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기

시험 불합격한 아내, 남편 탓입니다

윤태 2010. 10. 21. 08:34

최악의 컨디션으로 헤어미용 실기시험을 본 아내. 제가 시험시간에 전화만 하지 않았더라도 하는 생각이 지금도 듭니다.



미용학교에서 실기 시험, 아내만큼만 하면 전부 합격한다고?

며칠전 헤어미용 실기 시험을 본 아내가 낙방했습니다. 참으로 허망해 하더군요. 주말에도 미용학교 나가서 정말 열심히 실습하고 퍼머 말아 올리면서 열과 성을 다했는데 말이죠.

미용학교 선생님도 아내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모양입니다. 평소 미용 학교애서 다른 수강생들에게 말하길 “김령희(아내) 씨 처럼만 하면 된다, 합격한다” 이렇게 말씀을 하곤 하셨답니다. 마치 모범이나 표준이 된 것 같은 상황이더라구요.

아내가 뭔가를 하면 꼼꼼히 잘하는 성격인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려서 문제가 되곤 하죠. 예를 들어 제가 하면 5분이면 끝날 설거지를 아내는 30분 이상해야 하는 문제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기시험 당일, 아내의 몸 상태는 사상 최악! 기다시피해 시험장 도착

여하튼 헤어미용 실기 시험 전날부터 아내의 몸 상태가 썩 좋아보이질 않았습니다. 으슬으슬 춥고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근육통과 함께 두통도 온다고 했습니다. 허둥지둥 약을 챙겨 먹긴 했습니다만, 별로 시원찮은 듯 했습니다.

막상 실기시험 당일날 깨어보니 허걱!! 아내의 건강 상태는 최악이었습니다. 10년 가까이 살면서 이렇게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아내는 눈을 뜨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눈은 뜨려고 노력하는데 떠지질 않았습니다. 피곤과 피로와 통증이 천근만근 누르는 듯한 상황이었습니다.

미용 실기시험이고 뭣이고 병원서 우선 링거라도 한대 맞으라고 이야기했지만 아내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거의 기어가다시피 할 정도로 몸을 움직여 천안 실기 시험장으로 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밤에 최악이던 몸 상태가 낮시간이 되면서 아주 조금, 서서 퍼머 마는 실기 시험을 볼 만큼은 기운이 돌았다는 겁니다.

아내 걱정돼 건 전화가 감점 요인이라...ㅠ.ㅠ

몇시부터 정확히 실기시험이 시작되는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얼마나 걱정이 되겠습니까? 오후 2시 넘어 아내에게 전화를 해봤습니다. 받질 않았습니다. 실기 시험을 보고 있는 중이려니 생각했습니다. 한 시간 후에 다시 전화를 했는데 이번에는 중간에 자동응답으로 넘어갔습니다. 역시 시험 중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저녁때 몸시 지친 상태의 아내가 돌아왔습니다. 몸이 그렇게 안좋아서 어떻게 실기시험을 봤냐고 물으니 그럭저럭 최선을 다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저더러 왜 자꾸 전화를 했냐고 합니다. 시험 중에 두 번씩이나 진동이 세게 울려서 당황했다고 했습니다. 시험중에 전화울리면 감점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시험중 전화는 컨닝 형식으로 돼는 거죠. 허걱!! ㅠ.ㅠ

그 사실을 미리 알려줬으면 제가 전화를 절대 안했을텐데 말이죠. 저는 단지 걱정이 되고 궁금해서 전화를 한 것인데 그것이 감점요인이 됐다니....아내도 실기시험볼때는 전화를 꺼놓을 것이지....하면서 왜 그것을 미리 챙기지 못했냐며 저는 아내한테 뭐라고 하고...그러면 아내는 다른 사람 핸드폰은 진동이어도 조용한테 자기 폰은 옛날 것이라 너무 진동이 커서 심사위원들한테도 다 들렸다고....

아내는 실력탓이라 겸손하지만...나 때문에 감점 돼 떨어진 것 같아..

닷새 뒤 합격자 발표에 아내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성적을 확인해보니 3점이 모자라 불합격 됐더라구요. 이번 불학격에 대해 저는 모두 제탓이라고 합니다.

내가 전화만 하지 않았어도....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전화를 하다니....

그 다음 어쩔수 없는 불가항력 탓을 하기도 합니다.

“아, 그날 컨디션만 평소 같았어도 좋은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을텐데...”
왜냐하면 미용예술학교 선생님도 응당 그리 생각하셨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내 생각은 다릅니다. 아내는 이번 시험 불합격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내 실력이 부족해서 그래.”

글쎄요. 세 개 이유중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모릅니다. 제가 한 전화로 분명히 감점이 된건 사실이고 얼마의 감점처리가 됐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에 또 한번 실기 시험이 있습니다. 한번 떨어졌기 때문에 도전하는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해 줬고 연습할 시간을 더 벌었습니다. 합격해서 대강대강 학교에 나와 수업받는 친구들보다 더 많은 공부와 실습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번 불합격이 안겨준 혜택이었습니다.

긍정 마인드 go go 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