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기

카카오스토리에서 푹 빠져 사나요?

윤태 2012. 7. 13. 13:45

 

카카오스토리가 25년전 친구들을 찾아주다

 

 

 

처음에는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사이트가 있어 친구나 스승님을 찾는데 참 유용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잊혀져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와 함께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있어서 친구들이나 혹은 헤어진 애인의 미니홈피를 살짝 들여다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명 ‘파도타기’를 통해 동창이나 지인의 근황을 알기도 했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카카오톡에서 나온 ‘카카오스토리’ 일명 ‘카스’라고 불리는 커뮤니티가 모바일 폰을 중심으로 많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글과 사진을 올리고 공개, 비공개 설정에 따라 친구들을 찾는데 효과가 있습니다.

 

▽▽▽ 손가락을 살짝 눌러 주시면 더 많은 분들에게 이 사연이 전해집니다

 

 

저도 요즘 이 카스라는 것에 한참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글이나 사진을 올리면 친구들이 댓글을 달고 계속 댓글이 이어지면서 어떤 글에는 700개가 넘는 친구들의 댓글들이 올라와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실로 대단한 양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어언 25년이 지났습니다. 25년 동안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친구들도 많습니다. 초등학교때의 모습만 간직한 채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왔습니다. 명절때 고향에 내려가도 같은 마을에 사는 어릴적 동무 몇 명정도나 얼굴 보는 정도이고 곧바로 도시로 올라오기 때문에 소식을 모르는 친구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카스를 통해 꽤 많은 초등, 중등 친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카스를 시작한한달 전, 처음에는 딱 한명의 친구와 친구맺기를 통해 소통했는데 곧바로 여러 친구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웬만한 초등 동창들은 다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25년 동안 서로 왕래가 없었으니 그럴만 하지요. 카스에 올려진 지금의 친구들 사진을 보면서 어릴적 모습 그대로 간직한 친구도 있고, 몰라보게 달라진 친구들도 있습니다.

 

여자 아이, 남자 아이 할 것 없이 25년전 추억을 곱씹으며 모바일 공간에서 그 우정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블로그에 올린 사슴벌레 잡은 이야기도 초등 동창들과 카스에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고향 풍경 실시간으로 찍어 올리는 고향 친구들..이렇게 정겨울수가..

 

아직도 시골 고향마을에 남아 있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고향에 자주 내려가지 못하는 만큼 고향마을 논과 밭 풍경, 어머니, 아버지 모습들이 카스를 통해 올라오기도 합니다. 친구의 어머니, 아버지이지만 어찌나 반가운지요. 이제는 연로하신 친구들의 부모님, 고향 마을 분들이니 제게는 아주머니, 아저씨이지만 시골에서는 뭐 그렇습니까? 친구의 부모님이라면 모두 ‘아부지, 어머이’ 인셈이지요.

 

 

몇일전에 시골에 있는 초등학교 여자 동창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시골 우리 집 풍경 좀 찍어서 카스에 올려달라구요. 무더위가 한창이던 그때, 시내와 시골집을 오가며 일을 하던 그 친구가 저희집 풍경을 찍어 사진을 올렸습니다.

 

저도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고 있는 시골집 대문 앞의 자두나무와 튼실한 그 열매, 외양간을 열심히 지키고 있는 강아지, 말라버린 밭에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리고 계신 아버지 모습, 밭에 무엇인가를 심으려고 로터리(아래 경운기로 흙 잘게 부수는 작업-사진)를 하고 계신 아버지 모습 등.

 

카스를 통해 시골 풍경을 실시간으로 보고 또 부모님께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 알게 된 그날 저녁 시골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오늘 엄청 더웠는데, 어떻게 달래는 다 심으셨나요?”

“잉? 달래 심은 건 어찌 아냐?”

“초등 동창 성자가 지나다가 일하는 모습이랑, 우리집 찍어서 보내줬어.”

 

카스에 대해 알 리가 없는 부모님은 제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는 무척 신기해하셨습니다. 참 편한 세상, 좋은 세상이라고 하시면서요.

 

동창들의 소식은 계속 올라옵니다. 그들의 일터, 가정, 그리고 논과 밭에서 일하는 모습이 그리운 고향마을의 전경과 함께 올라옵니다. 도시에 있는 저는 새벽 6시, 자연환경이 잘 어우러진 산, 공원에 오르며 일출이나 숲속의 멋진 풍경들을 친구들에게 보여줍니다.

 

하루 종일 먼지와 찜통속인 지하 신축 현장에서 지게차 운전을 하는 친구는 지하라 무선 네트워크가 되지 않아 카스를 못하다가 점심때 지상으로 나오면 잠깐 안부를 전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힘들게 일하는 친구에게는 멀리서나마 격려와 위로, 공감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힘이 돼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된 일이 끝나면 이 친구는 목에 낀 먼지와 피로를 풀기 위해 삼겹살이나 얼큰한 찌개,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카스에 담아 올립니다. 몸은 비록 멀리 있고 같은 술잔을 부딪치고 있진 않지만 카스 속에서 실시간으로 사진과 글들을 공유하다보면 동창 모두 오프라인에서 한자리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입니다.

 

전체공개, 친구공개 등 공개 설정에 따라 사생활이 너무 노출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나 불편보다는 유익한 점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오랜 친구들과 격 없이, 어느 때나 소통하고, 서먹서먹하기까지 했던 친구들을 단 몇일만에 가깝게 만들어 준 것인만큼 긍정적인 면을 더 보게 되더군요.

 

이번 휴가때 고향에 가면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초등 동창들을 부담없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