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만나다

'세상의 이치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저희 집을 방문했는데....

윤태 2009. 7. 18. 17:51



택배라고 해서 문 열었더니 '세상의 이치 공부하는 사람들'이라?



방금 전 있었던 일입니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택배가 오기로 한 날이죠. 오늘이요.

“누구세요? 택배인가요?”
“네.”

일(?)을 마무리 하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책 한질이 택배로 오기로 했는데 여성이 택배직원이라?

문을 여는 순간 두 명의 여성이 서 있는데 순간 문을 닫고 잠궜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건 “도를 아십니까?” 이었습니다.

“아니, 택배라고 하시더니만 무슨 일인가요?”
“네, 저희는 세상의 이치를 공부하는 사람들입니다.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세상의 이치요? 글쎄요, 따로 공부안해도 될 것 같은데요.”

그 여성들은 집에는 안들어갈테니 그냥 밖에서 이야기하자고 하더군요. 저는 관심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 후 몇분동안 문이 잠긴 상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아마 그 여성들은 제게 어떤 가능성을 봤던 것 같습니다. 어지간하면 문 잠고 아무 대꾸 없으면 그냥 가기 마련인데 제가 몇마디 대꾸해준 것에 대해 문을 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목이 타서 그런데 물 한잔만 주시겠어요?"
-죄송하지만 못드립니다  "그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목이 타서 그러는데 시원한 물한잔만 주실수 있나요?”
“죄송합니다. 물 못드립니다. 물을 드리는 순간 1시간 이상은 잡혀있을테니까요.”
“아니, 그냥 밖에서 마실게요. 정말 목이 말라서 그러니 물 좀 주세요.”
“못드립니다. 이런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라서요. 죄송합니다.”
“아이구, 너무 야박하시네요. 진짜 목말라서 그런데...”
“야박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것이 지금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가호호 방문해서 이러시는건 안좋아 보입니다.”

그들은 밖에서 사람을 못 믿느니, 그래서 세상의 이치를 배워야 한다니 하면서 계속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집 안에 두명이 있니, 세명이 있니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제 대꾸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다음에 다시 방문한다고 하면서 위층으로 올라가더군요. 위층에서 들리는 소리 “딩동.”

예전에는 “도를 아십니까? 기를 아십니까? 혹은 ”인상이 무척 좋아보이십니다“ 이런식으로 접근해서 사람 정신을 빼놓더니 요즘엔 ‘세상의 이치를 공부하는 사람들’로 바뀌었나 봅니다. 뭔가 신선한 것으로 바뀌는 추세인가보죠.

글쎄요. 1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에 그 중 한분의 얼굴은 봤는데 인상이 그리 나빠 보이진 않았습니다. 어떤 종교를 선전하러 다니는 사람들 같기도 했구요. 그 종교가 어떤 믿음이 있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설명은 들어보지 않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런식으로 전파하는 방법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집집마다 방문해 그런 믿음을 꼭 전파해야할까? 나는 "불편하다"

지금도 제 주변에는 그런 분들이 있습니다. 대형사고, 참사, 집중호우, 지구온난화 등 이런 재앙들은 이미 다 예고돼 있다고요. **를 믿으면 그것을 피해갈 수 있다고요. 이런 재앙들은 **에 이미 수만년전부터 다 나와있는 사실이라며 그것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종교적인 믿음과 과학적인 사실 사이에 저는 아직 종교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그냥 과학적인 사실에만 근거해 그 종교를 믿음으로써 그런 재앙을 피해갈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절실한 신자 입장에서는 제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말이죠.

세상이 많이 흉흉해졌습니다. 서로 믿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더불어 살아간다면 좋겠지요. 이상적인 세상, 유토피아 같은 세상 말이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이 전하는 말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어떤 이치인지는 모르지만 집안에서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으로 불편합니다.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 걸까요? 가가호호 방문맨, 방문 우먼들.

물 한잔만 달라고요?

죄송하지만 이런 경우 물 한잔 절대 내드리지 않는 것이, 아니 그러지 못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글쎄요. 세상의 이치란 무엇일까요? 어떤 믿음을 전파하려는 걸까요?? 하지만 이런식으로 가가호호 방문해 물 한잔을 매개로 사람 혼은 빼면서 뭔가를 설득하고 전파하는건 좋아보이지 않습니다.(이 사진은 이 글과 전혀 관련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