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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뿔> '합법적 성관계' 언급할 필요 있었나

윤태 2008. 8. 18. 13:24



17일 방영된 <엄마가 뿔났다>에서 은실이(김희선)와 연인 사이인 후배 기자(정태우)가 은실이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방송 그대로 따르면 정태우는 밥 먹을때도, 똥 눌때도 온통 은실이 생각만 한다며 프로포즈를 했다. 결혼해 달라고 했다.

후배는 프로포즈를 하면서 결혼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를 직접적으로 밝혔다.

이렇게 밝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합법적인 성관계를 갖고 싶다. 고개숙인 남자가 되길 원하냐고?”

은실에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은실은

“나를 그동안 성적 대상자로만 생각한 거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연인인 후배 기자(정태우)는 “고개숙인 남자인지 아닌지 딱 한번만 시험해 봤으면 될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장모님을 비롯해 처제 등 식구들과 함께 이 장면, 이 대사를 보면서 잠시 민망했다. 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김수현 작가는 왜 이 대사를 넣었던 걸까? 어떤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의도는 알겠는데, 간접표현 했으면...온가족 보는 드라마인데..

혼전 성관계 문제 그리고 결혼에 있어서 육체적인 부부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놓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또한 대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부분 중에 혼전 성관계는 문제될게 없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물론 은실과 이 후배가 드라마상 결혼을 확실하게 약속하거나, 날짜를 받아놓은 것이 아닌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어느정도의 논란의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 

김수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는데, 굳이 온 가족들이 즐겨보는 가족드라마에 그렇게 드러내놓고 그 문제를 대사를 통해 언급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적당히 에둘러, 돌려서 표현할 수도 있었을텐데, ‘합법적 성관계’라는 표현까지 내보낼 필요가 있었는지 말이다. 물론 육체적 부부관계의 중요성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겠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은실의 대사처럼 “성적 대상자”로써의 배우자 상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제 드라마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성 문제가 나와서 그런데, 어제 방영분에서는 아버님 이순재와 할머니와의 재회가 이루졌다. 여든이 넘은 고령의 나이에도 그동안 상상속의 키스신, 콩닥콩닥 뛰는 심장소리 등을 통해 성문제가 오로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김수현 작가를 높이 평가할만하다고 하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