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교사의 학습일기

정말 미스테리 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윤태 2010. 10. 27. 13:07



세상을 살다보면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됩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죠. 과학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일들이지요.
어제 제게도 참으로 신비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죠.



무제한으로 나올 수 있는 편지글 쓰기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일치된 두 친구의 글, 로또 맞추기도 아니고.......어떻게 이런 현상이 생긴걸까?


독서토론교사로 5년째 일을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어제 수업한 초등 1학년 두 친구가 각각 쓴 글입니다.
31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고 나서 토론을 하고 마지막에 글쓰기로 완성을 하는데요.
제시문이 "집에 돌아온 제이크는 댄에게 편지를 썼어요. 제이크가 어떤 내용으로 댄에게 편지를 썼을지 제이크 입장에서 써보자'가 주어진 제시문입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나올 수 있는 편지내용은 수천, 수만가지 즉 무제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게 아니라는 이야기죠.

그런데 쓴 내용을 살펴보니 띄어쓰기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두 친구가 일치합니다. 물론 '속삭한, 속사귄' 부분에서 맞춤법이 서로 어긋난 부분이 있지만 이 또한 '속삭이다'에 해당되는 부분에 오탈자일뿐이지 사실상 내용은 같습니다.

이 사진을 보시면서 '둘이 서로 베껴 쓴게 아니냐?' 라고 묻진 마십시오. 직사각형 책상에서 두 친구는 길게 서로 마주보고 있었고 한 친구는 손으로 가리며 썼습니다. 제가 이 친구들 50센티 코앞에서 쓰는 장면을 계속 보고 있었구요.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글로 표현하는데 커닝을 할 필요도 없는 상태이고 커닝을 할 친구들도 아닙니다. 서로의 자존심이 있어 베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제가 코앞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이 자기것에 열중해 편지글을 작성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커닝 자체가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토씨하나, 띄어쓰기 하나 어김없이 똑같이 썼다는게 바로 미스테리한 일입니다.

물론 서로의 생각이 같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 방법은 다를수 있습니다. 한두줄 쓴것도 아니고 1학년 치고 장문의 편지글을 쓰는데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 생각과 표현을 할수가 있을런지요? 저 상황에서 무제한으로 나올수 있는 편지글인데 저렇게 똑같아버리니 도저히 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죠.

한가지 특이할만한 점은 1년동안 이 친구들 수업하면서 알게 된 점은 토론이나 글쓰기 부분에서 이 두 친구의  의견이 비슷하거나 같을 때가 상당히 많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말이나 글로 표현함에 있어 비슷한적은 많았지만 이처럼 똑같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혹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건지 혹은 과연 이런 현상이 일어날수 있는 것인지, 확률적으로 볼 때 가능한 일인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다른 동료 교사들에게 보여줘도 모두들 '베껴 쓴 것' 이라고 일축할 뿐 그 어떤 과학적인, 심리적인 설명도 들을수 없었습니다. 진실로 각자 썼다고 말하는 저만 이상한 사람 되고 말았습니다.

정말 미스테리이지 않습니까? 1~45 숫자 순차적으로 나오는 로또도 아니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