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교사의 학습일기

행방불명된 박지수에게 전화했는데 김지수가 받은 사연

윤태 2010. 10. 8. 07:30



수업하러 갔는데 아이가 행방불명됐다

이번 화요일 오후 어린이집으로 독서토론 모둠 수업을 하러 갔습니다. 2학년 여자아이 모둠 수업인데 이 어머님이 어린이집 원장님이십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 어머님의 일터인 어린이집에서 장소를 제공받아 독서토론 모둠 수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님 왈

“선생님 지수가 행방불명됐어요. 집에도 없고 학원에도 없고 전화는 안받고요...”

허걱!!  행방불명!!!

하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지수라는 이 친구가 원래 혼자서도 이곳저곳 잘 다니고 워낙 똘망똘망한 친구이기 때문이죠. 어떤 사정으로 이 수업에 잠깐 늦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님도 크게 당황하시거나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예?” “제가 전화 해볼게요. 혹시 어머님 전화 안받는것일수도 있으니까요.”

지수 어머님이 제 앞에 계신 상태에서

‘지수’ 검색 후 통화 버튼!!!

신호음이 울리고...한번 두 번 세 번....그런데 의외로 아주 쉽게 지수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수야, 어디니?, 왜 안오니?”
“비** 학원이요.”
“언제 끝나니?”
“15분 정도 돼야 끝나요.”
“아, 보충하는구나, 알았어, 천천히 하고 있을테니 오너라.”

이 와중에 어머님께서는 지수 통화 되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런데 지수는 비** 학원이 아니고 오** 영어 학원인데....그 지수가 박지수 맞냐고 물으시는 어머니....급기야 제 전화를 받으셔서 “너 박지수 맞니?” 물으셨는데 알고보니....

그 아이는 ‘김지수’ 였습니다. 
허걱!!
여자 아이들 목소리도 거기서 거기...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니까 박지수인지 김지수인지 정확히 모르겠구요. (아, 이래서 보이스 피싱 등에서 지인들 목소리 구분 못하고 당하나 봅니다...)

휴대폰 전화번호에서 지수로 다시 검색하니

김지수꺼
박지수꺼
허지수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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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꺼'로 검색하니 이렇게 세명의 회원이 나왔습니다. 이걸 생각 못했습니다.


이렇게 세 명이 나오는 겁니다. 전부다 회원이죠. 기억, 니은 순서로 검색하다보니 김지수가 가장 먼저 걸린 셈이고 저는 별 생각 없이 급한 김에 지수 버튼을 누른 것이 그만 엉뚱한 지수에게 걸리고 만 것입니다.

여하튼 아이가 ‘행방불명’됐다는데 어머님은 먼저 수업하라 하시고...어디로 찾아나설수도 없고...그래서 수업 중간중간에 살짝 전화 여러번해서 결국 수업 시작 30분 만에 통화가 되긴 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못 들었지만 휴대폰을 집에 놓고 어디 잠깐 나갔다가 여차저차해서 연락이 잠깐 안 된 모양입니다.

좀 아찔하면서도 당황스럽고 또 웃기기 까지 한 경험이었습니다. ^^

같은 이름때문에 전화하다 생긴 재밌는 해프닝이기도 하죠 ^^

수업중에도 박지수에게 계속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김지수에게는 다시 전화를 걸어 여차저차...설명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