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는 맛

초등 1학년이 쓴 시, 연습했더니 이렇게 달라져..

윤태 2012. 7. 16. 08:22

 

 

책 읽으면 좋은 점? "엄마한테 안혼나요"

 

요즘 어린이들 책 읽고 글 쓰는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영상 미디어, 스마트폰 등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

활자로 된 것은 별로 좋아하질 않지요.

 

초등 저학년들에게

"책을 읽으면 뭐가 좋니?" 라고 물었을 때

"네, 엄마한테 안혼나서 좋아요" 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이니

부모들이 얼마나 책을 강요 혹은 강조하고

아이들은 그것을 마지못해, 왜 책을 읽어야하는지 이유조차 모른채

혼나지 않기 위해서 읽고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죠.

↘↘↘ 눌러 주시면 더 많은 분들이 이 사연을 보실수 있답니다...

 

IN PUT 이 있어야 OUT PUT 이 있는 법인데 말이죠.

경험을 통해 뭔가를 IN PUT 하면 좋은데 그것이 한계가 있으니

간접경험인 책을 통해 많은 걸 쌓고 글로 표현해 내면 좋을텐데 말이지요.

 

책 읽지 않는 아이,

동시집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도 안보이고 영상 미디어에만 빠져있는 아이들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집 아이들은 이런저런 경험과 함께 책을 가까이하게 하고 싶은데

역시 부모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그렇듯이 우리 집 아이들도 활자보다는 영상미디어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대신 동시는 열심히 썼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들에게 동시쓰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동)시에서는 사물도 사람이 될수 있고 생명 없는 것도 생명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시의 기본적인 것을 알려준 다음, 한번 써보라고 했지요.

 

아래 작품은 우리집 큰아이가 7살 여름에 쓴 동시입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우선 오탈자를 제대로 고쳐 다시 한번 써보겠습니다.

 

<갈색 초코처럼

달콤한 나무를 먹으면

나무가 맛있는데

너무 나무가 커서

못먹겠다. 그래서 나무를

잘라 먹으려고 했는데

톱이 없어서 칼로 자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칼이 부서졌다. 그래서

방법이 없어서 그냥

혀로 핥아 먹기로 했다.>

 

 

나무를 초코에 비유해서 결국 나무를 먹겠다고 쓴 동시인데요.

갈색 나무 기둥이 초코(초콜릿)색과 비슷한 점을 착안해

나무를 초코(초콜릿)과 비유한 점은 칭찬할 만 한데

그 이후 내용은 뭘 쓰고자 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지요.

진지한 고민없이 뭔가 비유적인 표현에만 치중한 탓이지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시 김동명의 <내 마음은>을 보면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내 마음이 호수이면 그대는 배가 되어 노를 저어 내 맘속에 들어오는게 맞죠.

 

그런데 이 구절을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달구지 타고 오오

 

라고 표현하면 뭔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지요.

 

당시 7살 우리집 아이에게 이러한 점을 설명해주고 풀이해주고

유명 시인, 아동 문학 작가들의 동시 작품집을 사다주고 읽게 했습니다.

그리고 틈나는대로 설명해주고 예를 들어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몇개월이 흐르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

올해 2월에 시청에 있는 스케이트장을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지요.

그 경험을 살려 아이가 동시를 썼습니다.

 

스케이트가 달리면서 얼음이 갈리고 또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밥을 먹는것에 비유를 하거나 넘어지고, 안넘어지는 행위 자체를

어른, 아이에 비유를 해서 비교적 논리적으로 잘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서 신문에 응모해서 이렇게 실리기까지 했네요.

 

앞으로 학년이 올라가면서 책도 더 많이 읽고

다양한 경험도 하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서정적인 (동)시 뿐만 아니라 세상의 비뚤어진 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쳐가며 시를 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더 많은 독서, 경험, 습작 등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 자녀는 글쓰기 좋아하십니까?

 

입시를 위해, 학교 평가를 위해 글쓰기는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지만

100년만의 가뭄처럼 메말라버린 아이들의 감정에 촉촉한 단비가 되도록

동시 한편 쓸 수 있도록 지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자, 지금부터 서점으로 고고씽!!! 하셔서 동시집 하나 골라보세요.

또래 아이들 동시 쓴거 모음집 보다는 아동작가, 유명 시인들의 동시작품이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