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는 맛

출산하러 가는 승용차 안, 차가 몹시 불안했다

윤태 2012. 7. 15. 10:40

 

2005년 7월 15일에 적은 메모일기 입니다. 출산 전 참으로 특별한 사건, 경험이 있었지요?

 

 

출산 하러 가는 길, 시동이 꺼질랑 말랑, 차가 말을 타기 시작했다

 

2005년 7월 15일, 새벽 6시 03분,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째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7년전 일이군요.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던가, 아내가 임신 5주때부터 태아일기를 쓰기 시작해서 서너살때까지는 거의 매을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

오늘 생일이라고 이것 해줘, 저것 해줘 하면서 조릅니다. 생일이니 뭐든지 하고 싶은대로 해야한다고 말이지요. 이에 대해 아내는 "너 낳느라고 엄마 힘들었고 아팠고 죽을뻔 했으니까 오늘은 엄마가 칭찬받고 위로 받아야 하는 날"이라며 아침부터 초등 1학년 아이와 언쟁을 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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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당시 기억이 슬그머니 찾아옵니다. 아내와 저는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었지요. 출산 예정일이 바로 다음 날이라 언제 힘을 써야 할지 몰라 우선 고기를 먹어둔 것입니다.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1시쯤부터 아내가 배가 아파오고 자궁 문도 어느 정도 열려 가는것이 출산에 임박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소지품 대충 챙겨가지고 차 시동을 거는데 어찌 불안불안했습니다. 시동이 시원스럽게 한번에 잘 걸리는게 아니라 힘겹게 시동이 걸리더군요.  

 

 

 

 

 

 

그 당시 중고 경차 구입해서 3년째 타고 다녔는데 계속해서 상태가 안 좋았거든요. 마음은 급하고 시동 스타트부터 불안하고, 그렇다고 그 새벽에 큰 길가로 걸어내려와 택시를 잡을 수도 없는 노릇, 천상 제 차로 가야만 했습니다.

 

큰 길가에서 신호 대기하고 있는데, 헉!! 시동이 꺼질랑 말랑, 차가 부르르 떨리기도 하고 영 불안한게 아니었습니다. 그 전에도 시동이 꺼져서 몇번 애먹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료, 전기장치 관련해 여러 부품들을 갈아냈는데도 그런 증상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출산하러 가는 날 차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제발 시동이라도 꺼지지 않고 일단 산부인과 까지는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신호대기 하다가 출발할때 차가 갑자기 빨리 갔다 천천히 갔다(일명 말탄다고 표현)하는 겁니다.

 

연료계통 문제인지, 전기장치 문제인지 모를 어떤 원인이 있었던 모양이지요. 긴급 자동차가 돼 신호 관계없이 산부인과까지 신속하게 달려야 할 상황에 이런 곤란한 일이 생겼던 겁니다. 불안 불안한 상태로 병원까지 가긴 했습니다.

 

지금에야 다 지난 일이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만약에 정말 시동이라도 꺼졌더라면....대로 한복판에 차를 내버려두고 택시를 이용해 갈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첫째아이 출산때 겪은 일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겁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과 삽결살, 그리고 불안불안한 차를 타고 병원까지 갔던 일...

 

 

태어난지 5~10초 사이에 촬영한 첫째 아이 모습..

 

 

 

 

 

탯줄 자르는거 거부하고 대신 카메라 잡았다..후회 안해

 

 

결혼 후 3년 만에 어렵게 가진 첫째 아이. 그렇게 병원에 도착하고 그날 새벽 6시 갓 넘어 큰 아이를 출산했는데요, 출산 했을 때 의사 선생님이 제게 가위를 주시더군요. 탯줄을 자르라고요. 하지만 저는 가위를 건네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되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을 사진으로 담을수가 없으니까요.

 

저는 과감히 탯줄을 포기하고 사진기를 선택했습니다. 태어나자 마자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태어난 후 깨끗이 씻기고 옷 입혀 침대 너머 투명한 유리창으로 보여주는 기념 사진보다는 아직 핏덩이가 더덕더덕 붙어있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싶었으니까요. 나중에 아이가 더 크면 분명히 느끼는 바가 더 있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탯줄을 자르지 않았다고해서 후회는 없습니다. 첫 아기에 대한 어떤 상징적인 의미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출산 전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한 아이인만큼 생생한 출산의 현장을 남기고 싶었던 것입니다. ^^

 

사진은 큰애가 태어난지 약 5~10초 후에 촬영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