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실동화

왜 아빠는 불은 자장면을 배달해야 했을까?

윤태 2009. 6. 29. 16:50


서울 강서구의 한 중국집에서 배달 일을 하는 박충식 씨(49·가명)는 왼쪽 팔이 조금 짧은 지체장애인이다. 10여 년 전 배달 일을 하다 사고로 다쳤다. 박씨는 불편한 왼쪽팔을 핸들에 의지한 채 열심히 배달을 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딸 지영(10·가명)이는 이런 모습의 아버지가 창피했다고 한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남들과 조금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친구들이 알게 될까 창피한 마음에 혼자 다니는 일도 많아졌다.

가을 운동회가 있던 올 9월의 어느 날, 친구들은 가족들과 모여 즐겁게 식사를 했지만 생계가 급한 탓에 지영이 부모는 운동회에 오지 못했다. 그때 정문 쪽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미소를 지으며 달려온 사람은 다른 아닌 아빠 박씨였다. 모든 시선이 아빠 박씨에게 집중된 채 오토바이는 지영이 앞에 멈췄다.

"우리 공주님, 왜 아빠한테 오늘 운동회라고 알리지 않았어? 급하게 준비해 오느라고 오늘도 자장면이지 뭐니?"

순간 아이들은 양쪽 손이 다른 김씨를 이상하게 쳐다봤고 이러한 시선에 눌려 지영이는 이내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런 모습에 아빠 박씨도 무척 당황한 터였다.

"허허, 이런, 내가 나이를 먹다보니 배달을 잘못 왔구먼. 허허."

이 말과 함께 김씨는 힘없이 돌아섰다. 그때 교장선생님이 김씨를 불러 세웠다.

"지영이 아빠 맞죠? 아이구, 우리 학교의 말없는 천사분이에요."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모두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김씨를 쳐다보았다.

"얘들아! 이분이 바로 집안이 어려워서 방학기간에 굶는 학생들을 위해 매년 무료로 자장면을 제공해주시는 분이란다.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철없는 아이들은 그 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 채 싱거운 박수를 쳤다. 멋쩍어하던 아빠 박씨가 아이들을 향해 한마디 했다.

"허허, 보시다시피 제 손이 불편해서 속도를 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좀 불은 거라도 맛있게 먹어 줬으면 고맙겠어요."

그 순간 학부형과 아이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제야 지영이는 울면서 아빠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세상을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합니다.



이 글은 라디오에 올린 사연을 제가 취재해 동화형식으로 쓴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KBS 2TV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사실동화 네번째>-이 이야기는 픽션이 아니기 때문에 사는이야기 코너에 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