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가르치고

초등학교 1학년 수학문제 맞아?

윤태 2008. 9. 2. 09:52



차근차근 읽어보시기 바립니다. 재밌습니다.




-일기장인지 국어책인지 수학책인지 모를 초등 1년 수학책

위 사진은 교육인적자원부가 펴낸 초등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입니다. 현재 초등 1학년이 학교에서 수업하고 있는 교과서를 촬영한 것입니다. 위에는 일기가 나오는가 싶더니 아래에는 10개중 동생이 많이 가지는 ‘경우의 수’를 구하도록 돼 있습니다. 언뜻 봐서는 국어책인지, 수학책인지 잘 구분이 가질 않습니다.

그런데 맨 위 타이틀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문제를 해결하여 봅시다” 라고 돼 있습니다.

수학 교과서인데 “문제를 풀어봅시다”가 아닌 “해결하여 봅시다”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게 무얼까요? 1+1=2에서 2라는 답을 구하는 것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는 뜻입니다. 공식 외워 답 맞추는 시대는 지났죠. 문제해결을 함에 있어 얼마나 논리정연하게 설명을 하느냐 그것도 중요한 것이지요.

수학 교과서 속으로 들어가 문제를 해결해볼까요?

정인이의 일기

초콜릿을 10개 샀습니다. 초콜릿을 오른쪽 주머니와 왼쪽 주머니에 나누어 넣었습니다. 동생에게 왼쪽 주머니에 넣은 초콜릿을 모두 주었습니다. 동생은 매우 좋아했습니다. 앞으로 동생과 사이좋게 나누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지문(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총 10개 중 왼쪽 주머니의 초콜릿을 동생에게 줬고 동생이 매우 좋아한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이 받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오른쪽 주머니보다 왼쪽주머니에 더 많은 초콜릿이 들어있음을 유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학에서 독해력, 사고력이 필요합니다.

요구하는 정답 즉 경우의 수는

형   동생
1개   9개
2개   8개
3개   7개
4개   6개

이렇게 표시하면 되겠지요. (독자분들 다들 이해되시죠? ^^)

이거, 정말 수학문제인지 국어문제인지 구분이 잘 안 갈 정도입니다.





-수학문제 잘 풀려면 국어를 잘해야한다



한 문제 더 볼까요?

같은 교과서에 실려 있는 내용입니다.

그림과 함께 아래와 같이 제시문이 나와 있습니다.

삼촌은 토끼 5마리, 강아지 3마리, 병아리 7마리를 기르고 있습니다. 이 수를 가지고 식을 만들었습니다. 식에 알맞은 문제를 만들어 보시오.


여기서 식은 5+3, 7+3, 7-3 입니다. 이 식에 맞게 국어적인 문장력을 이용해 적절한 문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림에서 5+3이라는 식에 대한 문제가 빨간색으로 샘플로 제시돼 있지요.

<토끼 5마리가 있습니다. 또, 강아지 3마리를 사 왔습니다. 모두 몇 마리입니까?>

이렇게 문제를 만들었는데요 이 문제를 아래와 같이 바꾸면 어떨까요?

5+3이라는 식에 대해 국어적인 문장력을 최대한 발휘해 문제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철수네 토끼 3마리가 땅굴을 파고 영희네 토끼장으로 놀러왔습니다. 그런데 영희네 토끼장에 있던 1마리의 작은 토끼는 족제비가 나타난 줄 알고 울타리를 넘어 달아났습니다. 잠시후 안심이 된 영희네 토끼가 1명의 토끼 친구를 데리고 자기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그때 뚫려있는 땅굴로 순자네 강아지 세 마리가 코를 벌름거리며 영희네 토끼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영희네 토끼장에는 있는 동물은 모두 몇 마리입니까?>



여러분이 선생님이라면 어떤 문제를 낸 어린이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시겠습니까?

지금은 제 7차 교육과정 개정, 수정 중에 있는데요, 내년(2009년)부터 적용될 초등학교 1학년 수학교과서 실험본(지금 몇몇 학교를 대상으로 연구, 모의 수업중에 있답니다)을 며칠전에 보게 됐는데요, 슬라이드로 잠깐 봤습니다. 어떤 문제 유형이 나왔는지 아세요?

내가 푼 방법과 짝꿍이 푼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짝꿍과 서로 이야기해보고 왜 짝꿍과 내가 문제를 다르게 풀었는지 이유를 써보세요.


이런 식으로 문제 유형이 나왔더군요. 공식 넣어 답 구하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문제 푸는 방법과 과정을 서로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왜 친구와 다르게 풀었는지를 비교해 글로 서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논리적인 자신만의 관점이 있어야 수학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금 7살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께 해당이 되네요. 무조건 영어교육이 우선이 아니라 수학, 사회, 과학 등이 국어적인 독해, 사고, 이해 능력과 논리적인 글쓰기가 바탕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70~80년대 초등교육을 받으신 학부모님들, 저도 마찬가지고요. 참 적응하기가 쉽지 않지요? ^^

도움이 좀 되셨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