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문화생활

초미니 입은 아내, 드디어 화려한 외출하다

윤태 2009. 10. 16. 06:48



이 옷을 초미니라고 불러야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나 아내가 볼때는 초미니이지만 이런 패션 분야에 있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요. 자신감과 당당함, 자기 만족감을 채우고 여성스러움의 재 발견을 통해 또다른 재미와 즐거움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아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선 받으며 대로변 걸은 초미니 아내, 인터뷰 해보다

약 20일전 초미니스커트를 입수(?)한 아내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글(링크)을 올렸습니다. 사실 환영은 했는데 그것을 입고 외출을 하진 못했습니다. 물론 그 초미니 속에 청바지, 쫄 바지 입고 외출을 한 적은 두 번 있었지만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초미니 단독복장은 사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냥 집에서 입어보고 사진이나 한번 찍는 정도였지요.

10월 15일, 드디어 아내가 그 초미니 원피스를 입고 화려한(?) 외출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바글바글한 시내에 놀러간 것은 아닙니다. 집에서 약 1.5km 정도 떨어진 후배 집에 간 것이죠. 그 전날 후배 집에 가겠다고 했을 때 제가 그 초미니를 적극 권했습니다.

대로를 따라 걷는 아내를 제가 잠시 동행했습니다. 제 복장이 추리닝 바지 차림이라 옆에서 동행하는 게 좀 어울리지 않아 약 20미터 정도 뒤에서 따라갔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초미니 아내에게 몰리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버스, 택시안의 사람들, 가게 안 사람들, 마주 오는 사람, 뒤에 가는 사람, 대로 건너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멀찌감치에서도 그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시선은 노소(老少)가 따로 없었습니다. 뒤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몇 장 더 찍으려니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더 이상 촬영불가! 아내의 모습은 그렇게 멀어져 갔습니다.

일마치고 저녁에 돌아와 아내와 간단하게 인터뷰를 나눠봤습니다. 아내와의 일문 일답


"초미니 처음 입은 느낌은 말로 표현 못하겠지만 '묘하다' "

Q)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던가?

거의 앞만 보고 걸어서 잘 모르겠다. 다만 걷다가 가게 안에 어떤 사람과 딱 마주쳤는데 순간 시선을 피했다. 그때는 시선을 느꼈다. 여하튼 옆이나 뒤는 잘 모르겠고 후배 집으로 가는 동안 앞 사람 시선은 잘 느껴졌다.

Q) 처음 초미니 입은 소감(느낌)은?

무릎치마와는 달리 조금 시원하다. 길거리 다니면서 초미니 입은 여자들 보면 부러운 마음과 동시에 ‘아찔한’ 생각도 들었는데 직접 입어보니 그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말로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묘한 기분이다.

Q) 후배 반응은 어땠는가?

그 얘가 나를 보자마자 “어머머! 언니, 이게 웬일이니, 원일이야?”를 연거푸 외쳤다. 내가 보기엔 그 애가 통통한 편도 아니고 평범한 몸매인데 나더러 부럽다고 했다. 사실 나는 그 얘 몸매가 더 부러운데...키와 체격 면에서 조금 더 컸으면 하는 바람...여하튼 초미니 입은 나에 대해 그 얘의 반응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Q) 앞으로 이 옷을 계속 입고 싶은가?

그리 자주 입을 일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지하철이나 건물 계단 같은 곳은 별로 올라 다니고 싶지 않다. 오늘처럼 평지만 다닌다면 입는데 큰 문제없겠지만 결론적으로 자주 입고 싶지는 않다. 남들 시선은 별로 신경이 안 쓰이는데 내 스스로 불편해서 그렇다. (뭇 남성들이 내 뒤를 따라 다니면 어떡하나? -이 부분은 웃으면서~)



아내 스스로 즐겨 찾아 입고 ‘○○ 엄마’ 아닌 당당한 '여성' 되길..  

초미니가 생긴 아내를 환영했던 속사정을 지난번 글에 설명했습니다. 이 옷이 바로 위에 입고 있는 그옷입니다.

아내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지만 역시 아내는 길거리의 초미니 입은 여성들에 대해 부러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물론 불편함과 아찔한 마음도 동시에 있었지만 부러움을 느꼈다는 건 그동안 이 부분에 대해 욕구는 있었는데 충족이 안됐다는 것이죠. (여성이라면 미니 입고 싶은 욕구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배 반응에서 ‘웬일’ 이니 하는 부분은 ‘멋있다, 부럽다’ 등의 의미에서 나오는 어찌 보면 무의식인 감탄사겠지만 사실 초미니 입은 일이 ‘웬일’ 까지는 아니죠.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입어야 할 패션이니까요. 아마 후배는 같은 두 아이 엄마, 가정주부의 입장에서 화사(?)하게 나타난 아내의 모습에 놀라긴 했을 겁니다. 평소에는 전혀 볼 수 없는 패션이니까요.

앞으로 아내는 불편함을 이유로 이 옷을 자주 입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주 이 옷을 입고 외출할 것을 권할 것입니다. 자주라는 말이 시도 때도 없이 또 일부러 이 옷을 목적으로 하는 외출 시 권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불편함을 느끼는 않는 범위 내에서 외출할 때 가능하면 이 옷을 입어보라는 것이죠. 사실 두 아이들 놓고 혼자 이 옷 입고 외출할 일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한달에 한번정도??

당당함과 자신감, 만족감을 충족하면서 ‘○○이 엄마’가 아닌 한 ‘여성’으로써의 아내가 더욱 당당해지길 원합니다. 이 옷이 그런 것들을 채워가는데 일상 속에서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제가 권하고 권하지 않고 그런 것들을 떠나 아내가 스스로 이 옷을 즐겨 입고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면서 이를 필두로 또 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