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기

택배에 실려 도시로 온 달팽이, 녀석의 운명은?

윤태 2010. 7. 2. 14:19

어렵게 우리집까지 찾아온 녀석, 이름을 무엇으로 지어줄까요?


시골서 받은 상추, 야채 택배, 그 속에 녀석이 살아있을 줄이야...

20일 전에 시골 고향집에서 상추, 야채 등을 택배로 보내주신적이 있습니다. 아주 무더운날에 택배를 보내주신 건데요. 보내온 상추 씻어서 삼겹살 싸먹으려고 준비하는데 달팽이 한녀석이 숨어 있지 뭡니까. 참 재주도 용합니다. 꽁꽁 묶인 택배 상자 그 속에서 이틀동안이나 살아있었다니...

본격적으로 녀석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6살, 세살 아이들은 눈 뜨자마자 달팽이 잘 있는지 서로 보려고 야단입니다. 아이들 눈에는 마냥 신기할 따름이죠. 장난으로 더듬이를 만져 보기도 하구요.

그렇게 한 열흘정도 지난 후에 아내가 근심어린 얼굴로 말합니다.

“달팽이가 점점 더 크는데 등껍질 더 큰 게 필요하지 않을까?”
“왜? 큰 집으로 이사해주게? 전세로 할래? 월세로 할래?”

아내와 저는 둘이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정말로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달팽이 몸집은 크는데 집이 너무 작다는 겁니다. 제대로 자라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는거지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해줬습니다.

“저 달팽이는 원래 등껍질이 있는 놈이야”

그랬더니 아내가 저를 보더니 씨익 웃습니다. 재밌는 농담을 들었거나 제가 한 말에 절대 속지 않을 거라는 의미지요. 그래서 다시 한번 등껍질이 붙어 있는 녀석이라고 하니까 이번에는 진지하게 다시 듣는 겁니다.

“요놈은 등껍질이 없는 놈은 민달팽이야”

그제야 아내는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시골살이를 안 해본 아내는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죠. 소라껍질 쓰고 다니는 게처럼 생각했던 겁니다. 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아내는

“아, 맞아 맞아, 내가 착각하고 있었네...” 하는 겁니다.

시골에서 택배에 실려 온 녀석이라 그런지 애착이 많이 갑니다. 이렇게 작은 녀석에게 정이 들어보긴 처음입니다. 아무탈 없이 쑥쑥 자라줘야 할텐데 언제까지 우리 식구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그나저나 한 녀석을 더 데리고 와야 알도 낳고 새끼들도 볼수 있을텐데요. 달팽이는 암수 구분이 없어 두 마리 같이 있으면 교미해서 번식을 한다고 합니다 ^^

멋드러지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우리집 달팽이 ^^ 매우 귀엽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