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조각 모음

헛구역질 이야기하니 임신했냐고 묻는 의사 ‘당황’

윤태 2010. 8. 22. 08:03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무엇보다 친밀감을 형성해 믿고 따르며 치료받아야하는데 대형병원에선 그게 좀 힘들죠.


지난 수요일 새벽 아내가 심한 통증을 호소해 근처 종합 병원 응급실을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방사선 촬영에서 약간의 폐렴기가 보였고 백혈구 수치도 올라가 있는 상태며 면역력이 약화돼 있다는 소견을 듣고 이틀치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자세한건 토요일에 내원해 내과 과장님과 이야기 나눠보라고 당시 응급실 의사들이 알려주었습니다. 입원하면 좋겠지만 여건이 되질 않아 다시 찾기로 한 것이죠.

토요일, 그러니까 어제 오전이네요. 담당 과장님을 찾아 진료를 받았는데 가슴사진을 한번 더 찍어보자고 하더군요. 폐렴기가 어느정도 호전이 됐는지 보자고 말이죠. 얼른 찍고 다시오라구요. 방사선 찍으려면 원무과에 접수해야하는데 또 기다리게 되죠.

진료중에 방사선을 찍고오면 통상 바로 검사 결과를 보며 다른 환자들보다 먼저 후속진료를 해주는 편인데 그날은 어째 좀 기다려야 했습니다. 다른 환자들이 먼저 들어가더군요. 시간이 좀 많이 지나 “방사선 찍고 오면 바로 진료된다고 하지 않았나요?” 물어보니 선생님이 회진 올라가셨다고 합니다.

환자 : 왜 헛구역질이 나죠? (X레이 사진보며 폐렴과의 연관성 물음)
의사 : 혹시 임신하신거 아닌가요? (저와 아내가 급당황)

그렇게 시간은 지루하게 흘러갔습니다. 한참을 기다려서 방사선 검사 결과를 보게 됐습니다. 폐렴기는 많이 좋아져 있었습니다. 별다른게 없다며 약을 5일치 처방해준다고 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들어갔는데 1~2분 만에 끝나니 허무하기도 했죠.

게다가 아내는 자꾸 헛구역질이 나고 목이 뭔가 걸린 듯 하여 켁켁 거리기도 하고 종종 기침이 나는 것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데 왜 헛구역질이 나오는거지요?”
“혹시 임신 하셨나요?”
“아뇨, 생리 시작했는데요.”

이때는 좀 당황했습니다. 헛구역질이 이번 응급실을 찾은 것, 이 질병이나 증상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물어본것인데 뜬근없이 “임신했냐?”고 물으니 당연히 당황스럽죠. 만약 조금이라도 임신할 일이 최근에 있었더라면 응급실을 찾기 전부터 임신 테스트를 했거나 의사가 묻기도 전에 가장 먼저 의사에게 미리 말했을 겁니다. 약을 써야하는 일인데 당연한 것이지요.

진료실에서 저는 먼저 나오고 아내는 나오려다 말고 약 1~2분에 걸쳐 추가로 뭔가 질문을 하고 있었습니다. 진료실에서 나오는 아내를 보니 고개를 갸윳갸웃하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내는 어떤 이유들로 가슴 통증이 올 수 있는지, 난데없이 왜 폐렴이 온 것인지...등등을 물었다고 합니다. 의사선생님은 기침을 많이 하면 폐렴이 올수 있다고 했고 아내는 지난 수요일 가슴, 갈비뼈 통증으로 응급실에 올때까지 기침을 없었다고 이야기 했답니다. 그러니까 의사는 별다른 말을 못하고 있었답니다.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고 이렇게 뭉뚱그려서 대답을 해 준 모양입니다.

-“다음 사람! 기계적인 진료 그러나 환자와 친밀감 쌓아야

한때 제가 몸이 너무 안좋아 일상생활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며 종합병원, 대학병원, 한방협진병원, 동네 병원 등등 안다녀 본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돈만 잔뜩 깨지고 몸은 몸대로 피페해져갔습니다. 그중에서 저를 가장 크게 괴롭힌게 내시경이었습니다. 늘 배가 더부룩하고 조그만 먹어도 포만감, 불쾌감이 몰려왔죠. 대학병원, 종합병원 등을 전전긍긍하며 내시경을 했지만 누구나 다 있는 위염 정도 진단밖에 나오지 않았죠.

그러다가 어느 작은 내과에서 내시경을 하게 됐는데 그 의사분은 참 특이했습니다. 진료나 치료외에 개인적인 일, 가족이야기 등을 많이 했습니다. 다음번에 진료를 가면 아이들 이름까지 기억하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기억해 환자의 기분을 잘 맞춰주었습니다. 신뢰감과 친밀감이 형성됐고 3개월 동안 처방해준 약 먹고 그 후 불편한 속이 깨끗해졌습니다.

사실 종합,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에서는 의사와의 친밀감 즉 ‘레포’형성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기계적으로 짧은 시간에 진료하고 ‘다음 사람!’ 뭐 이런 식으로 ‘자동화’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의사와 환자 사이에 형성돼야 할 친밀감을 쌓을 기회가 없습니다. 진료나 치료의 첫걸음 중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긴 하죠.

하지만 내원 환자를 대할 때 최대한 성의를 갖고 진료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늘 환자는 급하고 심각하며 걱정돼서 이런 저런 궁금한 것이나 각종 증상들을 다 이야기하고 싶어하는데 의사 입장에선 ‘빨리 빨리, 다음 사람’ 이런 것이 좀 강한 듯 싶습니다.

“이러이러한 증상은 이 질병과 이런 이런 관계에 있으므로 이런 증상이 나타날수도 있고 또 다른 이러저러한 원인에 의해 이렇게 될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그 질병 혹은 증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어제 아내의 진료는 “그럴수도 있고 안그럴수도 있다”는 식의 너무 형식적이고 뭉뚱한 대답이기에 아내의 고개가 더욱더 갸우뚱 거렸던 것입니다.

종합병원은 늘 이렇게 줄을 섭니다. 반면 진료는 너무 간단하게 끝나 아쉽지만요. 환자들 입장에선 늘 아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