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조각 모음

화장실서 일보는 사람한테 누구냐 물어볼수도 없고...

윤태 2010. 9. 25. 11:47


문은 열어줬는데 올라가니 사람이없다?


저는 독서토론 지도하는 가정 방문교사입니다 ^&^

지난 9월 중순 어느날

수업 들어가기 위해 아파트 세대를 호출했습니다. 별다른 말소리 없이 “띠리릭”하고 출입문이 열렸습니다. 아이 집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9층이니까 금세 올라갑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보니 그 아이 집 문이 반쯤 열려 있습니다. 현관에 발을 내딛기 직전 응당 그러하듯

“XX아,”

부릅니다. 아무도 대답을 안 합니다. 못 들었나 싶어 더 세게 불러봅니다

“XX아,”

역시 대답이 없습니다. 어머니도 회원 아이도 대답이 없습니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늘 계시는 엄마인데 왜 오늘은 대답이 없으신 거지?? 문까지 열어두고...

"XX아, "
"XX아,"
"XX아,"
"XX아,"


결국 현관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여섯 번쯤 불렀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일입니다. 분명히 집안에서 출입문을 열어줬고 30초 안에 저는 집에 올라왔습니다. 밖으로 나가시는 것도 못 보았으니 분명히 어머니든 아이든 집에 있을 일인데 아무리 크게 불러도 쥐죽은 듯 고요하니, 이것이야 말로 미스테리지 않습니까. 누군가 화장실에 있더라도 여러번 불렀으면 알아들었을 텐데요.

그렇다고 아무도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집에 들어가 있을 수도 없고..

이제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여덟 번째 불렀습니다.

“XX아”

“네~~”

화장실서 들려오는 모기소리 "네~"  누구일까?

바로 그때 현관 입구에 있는 화장실에서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워낙 작고 짧게 즉 순식간에 들린 모기 목소리였기에 그것이 어머니인지 아이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말이죠.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아, 거기 계신가요?” 라고 되묻기도 참 거시기합니다. 지금까지 계속 대답을 안 하고 있었던 걸로 봐서는 현관 입구 화장실에서 아이이던 어머님이던 큰 일(?)을 보고 계신 거라 짐작 혹은 유추할 수 있는 있는데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그 대상이 어머니라면 좀 그렇지 않습니까? 또 늘 댁에 계시는 어머님이라 당연히 어머님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아, 어머님 거기 계신가요?”
“끄응~~ 네 선생님, 화장실 있습니다, 끄응~~”

이거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ㅎㅎㅎ

다시 되물을 수도 없고 집안으로 들어갈수도 없고... 대답 후엔 여전히 쥐죽은 듯 조용한 가운데 현관문 부여잡고 저는 ‘멍때리는 중’

독자 여러분들은 그 이후 제가 어떻게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도대체 화장실에는 누가 있었던(혹은 계셨던) 걸까요?  ^^



이렇게 기본적으로 문을 두둘기고 들어가야 합니다 ^^ (예전에 찍어놓은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