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교사의 학습일기

아이들 앞에서 허벅지 매질하면서 바란 것은?

윤태 2009. 6. 16. 08:46


자유롭게 토론하는건 좋지만 지나치면 곤란
수업태도 바로 잡는 방법... 이미 다 사용해

어제 수업시간에 넓적다리(허벅지)에 좀 심한 매질을 했다. 등긁이 효자손 넓은 부분으로 아이들의 자세가 흐트러질 때마다 쫙쫙 소리 나게 좀 심하게 매질을 했다. 열대 이상 때렸고 넓적다리 바깥부분이 피멍이 들었다.

매를 맞은 사람은 아이들(학생들)이 아니고 내 자신이다. 내 스스로를 내가 때렸다.

우리는 모둠으로 공동탐구 독서토론수업을 한다. 아무래도 초등학생들이고 주로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가정에서 공동탐구 토론을 진행하다보니 수업태도가 흐트러지고 산만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진중하게 토론 수업에 임하는 모둠도 있지만....)

그때마다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며 적절히 밀고 댕기며 수업을 진행한다. 따끔하게 혼내주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사주기도 한다. 때론 목소리를 높여 반성하게 하고 잘 하면 학용품을 주고 칭찬을 해준다.

장난이 너무 심한 경우에는 아예 도를 닦는 마음으로 수업에 들어가기도 한다. 당근과 채찍 즉 밀고 당겨도 안 되는 경우는 ‘도를 닦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자세를 바로 잡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 어머니께 수업태도에 대해 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학습 외적으로 수업태도 바르지 못한 것에 있어서는 엄마들을 무서워하니까.

그렇다고 실제로 수업태도에 대해 문자를 잘 보내지는 않는다. 물론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가끔씩 보내지만 그냥 시늉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수업 중에 휴대폰을 꺼내들면 아이들의 자세가 곧바로 잡히곤 했는데 요즘엔 ‘내성’이 생긴 듯 하다.

1, 2학년 저학년에서는 좀 통하는데 3학년 정도 되면 잘 통하지 않는다. 많은 가정 방문교사들이 수업태도 잡는 방법으로 써먹는 방법이라 이미 아는 친구들은 다 알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자유롭고 재미난 분위기속에서 책을 읽고 공통탐구 독서토론을 통해 자기생각을 펴내고 다른 친구 생각도 들으면서 다같이 생각주머니를 키우는 일은 분명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유롭고 재미난 분위기가 너무 넘쳐흐르면 공동탐구토론이 아니고 왁자지껄 장난판이 될 수 있어 곤란하다. 당연히 어머니들도 좋아하시지 않는다.

교육비가 들어가는 수업이기도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토론문화, 토론을 통해 리더십을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딱딱하고 무겁게 또 진지하게 진행하면 아이들이 교사에 혹은 수업에 흥미를 잃게 될 수도 있는 게 바로 공동탐구 독서토론 수업이다.

아이들이 잘못할때마다 선생님의 허벅지는 피멍든다

어제는 5, 6학년 아이들 수업을 하다가 내 스스로에게 매를 댔다. 여러 차례 말을 해도 안 되고 문자 혹은 직접 찾아뵙고 수업태도에 대해 상담을 하겠다고 해도 ‘반짝’ 그때뿐이다. 그래서 수업 중 과도하게 진행을 방해하는 말, 행동 등이 나올 때마다 내 스스로에게 매질을 했던 것이다. 좀 색다른 방법으로 수업태도를 잡고 있는 셈이다.

공부 좀 못하는 거 이해하고 남자 아이들이라 어느 정도의 장난기는 인정하지만 그 이상의 공동탐구토론을 방해되는 수업태도는 총 리더인 내가 잘못 이끌었기 때문에 내가 맞아야한다고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아이들 앞에서 스스로에게 매질을 했다. 어머니들 사이에서도 수업태도에 대한 지적사항이 나오고 있던 터였다.

이러한 내 행동에 대해 아이들은 움찔했다. 평소 대부분은 좋은 얼굴로 지냈는데 호되게 넓적다리를 내리치는 행동을 계속하니 말이다.

이 와중에 나를 시험하느라 일부러 장난을 부리는 녀석도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가차 없이 더 세게 내 넓적다리를 내려쳤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이 장난 부리던 녀석을 동시다발적으로 질타했다.

이건 자학이 아니고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내 자녀이거나 내가 공교육 교사라면 매를 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 굳이 따지자면 아이들은 내 사랑스럽고 귀여운 제자인 동시에 고객 입장이니 어느 한쪽만을 몰아 수업을 진행한다는 게 참 쉽지 않다.

허벅다리가 꽤 쑤시고 아프다.

이 아픔이 결코 자학의 의미로 끝나거나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단순한 통증으로 기억돼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각인돼 스스로 변화를 일으킬 뭔가를 줘야한다.

다음주에 수업 들어가 보면 알겠지....

내 스스로에게 댄 이 매가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을까...다음주에 수업 들어가보면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