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하기

아나운서, 앵커들 "잠시전" 이라는 표현 왜쓰나?

윤태 2008. 11. 6. 13:45

우리말을 바르게 인도해야 할 방송 등 매체들의 우리말 사용, 문제 있다



선관위는 잠시전 12시부터 개표를 시작했습니다.

잠시전에 대통령이 경제부처 장관들과 긴급회동에 들어갔습니다.

김총재 지지자 모임은 잠시전인 3시부터 종로 가두행진을 벌였습니다.


 요즘 매우 많이 듣는 말이다. ‘잠시전’이라는 말. 이 말을 주로 하는 사람들은 방송사 뉴스 앵커, 아나운서, 취재 기자, 라디오 MC 등 방송 전반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집에서 뉴스를 많이 보기도하지만 이동하는 시간 라디오, DMB 등을 통해서도 뉴스를 자주 접한다. 그런데 아주 자주 나오는 말이 바로 ‘잠시전’이다.

그런데 ‘잠시전’이라는 말이 어디서 나온걸까?

‘방금전’, ‘조금전’ 이라는 말은 많이 써도 ‘잠시전’이라는 말은 좀 이상하다.

‘잠시후’, ‘잠시뒤’ 라는 말도 흔히 쓰는데 역시 ‘잠시전’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렇다.
 
‘잠시전’이라는 말은 없다. 모두 ‘방금전’이라고 써야한다. 위 예시문 3개에서도 ‘잠시전’을 ‘방금전’으로 고쳐야한다.

‘방금전’은 말하는 시점보다 1초 라도 지난 과거의 일을 이야기할 때 쓰고, ‘잠시후(뒤)’는 아주 가까운 미래, ‘곧’의 의미가 된다. 쉽게 정리하면 ‘방금전’과 ‘잠시후’는 말하는 시점에서 과거에 발생한 일이냐 미래에 일어날 일이냐를 구분 지을 수 있다.

(잠시+전)??
(방금+후)??

‘잠시전’이라고 표현한다면 ‘방금후(뒤)’라는 말도 있어야한다. 하지만 문법상 맞지 않는 말이다.

그런데 왜 아나운서나 앵커, 방송기자, MC 등 알만한 분들(?)이 이런 잘못된 표현을 쓰는걸까? 직접 물어보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유추 또는 추론하는 부분은 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방금전은 말하는 시점보다 1초라도 지난 과거이고 잠시후는 적어도 5~10분 후, 즉 ‘방금전’이라는 말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뉘앙스를 풍기는말이 ‘잠시후’이다. 따라서 ‘방금전’이라고 보도하는 경우는 매우 긴급한 일이기 때문에 ‘잠시’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 ‘잠시’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잠시+후’의 형태로 미래지향적으로 사용된다. (혹시 속시원히 이야기해줄수 있는 앵커나 아나운서, 기자 없나요? ‘잠시전에 대해서)


-"제 말씀은요..."라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다가 '버릇 없다'고 혼난 학생과 높임, 낮춤법 모르는 학교 선생님


아, 이건 여담인데요

갑자기 그게 생각난다. 제가 토론 수업하는 초등학생 아이가 해준 이야기인데요.
초등학생 5학년 아이가 학교 선생님에게


“제가 어제 선생님께 드린 말씀은, 청소를 길동이와 바꿨으면 하는 거였는데요.”이렇게 말을 했더니 학교 선생님이 버럭 화를 내시며


“버릇없게 말씀이 뭐냐, ‘말’이라고 해야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국어과목 선생님인지 아닌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국어, 어휘면에서는 학생만도 못하네요 ^^

‘말씀’은 상대를 높임과 동시에 자신을 낮추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에 5학년 학생의 표현은 예의를 갖춘 정확한 표현이죠.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아랫사람이 윗 사람에게 ‘말씀’이라고 표현안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위 선생님처럼 이 쓰임을 모르고 있으면 괜히 자신만 무안해지니까요!

그나저나 저 위 ‘잠시전’에 대해 명쾌한 설명 주실 분 계신가요???

방송사 뉴스도 예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