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하기

<인간극장>이 나아가야 할 길

윤태 2008. 9. 26. 08:25


겹치기 출연에서 시작한 논란, 사생활로 확대 '일파만파'

말 많고 탈 많던 <인간극장> ‘어느날 갑자기’편이 5부에서 1부 줄인 4부로 급 편성돼 종료했다. 방송 심의위원회 심사 들어갈 예정이라고 기사에 뜨더니 어찌될지는 모르겠다.

이번 방영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시청자들은 ‘사기극장, 미스테리극장, 의혹극장’ 등의 불명예스러운 가칭을 사용했고 제작진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리고 출연한 두 주인공과 자녀는 앞으로 어떻게 대한민국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게했다.

CBS에서 출연해 이미 후원받은 사람들을 같은 소재로 <인간극장>에 출연해 또다시 후원을 받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겹치기 출연에서 시작한 논란은 출연자 전처 및 지인의 게시판 개입으로 사생활부분까지 확대돼 이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증폭시켜왔다.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모두들 알고 계실테니 말이다. 1회 방송 후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방영을 중단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했어야했다. 제작진은 사채가 얼마나 무서운지 이들 부부를 통해 그 심각성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재차 밝혔지만 그럴수록 시청자들은 화면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조목조목 따지며 반박하기에 이르렀다.

당장에 대체할 만한 방영물도 마땅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 중단을 하게되면 제작진이 타격을 받겠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일을 키우진 않았을 것이다.

<인간극장> 출연한 '산골소녀 영자씨' 기억하나요?

제작진도 인정했지만 좀더 확실한 조사와 검증을 거쳐 주인공 선정을 해야할 것이다. <인간극장>의 주인공 선정 문제는 종종 문제가 돼 왔었다. 이곳에 출연한 사람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기도 했다.

‘산골소녀 영자씨’는 <인간극장> 출연 이후 광고 촬영하는 세상에 나왔지만 이로 인해 부친이 살해당하고 영자씨는 절로 들어가 스님이 됐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 실제 주인공은 세상이 이런 일이 출연 후 <인간극장>에 5회 출연하면서 영화까지 만들어졌지만 이를 둘러싼 후원금 문제로 <PD수첩>의 소재로 나오기도 했다. 치과 의사 겸 가수 이지씨가 <인간극장>에 출연하면서 홍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낸시랭이 출연하면서 언제부터 <인간극장>이 연예인을 조명했냐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르는 제작진의 입장과 기획의도가 있었지만 많은 네티즌들의 그것에 많이 공감하지 않았다. <인생극장>이 전부터 못살고 소외된 우리 이웃들을 집중 조명해온데 익숙해진 탓이라 하겠다.

일주일에 30분씩 5회 방영은 과하다

그리고 일주일에 30분씩 5회를 방영하는 <인간극장> 제작에도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두 곳의 제작업체가 번갈아가며 촬영하고 있지만 일주일의 한편의 영화 분량을 방영해야하는 상황이니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심도 깊에 소재를 발굴, 검증하기보다는 다른 곳에 이미 출연했던 인물이나 흥미 있는 소재거리에 눈이 가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를 방영한다거나 하루에 15분 정도씩 짧게 방영한다면 제작하는데 훨씬 수월해질 것이며 인물 선정과 검증 문제에서도 쉬워질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네티즌 사이에서는 <인간극장>의 존폐 문제까지 언급하며 나오고 있다. 함께 울고 웃던 <인간극장>,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도 <인간극장> 제작진과 만나 출연일정을 상의할 만큼 서민들에게 친근감 있던 프로그램, 없어지는건 원치 않는다. 다만 새로운 기획의도로 다시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간극장을 비롯해 휴먼 다큐 프로그램들은 6미리의 작은 카메라로 담는다. 가끔 보면 조명이 안돼 어둠컴컴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문이다. 서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는다는 취지가 있기 때문이다.(아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