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교사의 학습일기

성(性)에 대해 왜 바로 알아야하는지 물어보니.....

윤태 2010. 9. 18. 11:14


음식물 쓰레기 통에서 발견된 영아, 누가, 왜 그랬을까?


충북 제천에서 갓 태어난 영아가 탯줄이 붙어 있는 상태로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며칠전에 있었죠. 9월 15일 새벽에 일어난 사건이니 엊그제 일이네요. 지난 수요일에 관련 기사가 인터넷에 뜨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영아는 즉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지난해 여름 제주에서도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갓 태어난 아기로 보이는 영아가 숨진채 발견됐고 또 같은해 전북 군산에서도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영아가 발견돼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또 제주도로 수학여행온 여고생이 출산 후 아기를 병원 변기에 버리고 도주하는 일도 있었지요.

그런 사건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네요. 비닐 봉지에 싸여 버려진 영아도 있고 말이죠. 예전에는 남의 집 앞에 포대기 고이 싸서 놓고 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 무책임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네요. 주로 젊은 사람들이 이런 현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제가 수업하는 당당하자 성 관련 수업 교재입니다. 비록 그림이지만 아주 자세하게 나와있습니다. 남녀 성기의 성감대까지 나와 있습니다. 6학년 아이들이 쑥스러워할만 합니다. 하지만 교육은 필요합니다.



성에 대해 왜 바로 알아야 하니? 라고 물어보니
"잘 몰라서요, 안가르쳐줘서요"라고 대답들으니 '답답'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 못하면 토론 선생님이라도 알려줘야지~~

음식물 쓰레기통 영아 발견 기사가 인터넷에 뜬 날 저녁, 저는 6학년 여자아이들과 함께 ‘당당하자 성’이라는 책을 가지고 토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토론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저의 강의였죠.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해주지 않는 성교육을 독서토론 교사인 제가 해야하다니....음, 학교에서 하는건 성교육이 아닌 그냥 생물교육이죠 (임신->출산)

그런데 녀석들이 머리좀 컸다고, 자꾸 이 수업을 피하려고 하는겁니다. ‘당당하자 성’이라는 수업교재가 성에 대해 워낙 적나라하게 내용구성이 돼 있어 얼굴이 벌개져서 그 내용과 그림을 보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으니까요.

그날의 토론 핵심 질문은 “우리는 왜 성에 대해 바로 알아야 할까요?” 입니다. 그런데 녀석들의 대답은 “잘 몰라서요. 안가르쳐줘서요.” 등등 심도 있는 이야기가 안나오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성에 대해 어른에게서 배우지 못했는지, 어른들이 왜 안가르쳐 주는지 등을 또다시 묻고 들어가야겠죠.

성에 대해 바로 알지 않으면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생각해보면 이야기하기 좀더 쉬울텐데요.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통 영아 발견 이야기를  수업에 접목시키기 위해 꺼내들었습니다.

“어떻게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금방 태어난 아기가 발견된 거지?”
“누군가 버렸어요.”
“도대체 누가 그랬을까? 어른일까? 중고등 혹은 대학생일까?”
“글쎄요...”
“선생님 생각에는 아마 나이가 아주 어린사람이 아이를 낳은 것 같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여하튼 그런데 이 아기가 왜 태어났을까?”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요.”
“자자, 그런 생물학적인 원인 말고 근본적인 원인부터 찾아보자구. 왜 태어난걸까?”
“남자와 여자가 그걸 해서요.(키득키득)”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중간에서 끊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설명들어갔습니다.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치 않은 아이가 태어난 것일 수 있어.”

피임이라는 의미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있었으나 피임 방법은 제대로 모르고 있는 6학년 여자 아이들.

이렇게 해서 자연 피임법부터 시작해 기구를 이용한 각각 남녀 피임법, 피임약, 성폭행(남성이 여성을, 여성이 남성을, 남성이 남성을, 여성이 여성을), 원조교제 현상, 성매매, 부부관계, 성적 욕구 발산 등등등등등등~. 성에 대해 최대한 많은 지식과 현안들을 아이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다시 토론 수업으로 돌아와서 핵심 질문인

“왜 우리는 성에 대해 바로 알아야 할까요?” 다시 물어보니

“바로 알지 못하면 성폭행이나 원치 않는 임신 등으로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고~~~”

수업중 제가 얘기했던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오는 겁니다. 토론이라기보다는 그냥 1시간 30분 동안 모여 앉아 성교육 자세히 받았다고 하는게 맞을 겁니다.

매년 하는 수업이지만 아이들이 성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어른들이 ‘5만원 줄게 한번 오라’ 고 하면 좋다고 달려올 아이들이 주변에서 보면 수두룩합니다. 가정에서 심각하게 성교육좀 해주세요. 언제까지 감춘다고 되는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