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만나다

손자에겐 할머니, 또래 동네 아이들에겐 아줌마

윤태 2009. 9. 11. 08:10

아줌마와 할머니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옆집에 한 할머니가 계십니다. 아니 아주머니가 계십니다. 아니, 아니 모르겠습니다. 할머니인지 아주머니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니 이제부터 ‘그 분’이라고 칭하겠습니다.

3년전 이곳에 이사왔을 때 그분에게는 생후 약 100일 정도 되는 손녀가 있었습니다. 우리집은 생후 10개월 된 큰녀석이 있었습니다. 각각 아기들을 안고 골목으로 나와 있다보면 공통 관심사인 아기 문제로 금세 친한 이웃이 됩니다.

그렇게 집앞 골목에서 자주자주 부딪히며 이웃으로 지내수 있었습니다. 종종 그 분 집에 놀러가기도 했지요. 저는 아니고 아내만요.

그 후 3년 이라는 세월이 흘러 우리집 녀석은 말 잘하는 다섯 살이 됐고 동생도 태어났습니다. ‘그 분’도 마찬가지 얼마 전에 둘째 손자를 보시게 됐습니다.

그런데 참 애매모호한 상황이 생겼습니다. 두 아이의 할머니인 ‘그 분’. 골목 앞에서 아내와 이야기 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되는데 종종 우리 큰아들에게 “○○아, 아줌마가 아이스크림 사줄테니까 우리 ○○이 하고 같이 슈퍼로 가자.” 하시는 겁니다.

그분의 손녀와 우리 집 아이는 불과 10개월 차이밖에 나지 않는 또래인데요. 우리집 아이에게는 ‘아줌마’ 로 보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 그 분의 손녀에게는 상황이 또 달라집니다. 손녀와 대화하는 것 들어보면 “○○아, 할머니가 업어줄게. 얼른 업혀” 이런 상황이죠. 똑같은 상황에서 친손자, 손녀에게는 할머니, 옆집 아이에게는 아줌마로 호칭이 달라지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내도 좀 헷갈려합니다. 그 분을 뭐라고 칭해야할지 당황스러운거죠. 그 분은 50대 후반으로 보이고 큰 딸이 30대 초반입니다. 정확한 연세는 모릅니다. 어찌보면 할머니와 아주머니의 경계선이라고 해야할까요? 물론 아내나 제가 볼 때는 아주머니가 맞습니다만, 우리 아들녀석이 볼 땐 할머니가 맞습니다.

다만 자신의 손자, 손녀들에겐 할머니이고 또래 동네 아이들에겐 아주머니로 불리고 싶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식구들끼리는 할머니라는 점을 절대 부인할 수 없지만 밖에 나오면 최대한 젊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랄까?

예를 들어 남자들도 아는데서는 유부남이고 모르는데 가서는 총각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


이런 상황이라면 할머니일까? 아주머니일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