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교사의 학습일기

신종플루 직격탄 이정도라니...

윤태 2009. 11. 4. 08:01


아침 극장가 '썰렁 썰렁' 관객 10명도 안돼


3일 아침 9시 50분에 시작하는 조조할인 영화를 보고왔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영화 동호회였다. 평소 9시 30분대의 조조할인때도 관객들이 꽤 있었는데 그보다 더 여유있는 시간대에 조조할인을 보는 사람은 우리 회사 사람들 빼놓고 다섯명에 불과했다. 날씨가 쌀쌀했던 탓도 있겠지만 신종플루 여파로 관객이 거의 없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와 인터넷을 켜니 또 누구누구 사망, 비고위험군 젊은 층 사망했다고 대문짝하게 기사가 떴다. 그룹 샤이니의 종현이가 신종에 걸려 가요계 비상이라고 떴다. 초중고 아이들은 연예인 누구누구가 신종에 걸렸다며 이야기 할 것이고 엄마아빠에게도 이야기 할 것이고...연예인이 걸렸다고 하면 파급 효과는 더 커진다.

며칠 전 처형 가족 세 명이 모두 신종에 걸려 그중 손위동서는 심하게 몸살을 앓고 난 후 지금은 완치됐다고 한다. 한번 앓고 나면 그 바이스러나 세균에 대한 면역력이 생겨 신종플루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며 한숨 돌리고 있다. 신종플루가 갑자기 변종이 생겨 면역방어체계를 교란시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신종 우려돼 수업 중단하는 회원들...생계에 직격탄

우리가 하는 일은 초등생 독서토론 모둠 수업이다. 가정 방문이다. 신종플루 확진이나 증상을 보이는 아이도 아닌데 갑자기 수업을 중단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즉 가족 중에 고위험군이 있어 아예 방어 막을 친 것이다. 한 해 커리큘럼은 마쳐야 하니까 12월까지만 수업하고 중단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어머니들도 계신다. 이러한 여파는 다른 모둠에도 영향을 준다.

신종플루 때문에 수업을 그만두는 아이가 발생하고 한두 달 후 중단이 예정되는 상황에서 신규로 이 수업을 받겠다는 아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학교 휴교령과 더불어 학원가들도 비상인데 우리 가정 방문 지도 교사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그달그달 일한 실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우리로써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의사도 아닌데 어떤 논리와 근거로 어머니들을 설득해 아이들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의사라고 해도 어머니들을 설득하긴 힘들 것이다. 어제도 신종 때문에 수업 중단을 밝히신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려고 하다가 그만둔다.

우리집도 고위험군 2명...어린이집 보내기 꺼려지지만..

사정은 우리집도 마찬가지이다. 큰아들 녀석은 천식기가 있어 조금만 뛰어다니면 콜록거리고, 작은 녀석은 생후 19개월이다. 따지고 보면 큰놈, 작은놈 모두 고위험군이다. 어린이집에서는 이미 자율등원 공지문을 보내준 상태이다. 녀석이 늘 콜록콜록하다보니 솔직히 어린이집 보내는 것이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안보낼수도 없는 노릇이다.

원내에서 발병한 것도 아닌데 단지 두려움 때문에 어린이집을 중단한다면 호들갑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어린이집 측에서 전화를 하며 등원해야한다고 우리 부부를 설득할 수 있을까? 우리부부는 그 설득에 넘어가야하는 것일까? 결국 발병한 것도 아닌데 신종이 우려돼 나의 모둠 수업 중단의지를 밝히신 회원 어머니께 이 수업을 계속해야한다고 설득 전화를 드리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별 것 아니라고, 감기보다 약한 수준이라고, 그냥 기침 몇 번 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가는 것이라고, 언론 혹은 여론이 너무 호들갑 떤다고...이런 말로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기에는 너무 깊었다. 생각 나름이지만 어떤 분은 이처럼 무딘 분이 계신가하면 극도로 예민한 분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아이들 앞에선 기침도 조심..흉흉해지는 인심

인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수업 도중 기침 한번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아이들이 혹은 어머니들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엄마,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몇 번이나 기침하시던데요.” 평소 같으면 아무 문제없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기침조차 제대로 혹은 시원스럽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질병 자체보다 이것이 가져오는 상호간의 신뢰와 믿음이 깨져 사회 문제가 된다며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학교 가기 싫어 일부러 신종플루에 걸리려고 노력하는 아이들도 많다는 기사가 떴다.  초등학생들을 대하다보니 진작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지난주에도 어떤 회원집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회원 동생이 열이 나서 어머니께서 안절부절 몹시 걱정하고 계셨다.

그런데 그 순간 한 친구가 “에이, 신종플루나 걸려버려라.” 하는 멘트를 듣고 깜짝 놀랐다. 물론 자기 친구의 동생이 걸리라고 저주하는게 아니라 본인이 걸려서 학교에 안갔으면 하는 바람을 외친 것이라 다행히 오해가 풀리긴 했지만 철없어도 너무 없다.

요즘은 참 답답하다. 일도 안 풀리고 일할 의욕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누구를 원망하고 탓해야하는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곧 발족해 활동을 시작한다고 하나 이게 무슨 소용인가? 날씨가 따뜻해질때가지 기다리는 수밖에...오늘은 날이 풀린다고 하니...

신종플루로 사람들의 인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이 혼란이 언제쯤 끝날까. 생계와도 직결된 이 문제..날이 따뜻해지기만 기다려야하는걸까? 그냥 답답한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