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기

아이에게 매를 대 주세요 부탁하는 학부모

윤태 2010. 8. 24. 08:32

이제 학교에서 일체 체벌을 금지하는 법이 마련될 것이라고 하지요. 이를 두고 반발하는 교사와 찬성하는 학부모 등 양측이 대립을 빚고 있네요.하지만 체벌을 원하는 어머님들도 계시더군요.




교사가 너무 친절 상냥하면 아이들이 우습게 본다

요즘 들어 제가 수업하는 두 친구가 수업 준비도나 참여도 등에서 좀 안 좋아진 사례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숙제 등을 안 하고 대충대충 하면 된다는 인식이 요즘 들어 강해지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방학동안의 헤이해진 탓도 있겠지요.

제가 진행하는 독서토론 수업은 특성상 아이와 교사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교사가 그 모둠을 어떻게 전체적으로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수업의 질이 달라집니다. 물론 수업의 질을 결정하는 기본은 바로 책을 읽거나 그것을 읽고 독해 차원에서 간단한 문제를 풀어오는 등 수업준비도와 태도가 기본입니다. 교사가 아무리 리드를 잘해도 책을 안 읽어 오거나 건성건성 읽어 이해가 되지 않으면 무슨 토론 수업이 되겠습니까?

여하튼 이 친구들은 요즘 많이 헤이 해졌습니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사용해야합니다. 그동안 제가 너무 좋게 대해준 것도 영향이 있는 듯 합니다. 물론 늘 좋게 대한것만은 아니죠. 종종 엄하게 꾸짖기도 하고 불같이 호령을 하기도 했지만 흔하게 있는 일이 아니기에 아이들은 금세 잊어버리고 교사의 친절을 이용해 요령을 부리고 있는 셈이지요. 그 모습들이 눈에 정말 많이 보이거든요.

어제 그중 한 친구 어머님과 상담을 하게 됐습니다. 아이의 요즘 상황을 말씀드리자 어머님께서는 제게 좀더 강력하게 지도해 줄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너무 편하게 대하면 선생님을 우습게보게 된다며 좀 더 강하게 수업해주실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우선 말로써 아이들이 해야할 일에 대해 교사와 약속하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는 매를 댈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경고를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매의 필요성은 저도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앞으로의 좀더 탄탄한 수업 방향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수업이 되느냐 지겨운 수업이 되느냐 하는 것은 너희들 손에 달렸다며 짧은 경고성 멘트(?)와 함께 나왔습니다. 할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빈둥빈둥 요령만 피우려고 한다면 매로 종아리를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쉬운 이야기이죠.

-과일 가게 주인과 단골손님과의 관계-일정 선 유지
-교사와 학생들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하시는 어머님

그러면서 이 어머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어머님은 시장통로에서 과일, 야채가게를 하시는데 손님이 정말 많습니다. 그렇다고 점포가 그리 큰 것도 아닙니다. 시장통에 있는 가게이니까요.

전에 이 어머님 가게를 한번 찾은 적이 있었고 지나가다 종종 가게 풍경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옆에 야채 과일 가게가 있는데도 유독 이 어머님 가게로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 상담 때문에 한번 직접 찾아뵜을 때 계속해서 밀려오는 손님들로 도저히 상담을 할 수가 없는 지경이었죠.

아참, 어머님이 어떤 말씀을 하셨냐구요?

“손님이 많이 올땐 하루에 천명 이상이 와요. 단골 손님이 많은 거죠. 그렇다고 단골손님들하고 농담 따먹기나 그런건 잘 하지 않아요. 일정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죠. 가게 주인이 너무 가벼우면 손님이 주인을 우습게 볼 수 있고 친분을 이용해 너도나도 더 많이, 싸게 달라하면 장사가 힘들죠. 그리고 우리가 먼저 먹어본 과일, 그래서 맛있다고 증명된 제품에 대해서는 맛있다고 손님들에게 말하지만 아직 개봉하지 않는 과일에 대해선 ‘저희도 아직 먹어보질 않아 잘 모릅니다’ 라고 솔직히 말을 해줍니다. 그래서 신뢰가 쌓이고 단골이 많아지는 거죠. 교사와 아이들 관계도 마찬가지죠”

참 의미심장한 말씀입니다. 특히 자신의 가게에서 파는 과일의 맛을 가게 주인이 잘 모르겠다니....여느 장사들 같으면 무조건 맛있고, 잘 익었고, 확실하고....이렇게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과일을 두고 확신에 찬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말이죠..

가게 주인과 단골손님 관계에서 이처럼 적정한 선을 유지하고 솔직함, 진솔함으로 많은 손님을 단골로 만들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 어머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은 독서토론 교사인 저와 아이들의 관계를 가게 주인과 단골 손님처럼 유지하면서 진솔함, 솔직함으로 아이들을 대하시라 하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정말 멋진 어머님이지 않습니까?


지난해 산 수박인데 완전 꽝이죠. 그 장사하시는 분이 이 수박을 팔때 통통 두둘겨 보며 잘 익었다고 했거든요.



맨 위 사진은 사랑의 매이고 아랫 사진은 설익은 수박 사진인데 무슨 관계가 있는건지 모르시겠다고요?

차근차근 읽어보시면 아실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