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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서민적 삶" 소재만이 능사는 아니다

윤태 2007. 11. 15. 16:22


<인간극장> 소재찾기는 영원한 숙제


요즘 KBS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에 대해 말이 많다. 특히 이번주에 방영되고 있는 가수이자 치과의사인 이지를 다룬
그녀의 이중생활 방영물이 도마위에 올랐다. 특정 연예인 앨범 홍보니, 예전의 서민적인 삶을 다루는 <인간극장>은 죽었느니 하면서 말이다.

 

소재 고갈이 원인인 듯 싶다. 소재를 찾아나서기도 쉽지 않고 소재를 찾았다고해도 촬영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약 두 달의 촬영기간동안 인물의 일거수일투족 쫓아다니며 촬영을 해야하니 촬영 당사자들의 허락을 받아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도 <인간극장>과 인연이 있다. 2년전인가, 한 인터넷 매체에 올린 글이 인연이 돼 <인간극장> 제작팀이 나를 찾아왔다. 그 당시 우리 부부가 엄청나게 절약을 하는 모습이 몇군데 다큐방송에 전파를 탄 적이 있었는데, 이를 보고 나를 찾은 것이다.

 

당시 담당 피디는 젊은 부부답지 않게 무척이나 근검절약하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촬영에 들어가기로 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한가지 복병이 있었다. 분위기상 내가 다니는 회사 사무실 촬영이 불가했던 것이다.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해야하는 상황에서 회사 생활을 빼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일로 인해 우리 가족의 <인간극장> 출연은 무산됐다.

 

그때 <인간극장> 피디와 나눈 이야기는 바로 소재 고갈에 대한 애로사항이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찾기도 쉽지 않고 어렵게 섭외를 해 막상 촬영에 들어가려고 하면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출연자들이 사생활 노출에 따른 우려도 소재 찾기의 어려움에 한몫을 하고 있다.


서민 삶 다룬 이후 좋지 않은 일도 일어나
 

<인간극장> 제작팀은 정말 많이 고민한다. 이 인물이, 이 소재가 방영됐을 경우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이 몰려올까? 지금 방영되고 있는 <그녀의 이중생활>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떤 독자들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녀에 대해 칭찬을 하는가하면 억지로 연출한 것이 많고 앨범 홍보한다고 하며 비판을 쏟아낸다. 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제작진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관점을 가능한한 긍정적으로 돌리기위해 제작을 앞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내가 그동안 몇군데 다큐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직접적으로 깨닫게 된 부분이기도 하다.

 

서민적인 삶을 많이 다루었던 <인간극장>.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출연한 이 서민들의 폐헤도 몇 경험했다. <산골소녀 영자씨> 방영이후 어땠는가? <인간극장> 출연을 계기로 영자씨는 휴대폰 광고에 출연했고 많은 광고비도 받았다. 그러나 결말은 광고비를 노린 강도에 의해 아버지는 살해되고 영자씨는 여승이 되어 절로 들어가야만 했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 실제 주인공 엄기봉씨. <인간극장>출연이후 그의 삶을
영화로 다루었지만 후원금을 둘러싸고 한차례의 폭풍이 지났다
.ⓒ 윤태
 
방영가치 있으면 연예인, 유명인 출연도 가능

어디 그뿐인가?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실제 주인공은 기봉씨는 <인간극장> 출연 이후 그의 삶이 영화로 만들어졌고 개봉 이후 후원금을 둘러싸고 <피디수첩>에서 그 의혹을 파헤치는 등 한차례 폭풍이 몰아쳤다. 결국 엄기봉씨는 강원도 여동생집에서 학교를 다니게되었고 홀어미니는 고향인 충남 서산에서 홀로 외로운 노년을 보내게됐다. 단란했던 두 모자의 모습이 종종 매체를 통해 보여지곤 했는데 결국은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프로그램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인간극장>은 한 인물의 생활을 5부작에 걸쳐 집중 방영하는 것으로 방영 여파를 생각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한다. <산골소녀 영자씨> <맨발의 기봉이>처럼 그저 평범한 인물이 방영 여파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 제작진도 많이 고심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니 제작진 입장에서는 소재 선택이 영원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인간극장>이 굳이 서민적인 삶만을 다루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방영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그 어느 것도 소재가 될 수 있고 거기에는 연예인, 유명인 등도 포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작진은 의도적인 홍보나 시청률 따먹기에 급급해 센세이션한 소재를 찾기 보다 이 소재가 방영됐을 때 사회적으로 어떤 여파가 있을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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