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이야기

연봉 1천만원 안되면서 골병 드는 직업은?

윤태 2010. 10. 25. 14:35

사먹을 땐 무지하게 비싼 고구마가 생산지에서 농협으로 올릴땐 왜 이렇게 싼건지...이번엔 고구마 캐면서 사진 찍을 시간도 없었네요. 전에 사진입니다. 지난 사진이나 이번 사진이나 달라진건 사실 전혀 없으니까요.



손 15바늘 꿰매고 다음날부터 농촌일 하시는 아버지


지난 주말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단풍 행락 인파에 섞여 길이 막혀 고생좀 했습니다.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좀 하고 왔습니다. 손바닥까지 멍들어버렸습니다. 일주일전에 아버지께서 새끼 손가락을 심하게 다치셔서 15바늘을 꿰매셨는데 그 다음날부터 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 또 일을 하시는겁니다. 그래서 일하러 다녀왔습니다.

벼 추수하고 고구마 캐고 논에 짚 거두어들이고...도저히 허리를 펼 시간이되질 않더군요. 제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손 다치신 아버지께서 또 무리를 하실테니까요. 병원에선 아무일도 하지말고 조심하라고 했다는데 요즘같이 바쁜 계절에 손 놓고 계실 리가 없으니까요.

일을 하면서도 솔직히 짜증은 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정성과 노력으로 키워내봐야 몇푼 건지지도 못하기 때문이죠. 시골 주변에 사는 형, 누나들 일요일 아침 7시부터 아버지께서 전화하셔서 오라하니 신경질이 날만도 하죠. 다들 자기들 생활 바쁘고 피곤해서 일요일만큼은 늦잠도 자야하지만 비는 곧 쏟아지려고 하지 아버지 마음은 급하지...아버지 마음을 이해못하는바는 아니지만 별반 소득도 되지 않는 일들을 하려고하니 다들 짜증이 나는 겁니다.

내년부터 고구마 심지마라, 고구마 싹 다 잘라버릴게다
벼 농사 일년 지어봐야 1천만원도 못 버는 농촌 현실

기어이 내년에는 고구마 심는다면 엄마가 싹을 다 잘라버리신다고 ㅎㅎㅎ, 형들은 일 하러 오지 않는다고 엄포를...ㅋㅋㅋ  하지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 일은 계속될겁니다. 고구마가 아니라면 그 어떤 다른 작물로 말이죠. 물론 쏟아부은 만큼 건지지 못하는건 매 한가지입니다.

논에서 벼를 추수해 바로 수매하는 곳에 넘깁니다. 등급을 받아서 바로 돈으로 나오는데 추곡수매장 옆에 있던 한 어르신께서 수매가격 나온 걸 보시더니 “쯧쯧, 농약값도 안나왔구먼” 하시며 발걸음을 돌리시더군요.

저희집도 이번 벼 수매로 약 1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합니다. 물론 일년 내내 인건비, 농약값, 자재값 등 모든 제반비용은 다 빼고 벼값만 계산한 겁니다. 따지고보니 벼 1kg에 약 900원이 넘는 가격입니다.

하지만 봄에 기계 얻어 논 갈고 모내기하고 콤바인으로 추수까지하는데 인건비가 상당합니다. 마지기당 몇만원씩 하니까 따져보니 품삯으로만 300만원 가까이 드는 셈입니다. 일년 벼농사 지어 건질수 있는게 1천만원도 안된다니....

언제나 그렇듯 농촌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정부나 언론이나 마찬가지죠. 농민들이 골병들 고 농약 먹고 자살하고 빚더미에 올라앉아도 상황은 늘 마찬가지지요.

농민이 땅 안파면 뭐 하고 살겠습니까? 설령 뿌린 것보다 덜 거둬들여도, 손해가 나더라도 농민들은 땅을 파야합니다. 그게 바로 농민들의 운명 같은 것이죠.

아버지께 농사를 그만 지으시라 말씀 드릴수도 없고 고구마 싹을 잘라 버리겠다고 엄포 놓고 일하러 오지 않겠다고 큰소리 쳐도 그것이 그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그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죠. 농사짓는 부모님도 일하러 가는 자식들도 서로서로 애타면서도 어쩌지 못하는게 바로 농촌의 현실인거죠.




고구마 캐러 시골간다고 하면 남들은 재밌을거라며 좋아하는데, 농민 당사자가 아니면 그 우울한 마음을 모릅니다.



추곡 수매하러 가는 길에 만난 처참한 풍경. 지난 태풍에 다 무너지고 쓰러지고 찢어지고 농작물 다 버리고...




돈은 안되고 몸은 몸대로 힘들고...땅을 놀릴수도 없고 농사를 지을수도 없는 농촌의 이 현실.

벼 1kg에 900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