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가르치고

어른에게는 왜 예의와 도리를 가르치지 않는가?

윤태 2010. 10. 4. 14:29


아이들 앞에서 내 허벅지를 매질했던 이유

여중생과 70대 할머니 사이의 지하철 난투극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누구의 잘못이 크냐를 두고 갑론을박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용을 주욱 읽어보니 참으로 누구편을 들기 힘들정도로 막상막하(?)의 상황이더군요.

사교육이지만 매를 지참하고 다니는 이유는 인성때문입니다. 교육비 받은만큼 수업만하면 되지만 그에 앞서는게 분명 있기 때문이죠

저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독서토론 방문 지도교사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굳이 수업하는 아이들 아니더라도 늘 초 중등 학교와 주택가를 하루종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아이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정말로 다양한 아이들이 있지요. 때로는 옆을 지나가기 무서울 정도로 험한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해대는 초중 아이들도 있습니다.

수업 시작 전 혹은 중간 끝날 때 아이들에게 늘 강조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독서토론을 통해 사고력, 이해력, 독해력, 표현력 등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더 선행돼야 할 게 있다고요.

상호 존중, 배려, 남의 말에 귀 기울이기, 자기 주장만 옳다고 일방적으로 말하지 않기, 수업태도, 어른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예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지켜야 할 도리 등등.

사실 다년간 수업을 같이 하다보니 이제는 서로를 잘 알아 아이들이 너무 편하게 저를 대하는 경우도 있고 도를 넘어설때도 있습니다. 농담으로 받아 넘기는 경우도 있고 따끔하게 주의를 주며 다시한번 위에 이야기하는 것들을 언급하는 경우도 있지요. 한때는 아이들의 인성이 잘못 나가고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제 허벅다리를 수차례 내리친 적도 있으니까요.

어른이 아이에게 지켜야 할 예의와 도리 있다. 하지만 교육하지 않는다

내가 어른이니까, 내가 교사니까 학생들은 무조건 교사의 말에 따르고 복종하며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주의’는 아닙니다. 신세대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생각이 있는데 어찌 한쪽 방향으로 일방통행할 수가 있겠습니까?

일전에 블로그를 통해 언급하기도 했지만 특히 중학교 도덕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한바 있습니다. 학생이나 아이가 교사나 어른에게 지켜야 할 예의나 도리를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교육하면서 교사나 어른이 학생에게 혹은 아이에게 지켜야 할 예의나 도리는 절대 교육에서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도덕교육의 파시즘이라는 책에서 ‘착한 노예를 기르는 도덕교육’ 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 것이죠.

 어른으로써 지켜야할 도리를 지키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예의와 어른 존중을 강요하고 교육해서는 오늘날과 같은 패륜녀, 개똥녀, 지하철 난투극 같은 것은 끊임없이 생겨날 것입니다.

지난 80년대 초반의 '국민학교' 국어 교과서입니다. '대통령은 나라의 어른이십니다' 라고 표현돼 있습니다. 그 전부터 이루어진 상하수직 관계의 모습이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것이죠. 이러한 상하수직 관계를 강요하는 것이 예의는 아닐 것이며, 예의와 도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어른이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봐야 할 듯 합니다.



"차렷, 선생님께 경례' 가 아닌 "다같이 인사"로 바꿔야하는 이유

수업 시작 전 모둠 반장이 “차렷, 선생님께 경례”가 아닌 “차렷, 다 같이 인사”로 시작 멘트를 바꾸면서 저도 아이들을 향해 90도 고객숙여 인사하고 아이들도 제게 깎듯이 인사하는 방법으로 바꾼지 벌써 몇해가 지났네요. 어른 아이의 상하수직적 관계에서 상호 존중, 평등의 관계로 나가고 싶은 제 마음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 합니다. 학교에서 혹시 반장이 ‘차렷, 열중쉬어 차렷, 선생님께 경례’ 하는 반이 있다면 ‘다같이 인사’로 바꾸자고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리라고요. 누구 그렇게 하라고 했냐고 물으면 독서토론 선생님이 그렇게 하는게 맞다고 했다고요.

또 지난주 수업때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하루종일 양반다리를 하고 공부상 앞에서 수업을 하다보니 다리가 많이 아픕니다. 그래서 무릎도 끓고 폈다 하면서 자세를 자주 바꾸는데요, 한 어머님께서 그 모습을 보시더니 "선생님 의자 있는데 갖다 드릴게요"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괜찮습니다. 저는 아이들보다 높은 사람도 아니고 아이들 눈높이에서(동일선상) 같이 공부를 하는게 더 좋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이들의 눈빛이 다시한번 달라지더군요.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죠.

아, 여담으로 SBS 라디오 프로그램 중 [김창렬의 올드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자주 듣는 프로그램이죠. 그런데 맨 처음 시작할 때 김창렬이 “차렷, 경례”라는 멘트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청취자 게시판에 위와 같은 취지를 언급하며 글을 남겼습니다. 앞으로는 “차렷, 경례” 하지 말고 “모두 함께 인사”로 바꾸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런데 얼마 후 정말 그렇게 바뀌었더군요. 제 사연이 소개됐는지 아니면 소개가 안됐더라도 담당 피디나 작가가 제 의견을 수렴했는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아이에게 예의와 도리를 강요하지만 말고 어른들도 아이들에 대한 예의와 도리를 교육하라”

제 경험에 의하면 말이죠 ^^

예의와 도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어른이 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지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어른에게 지켜야 할 예의와 도리를 강요하는 한 '지하철 난투극'과 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