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가는 현장

"저곳까지 헤엄쳐 돌아올 수 있겠는가?"

윤태 2011. 8. 8. 15:25



무시무시한 조교의 함성은 높아지고...


이번 휴가 기간 중에 충남 태안에 있는 꾸지나무골 해수욕장에 다녀왔습니다. 솔밭과 해변이 잘 어우러진 곳이죠. 텐트에서 하룻밤 묵고 고요한 새벽바다를 보고 있었지요. 아침 7시 정도 됐나 싶은데 갑자기 어디선가 빨간 구명조끼를 입은 청소년들이 조교들과 함께 해변가로 구호를 외치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날카로운 빨간모자 조교들의 통제에 따라 얕은 물에서 몇차례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더니 먼저 조교가 멀리 있는 보트까지 헤엄쳐 건너가고 수련생들이 조를 지어 그곳까지 헤엄쳐 가는 미션 같았습니다.

초등생부터 고등학생 정도로 이루어진 해변 해병대 캠프. 구명조끼를 입은 수련생들은 대부분 열심히 헤엄쳐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늦게 헤엄쳐 오는 친구들은 해변가로 돌아와서 팔벌려 뛰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쩌렁쩌렁한 조교들의 고함소리는 이어지고....완전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다루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조려지더군요.

헤엄을 못치는 친구도 있는 듯 싶었습니다. 바다 저 멀리까지는 못 나가고 갈수도, 포기할수도 없는 전전긍긍하며 조교의 고함소리를 더 높아져만 갔지요. 아무리 구명조끼를 입긴 했어도 헤엄쳐 보트까지 갔다 온다는게 그리 쉬워 보이진 않았습니다. 멀리서 보고 있는 제 가슴이 두근두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참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 보면 덩치는 성인 못지 않게 큰데 정신력, 의지력은 약하고 뭐든지 의지하고 응석받이 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쉽고 편하고 좋은 것만 취하려고 하고요. 이런 경험들은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 친구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 끈기와 인내와 자립심을 좀 키우지 않았을까요? 일회성이라고 해도 그것을 체험하며 느끼게 되면 훗날 힘들 일이 생겼을 때 오늘의 훈련을 생각하면서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그 무엇인가가 생기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