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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 아닙니다, 김지사님!!!

윤태 2011. 6. 25. 09:10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문학적 이해가 이정도인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조찬 특강에서 부정부패한 공직사회를 설명하면서 “춘향전이 뭡니까? 춘향전에서 변사또가 춘향이를 따 먹으려는 것 아닙니까?” 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많은 언론들은 시정잡배들이나 쓰는 저속한 언어를 공적 자리에서 사용하며 김지사가 성적 비하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도마위에 올랐다. ‘19금 문수전’ 등 이 사건을 두고 각종 패러디물도 쏟아지고 있다.

나는 이 발언을 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심히 유감스럽다. 아니 안타깝다. 도지사라고 하는 사람이 어찌 이렇게 가볍단 얇단 말인가?

춘향전은 김지사 말처럼 ‘변사또가 춘향이를 따 먹으려’는 이야기가 주된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변사또가 자신의 권력과 삼강오륜을 강조하면서도 관기라는 당대의 제도적인 것을 이용해 이몽룡과 백년가약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청을 들라고 한 것은 김지사 말대로  ‘따 먹으려’ 했다고 할 수 있다.

김지사가 춘향전을 부정부패한 관리가 임자 있는 여성을 겁탈하려는 내용으로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데 더더욱 그에 대한 가벼움을 느낀다. 춘향전이라는 고전소설은 김문수 지사 말처럼 부정부패한 공직사회의 모습이 주가 된 게 아니다. 물론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와 더불어 춘향 어미인 월매를 통해 신분상승 욕구 등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긴 하지만 역시 이 춘향의 초점은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이다.

조선 시대 삼강오륜과 등 유교문화에 눌려 감히 입에 담을 수 조차 없는 여성의 연애와 사랑을 과감하게 춘향이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는 소설이란 말이다.

이몽룡 즉 남자의 관점이 아닌 사랑을 지켜나감에 있어 기존의 남성 중심이 아닌 여성의 측면에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소설 제목을 <이몽룡전>이라고 하지 않고 <춘향전>이라고 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일편단심 춘향 사랑 높이 사고 현대인의 인스턴트 사랑 일침 차원서 김문수 지사 <춘향전> 예 들어 설명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드라마 <쾌걸춘향>, 영화 <춘향뎐> 등을 비롯해 춘향전은 지금까지 판소리와 만화 책 등을 포함해 80여권의 도서로 출간돼 독자들과 꾸준하게 만나고 있는 이 시대의 최고의 고전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지사는 공직에 있으니 공직자 입장과 그 관점에서 춘향전을 이해한 것이고 나는 원래 춘향전이 갖고 있는 고전작품으로써의 가치와 당대 여성의 자유연애 사상과 지고지순한 한 여성의 사랑을 높게 바라보는 관점으로 서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김지사는 잘못 짚었다. 즉 적절한 예를 들어 설명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문제를 역설하기 위해서 ‘변사또가 춘향이를 따먹는 이야기’로 춘향전을 예로 들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했어야 한다.

즉 요즘처럼 하룻밤 인스턴트 사랑이 판치는 세상에서 사회적 약자이고 사랑과 애정의 표현에 있어 수동적, 소극적이어야만 했던 당대의 현실에서 과감하고 주체적으로 사랑을 그려나가고 지켜가는 춘향의 모습을 통해 지고지순한 춘향의 사랑을 배워야 한다고 김지사가 역설했다면 다소 겪에 맞지 않는 표현일지라도 이해가 됐을지도 모른다.

일류 대학 일류 학과를 나오고 역대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거치고 현직에 있는 사람이 당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춘향전>에 대해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수준으로만 해석하고 비유하며 저속한 발언을 쏟아놓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다니....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를 따먹으려고 하는 이야기’가 주된게 아니다.

그리고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인문고전을 많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춘향전>의 원전을 구해 차근차근 읽어보며 다시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바이다. 역사적으로 볼때 수많은 천재와 위대한 인물들이 인문고전에 심취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고지순한 춘향이의 사랑이야기를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로 생각하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가벼움이란...(남원 광한루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