동차 장난감 정도입니다. 원격 조정되는 자동차나 레일 위를 달리는 기관차 등은 너무 사실 부담이 됐습니다.

솔직히 사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몇 번 사주려고 시도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내는 다음에 혹은 인터넷 쇼핑이 더 싸니까 인터넷에서 사준다고 했지만 역시 검색만 할 뿐 쉽게 구매를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금전관리를 하지 않으니 저 단독으로 비교적 고가의 장난감을 사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종종 백화점 상품권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역시 장난감 코너에서 빙빙 돌다가 결국 상품권으로 생필품을 구입하는 게 ‘스토리’가 돼버렸습니다. 공짜로 들어온 상품권이니 눈 딱 감고 비싼 장난감 사주자며 같이 매장을 가도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는 현실. 먹고 사는 생활에 밀려 큰아이의 장난감은 사실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새롬이는 장난감을 좋아하지만 사달라고 떼를 쓰는 경우가 없습니다. 아니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습니다. 그냥 매장의 장난감을 보면서 ‘멋있다’, ‘재밌겠다’ 하고 구경만 할뿐입니다. 이럴 때 보면 참 어른스럽기도 하지요.

그런데 며칠전 제가 비싼 장난감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방영된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소재 제공료로 받은 2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으로 ○○마트에서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 장난감을 사버렸습니다.

운 좋게도 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에 상품권이 도착해 아내 몰래 숨겨둘 수 있었습니다. 사실 며칠 전부터 계획된 ‘거사’였습니다. 장난감 증기기관차가 4만원, 7만 원짜리가 있던데 큰 맘 먹고 갔는데도 7만 원짜리는 역시 부담이 되더군요. 그래서 4만 원짜리 구매하고 나머지는 상품권으로 돌려받았습니다.

외식 한번 덜 하면 살 수 있었던 장난감, 왜 진작 못했을까?

집에 도착해 선물을 풀어놓는 순간, 새롬이는 하늘을 찌를 듯 좋아했고 아내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혹여 바가지를 긁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저더러 그걸 꼭 사주고 싶었냐며 진작 이야기하지 그랬냐며 저를 다독거렸니다. 진작 이야기해봐야 ‘다음에’, ‘어린이날에’, ‘인터넷에서 보고’ 이런 대답으로 당장 녀석의 기쁨을 채워줄 수 없는 것은 분명한 일인데 말이죠.

그렇게 ‘지르고’ 나서 장난감과 함께 좋아하는 녀석을 보고 있노라니 지난날이 후회가 되더군요. 저렇게 좋아하는 걸 왜 진작 해주지 못했을까? 외식 한번만 덜하면 사줄 수 있는 것을 꾸역꾸역 먹고 살겠다고 입으로만 들어갔으니 말이죠. 외식의 즐거움이야 한두 시간이면 끝나지만 장난감 증기기관차의 즐거움은 ‘마르고 닳도록’ 계속될 텐데 왜 그동안 그 경중을 따지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생각해보면 별일도 아닌데 제가 세상을 너무 복잡하게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해줄수 있는 일인데 생활에 떼밀려 살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