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교사의 학습일기

신종플루 손씻기, 남자 교사가 화장실에 쉽게 못들어가는 이유

윤태 2009. 9. 16. 13:45



손씻고 수업 실시 강화 방침 내려졌지만...


최근 들어 신종플루 사망자 및 감염 확산정도가 좀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래 저래 걱정이 떠날 날이 없네요. 전체적인 불안감도 그렇고 제가 하는 일도 직결돼 있다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초등생 독서토론 방문 지도교사다보니 아이들 집에 들어가 수업하기 전 반드시 손을 씻고 수업을 하게 돼 있습니다. 본사에서 이와 관련해 공문 나오고 안내문 어머니들께 돌리고 매우 민감합니다. 만약 교사가 철저히 하지 않아 아이들에게 옮기라도 하면 회사나 아이들이나 큰 타격이 올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교사들 중에 손을 잘 씻지 않아 어머님들이 본사에 불만을 터트리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은 교사들이 활동하다 보니 그럴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저도 종종 빠트릴때도 있으니까요. 본사에서 이 문제로 고객 불만이 발생하고 있으니 꼭 손씻기를 하고 수업들어가라고 문자가 오늘 왔더군요.

고객들 입장에서도 좀 그럴겁니다. 방문 교사가 알아서 손을 씻으면 좋지만 들어오자마자 교사에서 “손부터 씻으라”고 말씀하시기가 쉽지 않습니다. 뭐 어머니들 성격에 따라 가볍고 농담삼아 말씀하실수도 있지만 뭔가를 매우 조심스러운 어머니들 입장에서는 그 말이 쉽게 나오질 않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히 말씀하셔야 할 부분인데도 그 멘트가 교사를 ‘경계’하는 뉘앙스를 풍길수도 있으니까요. 말씀하시기도 그렇고 가만 계시자니 괜히 불안하고 말이죠. 결국 교사 면전에서는 그런 말씀 못하시고 본사 고객센터 등에 전화하셔서 손씻기를 철저히 해달라 당부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어머니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죠.

널브러져 있는 속옷 빨랫감과 생리용품 눈에 확 들어와...대략난감

그런데 남자 지도교사인 저 같은 경우, 화장실에서 손씻는데 좀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아이들 집 화장실에 들어가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죠. 어떤 경우는 위, 아래 속옷이 빨랫감으로 널브러져 있을때도 있고 생리용품이 눈앞에 펼쳐질때도 많습니다. 혹은 화장실 청소가 너무 안돼 시커먼 물때, 비누때, 변기 등이 보일때도 있지요.

그도 그럴만한 것이 제가 수업하고 있는 지역이 거의 대부분 넉넉지 못하게 살아가는 분들이고 생업에 바빠 하루종일 일터에 나가 계시니 집안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주말이나 돼야 말끔히 청소도 하시고 빨래도 정리하실 텐데 주중에는 그게 쉽지 않은 것입니다. 주말까지 빨래가 척척 화장실에 쌓여가는 것이지요.

이런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 괜히 어머니께서 무안해하실까봐 제 마음이 선뜻 내키질 않는 것입니다. 물론 어머니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실수도 있는 일인데 저 혼자 너무 크게 생각하는 일일수도 있겠지요. 반면 여성 방문교사들은 이 부분에 대해 남성보다는 어느정도는 무디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떤 날은 부엌 싱크대에서 손을 씻는 경우도 있는데요, 결정적으로 싱크대에는 비누가 없다는 점입니다. 퐁퐁 같은 세제를 쓰기도 좀 그렇구요 ^^

저희가 하는 일이 거의 여성조직이라 남자들에게 이런 애로사항이 있네요 ^^

이것저것 쉬운일이 하나 없네요.

신종플루 방지책은 손씻기가 가장 좋은 방법인데 특성상 그것마저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