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조각 모음

설거지는 해주는게 아니라 같이 하는 겁니다

윤태 2010. 8. 17. 06:02



가사는 같이 해야하는데 피곤하다는 이유로 같이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내가 돈 벌어다 줄테니 살림이나 잘해? 위험하죠


저는 늦게 퇴근할 때가 많은데 저녁식사만큼은 집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 아내도 요즘 미용예술학교 다니느라 무척 피곤한데 식사를 끝내자마자 아내가 반쯤 감긴 눈으로 ‘애원조’로 묻습니다.

“설거지 해줄 거지?”

아내는 미처 못한 빨래를 해야 한다며 설거지를 제게 부탁합니다. 저는 식탁을 둘러봅니다. 설거지거리가 간단합니다. 밥그릇 두 개, 숟가락, 젓가락 두 쌍. 저는 이내 “오케이”를 외치며 고무장갑을 끼고는 아내를 싱크대 앞에서 밀어냅니다.

설거지감이 많았더라면 나는 설거지를 거절했을지도 모릅니다. 또 내 몸이 피곤하면 아내의 설거지 부탁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내몸이 피곤하면 가사를 같이 하자는 아내의 말이 잘 들어오지 않는건 사실입니다.
요즘 젊은 신세대 부부들 중에 맞벌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시겠지만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돈 열심히 벌어다 줄테니 살림이나 잘해”라는 식의 남성우월주의 사상은 맞벌이를 하는 젊은 세대 부부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사표를 늘 가슴(마음)에 품고 다니며 직장 생활을 하는 남성 여러분. 먼저 퇴근해 들어온 아내가 “이것 좀 도와줘, 빨래 좀 같이 널어줘”등의 요청을 하면 여러분은 어떡하시겠습니까?

“에이 피곤해, 당신이 좀 해”라고 말하며 설거지나 빨래 등 집안일을 단지 ‘아내의 일’로 치부하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결혼 전에는 집안일 등 아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다짐 또는 약속하고 결혼초기엔 열심히 도와주다가도 1, 2년 지나면 본척만척 집안일을 ‘아내 전담’으로 생각하시는 남성분들이 많더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스갯소리로 “어, 잡은 물고기한테는 먹이 안 준다 그거지? 늙어서 어디 두고 보자”며 농담을 던지는 경우도 있습니다(제가 아내의 설거지 요청을 거절할 때 빠짐없이 나오는 말).


전에 찍어놓은 사진인데요 ^^ 지금은 맘은 굴뚝같은데 자주 실천하진 못하고 있습니다 ^^

주부들의 가사노동 급여로 치면 150만원

‘남자가 직장에서 스트레스 더 많이 받는다(?)’뭐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아내에게도 물어보십시오. 직장에서 오늘 하루 어땠는지 말입니다.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말 못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결론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아내와 남편이 똑같이 힘들다는 얘깁니다

아이를 키우며 직장 생활하는 여성들은 더욱 더 고충이 많습니다. 이른바 ‘3중고’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애 키우랴, 직장 다니랴, 집안일 하랴.

가사노동을 돈의 가치로 환산했을 15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직장을 다니지 않는 전업주부에 한정했을 때의 경우입니다. 하물며 직장생활과 동시에 집안일을 병행하고 있다면 그 금액은 더욱더 커지겠지요.

저는 굳이 이러한 수치를 따져가며 가사노동의 가치를 크게 부여하고 이 때문에 남성이 가사일을 도와야한다는 당위성 등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가정 일을 도와줌으로써 아내가 전담하다시피 한 가사 일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고 나아가서 부부간의 화목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는 요소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논리를 펴는 저를 향해 혹자는 “남자 맞아?”하면서 사대부 선비가 입는 도포를 꺼내들려 하는 분도 있을 줄 압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아내가 설거지나 기타 집안 일을 요청했을 때 “알았어, 내가 할게. 좀 쉬고 있어”라고 말을 한다면, 아내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할 것입니다.

꼭 ‘도와줘서’가 맛이 아니라 그‘마음’에 아내는 감동을 하는 것입니다. 화목을 견고히 할 수 있다는 말, 어떻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