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교사의 학습일기

수업 시간 고슴도치 바지주머니에 넣다가 생긴 황당한 일

윤태 2010. 6. 26. 07:21

제가 하는 일은 가정을 방문해 모둠으로 독서토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죠.

바로 어제, 그러니까 수업 시작 전 아직 두 명의 친구가 아직 안와서 기다리는데 아이들이 집에서 기르는 고슴도치를 방으로 가져왔더군요. 고슴도치는 야행성으로 낮에는 바위틈이나 구멍에 숨어 있는 녀석이죠. 자꾸 어디론가 숨어들어가더라구요. 제가 안아주니 자꾸 남방 앞단추 틈사이로 비집고 들어오지 뭡니까, 배가 근질근질할 정도로.

아이들이 제 주머니에 한번 넣어보라고하더군요. 별 생각 없이 바지 주머니 입구에 머리를 넣으니 녀석이 꾸물꾸물 기어들어갑니다.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자자, 이제 그만 나와라! 수업해야지!, 얘 도치야!”

그런데 이게 웬일? 녀석이 몸을 둥그렇게 공처럼 말고 가시를 바짝 세우고 나오지를 않는겁니다. 손을 넣으면 넣을수록 더 깊이 들어가서 잠을 자고 있는겁니다 ㅠ.ㅠ 밤송이가 양말속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똑같은 원리입니다. 가시 방향이 한쪽으로 돼 있어 들어갈 땐 슬슬 들어가도 나올 때는 딱 걸리는 겁니다(예를 들어 우산을 작은 틈에 넣고 약간 펼친다음 그 틈으로 빼려는 상황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엄청난 가시가 안으로는 허벅지를 찌르고 밖으로는 옷을 뚫고 나오고... ㅠㅠ. 한 아이는 등긁개로 때려서 꺼낸다고 하고 그러다가 다친다고 저는 말리고.... 바지를 벗어 거꾸로 쳐들어 쏟아낼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친구집에 어른도 없고 여자3, 남자 1명으로 이루어진 모둠인데 그 어떤 상황이라도 바지를 벗을 순 없는 일이었습니다)

허벅지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들었지마 어찌해서든지 빼내야했습니다. 결국 고무장갑을 끼고 주머니를 뒤집어 까면서 천천히 녀석의 몸을 끌어당겼습니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안다치게...

겨우 그렇게 꺼낼 수 있었습니다. 회원 아이는 화장실에 가서 바지를 벗어 거꾸로 털어서 꺼내라고 했지만 이게 어디 될법한 이야기입니까?

“윤 모 방문교사 회원집에서 바지 벗다?”  앞 뒤 다 짤라 먹고 요렇게 기사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ㅎㅎㅎ 

따끔따끔하고 쓰리쓰리 느낌이 있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허벅지 쪽 살점 떨어져나가고 죽죽 핏발이 설 정도로 몇 군데 긁혔더군요. ㅠ.ㅠ. 약발랐습니다. (이건 인증샷 불가!!!)

제 몸매가 좀 호리호리했기에(?) 망정이지 허벅지 두껍고 바지가 타이트 했더라면 아마 가위로 바지주머니 오려 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ㅋㅋㅋ 


네티즌 여러분!!

아무리 고습도치가 귀엽고 재밌고 신기하거나 궁금해도 소매나 바지 주머니 등에 넣는 ‘무모함’을 보여서는 안됩니다. ㅋㅋㅋ  고슴도치는=밤송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지 주머니속에 들어가 잠을 자고 있는 고슴도치 녀석!

손으로 끄집어 내면 절대 안나옵니다.

바지를 억지로 뒤집어 조금조금씩 빼냈습니다. 고무장갑 끼고요..

밤송이만큼 단단합니다. 가시 말이죠.

대낮이니 한참 자고 있습니다.

고슴도치를 절대 바지주머니에 넣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