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조각 모음

아빠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면 가르쳐 줘라!

윤태 2010. 10. 15. 07:51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

아빠는 돈 버는 기계가 아니라 가정을 지키기 위해 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프로그램인 ‘오늘을 즐겨라’에서 나왔는데 초등2학년 어린이가 쓴 동시라고 하네요. 지금 이 시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고요.

그 기사에서는 돈버는 기계로 전락한 이 시대의 아빠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일어나기 전에 출근해서 잠들고 나면 퇴근하는 아빠들. 주중에는 그렇고 주말 일요일에는 피곤하다며 잠만 자는 아빠. 그래서 아빠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죠. 아이를 태어나게 해주는 생물학적인 아빠란 말인가?

아빠는 왜 있을까요?

아이가 먹을 간식을 상하지 않게 담아둘 수 있는 비싼 냉장고를 사주신게 아빠이고, 심심하지 않게 강아지를 사주신 것도 아빠일 겁니다. 아이를 이뻐해줄 엄마가 존재하게 된 것도 결국은 아빠 때문이 아닐까요? 물질적으로만 따져서 그렇긴 한데 저 초등생 2학년 아이가 당장 놀아주지 못하는 아빠의 빈자리만을 크게 생각해 아빠를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표현했을 때 아이에게 다른 방향을 설명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여하튼 이런 것들을 사들이기 위해 아빠는 오늘도 새벽별을 보며 출근을 하고 어둠을 헤치며 퇴근합니다. 눈에 보이는 그런 물질보다는 아빠의 정, 온기, 가족애가 더 필요하다고요? 가족간의 끈끈한 정을 다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같이하는 시간이 많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들기도 하거니와 가족들과 즐겁게 보낼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게 지금 현실이죠.

돈도 많이 벌어야하고 가정에도 충실해야 하는 남편

아내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돈 조금 벌고 일찍 들어오는 남편? 좀 많이 늦더라도 돈을 많이 가져오는 남편...중 어떤 경우를 선택하겠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이것도 아니죠. 돈도 많이 벌어와야하고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는 그런 가정적인 남편이 필요하다는건데, 음...몸이 두어개 정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6살, 3살 우리집 아이들도 아빠를 볼 때마다 “놀아줘”를 연발합니다. 잠깐 뭐 10분 정도 재밌게 놀아주면 “또, 또~”를 외치죠. 아빠는 따로 할일이 있기에 지금 안된다고 하면 뽀로통해지죠. 일 하는 중에도 자꾸, 수시로 달려 와서 놀아달라고 하고...지금 힘들다고 하고..

그런 와중에 녀석들이 엄마들에게 쪼르르 달려가 “엄마, 아빠가 안놀아줘.. 아빠 미워” 이럽니다. 안놀아주는게 아니라 못놀아주는 것이죠. 아이들과 하고 싶은 마음이야 저도 굴뚝같지요. 제가 하는 업무 특히 집중에서 준비해야하는데 녀석들이 한바탕 휘젓고 다니면 정말 일 준비하기 힘들어 집니다. 

“아빠가 안놀아줘, 미워.” 어린 두 녀석한테 이 말을 듣는 아빠 마음은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아내는 “얘들아, 아빠는 지금 놀아주고 싶은데 다른 일부터 먼저 하시고 놀아주실거야. 아빠가 싫고 아빠가 미워지면 안 되지. 너희들 아빠 없으면 따듯한 방에서 잠도 못자고 밥도 굶고 옷도 벗고 다녀야해. 아빠가 돈 벌어 오니까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살수 있는거야. 그래도 아빠가 밉고 싫으니? 아빠 엄마가 헤어져서 같이 못사는 아이들도 얼마나 많은데...너희들은 행복한거야”

아빠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아내. 정말 고맙습니다. 경제적인 것이던 본질적인 아빠의 존재던 아내가 자세하게 차근차근 잘 설명해준 것 같습니다.

참 힘듭니다. 밤 늦게까지 사람 대하면서 말 많이 하는 제가 하는 일의 특성상 더 힘이 들수 있습니다. 또 특성상 아무 때, 아무 장소에서나 맘 편하게 용변한번 시원하게 못보고 있죠. 일을 마치고 일터를 나올때에는 머리가 어찔하고 다리가 휘청해서 계단 난간을 부여잡고 있어야 할 때도 있죠. 역시 일의 특성상 온몸의 진이 다 빠져버리기 때문이죠.

힘들지만 그래도 가족이 있어 마음만은 행복하게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겁니다. 돈 버는 기계로 전락했다며 아이들과의 소통의 부재를 너무 아버지 탓으로만 돌리지 말아 주십시오. 어제 그 기사를 보면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고 오늘 새벽 이 글을 쓰게 된 까닭입니다.

대한민국 아빠를 대표해서.....드리고 싶은 글이었습니다

"우리는 돈버는 기계가 아니걸랑요"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야 늘 굴뚝같지만 쉽진 않습니다. 돈 버는 기계로 인식이 된다면 그것을 깨우쳐 줘야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