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기

아내가 무척 위대하고 자랑스럽게 보일 때

윤태 2009. 8. 26. 08:00

말끔하게 고쳐진 세면대 배수관, 사람 불러 한줄 알았는데 아내가 직접 했습니다.



고장난 화장실 세면대, 사람 안 부르고 아내가 직접 고쳤을 때
전세사는데 애매모호한 집수리 비용 고민하다 아내가 직접 고친 사연

전부터 화장실 세면대 금속배수관에서 물이 조금씩 새더니 며칠전 급기야 금속배관이 거의 뚫렸습니다. 너무 오래돼 낡아서 구멍이 난 것입니다. 세수할때마다 발등으로 콸콸 쏟아지는 물줄기!

임시로 구멍 뚫린 곳을 비닐로 이어 물줄기를 잡긴 했는데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사람불러다 고치면 그만인 것을 왜 그리 고민하고 있냐구요? ^^

저희가 전세를 살고 있는데 어찌 보면 이렇게 자잘한 것까지 집수리하면서 비용을 대달라고 하기도 좀 그렇더라구요. 집주인이 멀리 살기도 하지만 지난 4월 전세 계약할 때 얼굴 한번 보고 말았으니 안면도 거의 없는 상태지요.

괜히 전화했다가 혹시 전세보증금 올려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구요. 그렇잖아도 요즘 전세가 올라간다는 소식도 들려오구요. 아마 이런 생각하시는 분들 저 말고 또 있을 겁니다. ^^

하지만 순전히 우리가 비용을 지불해 고장난 곳을 고친다는 것도 참 내키지가 않습니다. 안그래도 한달전에 싱크대 아래 물이 새 사람 불러 고쳤는데 몇만원 나오더라구요. 집주인한테 얘기도 못하고 그냥 그러고 있던 터에 이번에는 세면대가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애매모호한 상황. 살다보면 명확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서성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하지만 빠듯하게 살아가는 상황에서 예상외로 지출이 생기면 몹시도 힘들어집니다. 넉넉하면 이런 것쯤 전혀 신경 안 쓰고 스스로 척척 할 수 있겠지만 말이죠.

그런데 어제 출근해 들어왔다가 세면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구질구질 물새던 배수관이 반짝반짝 빛나는 새것으로 말끔히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죠. 세면대 안 물 가두었다 뺐다하는 고무까지 교체됐더군요.

당연히 사람을 불러 수리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아내가 직접 해버린 것입니다. 설비가게에 들린 아내는 출장비 3만원에 부품비 1만여원이 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하기로 한 것입니다.

결국 설비 아저씨한테 교체하는 방법을 모두 익힌 후 1만원 주고 부품을 사들고 와서 모든 일을 해결해버렸습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게 부담은 되지 않았습니다.

원래 이런 일은 제가 해야하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아내가 더욱더 위대하고 자랑스러워 보입니다. ^^

낡아서 썩어버린 배수관,


차일피일 미루던 일을 아내가 순식간에 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