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조각 모음

비몽사몽으로 교통 상담원과 통화하다보니....

윤태 2010. 9. 23. 13:05




오늘 아침 8시 조금 안돼 성남에 도착했습니다. 몇시에 출발해야 길이 막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다가 새벽 6시에 교통정보 들어보고 출발했는데 길이 훤히 뚫려 있더군요.

어머니는 새벽 3시부터 일어나셔서 지금 가야 안막히니 빨리 챙기라 하시고, 언제든지 에미 말 안들어서 니들은 고생한다고 그러시고, 그 와중에  졸음은 쏟아지고 서해대교 부근에 안개가 많을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일어나보니 날은 엄청 춥고...아이들 그 상태에서 차에 태우면 감기들 것 같고...결국은 새벽 5시 넘어서부터 상경할 준비를 했습니다.

새벽부터 이렇게 바리바리 싸주셨습니다. 물건을 많이 내린 상태에서 촬영을 했는데 실제로는 더 많습니다 ^^



교통예보요? 미래의 교통상황을 알려달라고요?
저희는 예보는 안하는데요 ^^



비몽사몽, 도로교통정보를 알려주는 곳으로 전화를 걸었죠. 한국도로공사 1588-2504.
음성안내도 있고 번호를 누르면 각 노선별로 교통상황을 알수 있는데 비몽사몽이다 보니 번호도 잘못 눌러 상담원이 연결됐네요.

역시 비몽사몽 잠에 취한 목소리로,

“여보세요. 지금 서해안 고속도로가 막히는지요?”

“서해안은 소통 원활합니다.”

“네, 그럼 언제부터 길이 막힐 것 같나요?”

“네? 저희는 실시간 교통정보, 현재 교통정보만 알려드리는데요.”

“네, 그렇군요. 미래의 교통상황도 알려주시면 좋을텐데요. 교통예보요.”

“네, 그러시면 이따가 다시 전화해보세요.”

“네. 그러죠. 그런데 이따 전화하면 교통예보 알 수 있나요?” 아 참 교통예보는 안된다고 했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역시 사람은 술을 마시거나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거나 통화를 하면 뭔가 오류가 나게 돼 있습니다. 저의 귀차니즘이 빚어낸 정말 황당한 통화 내용 아닙니까?

따끈한 이불속에서 비몽사몽 전화 하면서 잠시라도 따끈한 그 속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과 욕구, 그리고 당장이라도 출발해야 하는 현실이 충돌을 해버렸네요. 그래서 이 같은 참으로 얼토당토 하지 않은 상담원과의 대화가 나온 것이죠. 상담원이 좀 당황했을겁니다. 미래의 교통 예보라?? ㅋㅋ

어머니 이야기가 맞는 이야기입니다. 귀찮더라도 부지런히 움직이면 그 만큼 편리해지는 것이고 지금 당장 편하고자 한다면 나중이 불편한게 사실이죠.

딱 한 시간만 더 자고 해가 막 떠 오르기 시작할 때 출발해야지, 아마 그 시간에는 차가 별로 없을거야, 대부분 달게 자고 있을거야. 좀 부지런한 사람들은 막 아침 밥을 먹고 있을 거야, 빨리 고속도로에 진입하면 나는 기분좋게 서울에 갈 수 있을거야.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계시죠? 하지만 수만, 수십만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동시에 하다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시간이 막히게 되는 것이죠. 반대로 무척 극심한 거라고 예상했던 시간엔 오히려 한가하고 말이죠.

이번에 고향 내려갈 때 그랬습니다. 20일(월) 오후부터 정체가 극심할 거라고 언론에서 집중 보도했습니다. 특히 아이들 학교 끝나고 직장인들 반나절 근무하면서 오후 2시 경부터 정체가 극심할거라고요.

그런데 웬걸요. 제가 그날 오후 3시에 고속도로 타기 시작했는데 전혀 밀리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리만큼요. 제 짐작으로는 언론에서 워낙 그 부분을 강조하다보니까 운전자들이 아예 겁을 먹고 그 시간대를 피한 것 같더라구요. 저는 ‘아이구 죽었다’ 라고 생각하고 길을 나선것인데, 거의 횡재하다시피 편하게 고향마을에 도착할수 있었답니다 ^^

여하튼 중요한건 잠 덜 자고 조금 고생하면 후일이 편해진다는 겁니다 ^^


잠을 포기하고 부지런떨면 오가는 길이 좀더 편할 것이고 지금 당장이 편하면 후일이 불편할 겁니다.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