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야기

14평에서 17평으로 이사해보니.. "삶의 질이 이렇게 달라지네요"

윤태 2009. 3. 25. 08:00

거실이 넓어지면서 벽면도 넓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걸지 못한 액자와 사진들을 모두 걸어둘수 있게 됐습니다.



며칠전 성남에 신접살림을 차린 지 8년 만에 네 번째 이사를 했습니다. 2년에 한 번씩 전세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같은 동네 혹은 길 건너 옆 동네로 이사를 다녔습니다. 이번 네 번째 이사는 같은 빌라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간 것인데 이사비용, 부동산 중개 수수료, 짐 정리 등 비용과 뒷일 많은 것은 차이가 없습니다. 2층에서 3층으로 이사한다니까 지인들은 "장난하냐?"고 했지만 사실 '장난'은 아닙니다.

이번에 이사한 3층은 기존 14평보다 약 3평정도 넓습니다. 전세 보증금은 더 싼데 집은 조금 넓어졌습니다. 나중에 보증금 돌려줄 때 어려움 있을 수 있다며 집주인이 좀 낮게 집을 내놓았는데 마침 운 때가 잘 맞아 저희가 올라가게 된 겁니다. 물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반적으로 전세가격이 하락한 요인도 있지만요.
 
이사한 3층에는 화장실도 두 개입니다. 안방에 딸린 화장실은 달랑 변기 하나에 수도꼭지 붙어 있는 감옥의 독방 수준이지만요. 얼마나 좁은지 변기에 앉아 있으면 답답해집니다. 급할 땐 요긴하게 쓰일 것 같습니다. 대신 거실이 좀 넓어지고 같이 사는 처제 방이 많이 넓어졌습니다. 처제방은 세간으로 가득 차 누우면 몸을 못 뒤척일 정도였으니까요.  

세간살이에 치여 발디딜 틈 없었던 13평 빌라
14평, 다섯식구 살기엔 화장실 등 여러모로 불편

 
그동안 집이 좁아서 불편했던 점은 많습니다. 아이들은 자꾸 커 가는데 집이 좁으니 아이들이 좁은 거실에 자꾸 앉아있게 되더군요. 아이들의 심리가 그런 것 같습니다. 넓은 데서는 활기차게 뛰어노는데 협소한 공간에서는 마음이 움츠러드는 탓인지 활동적이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가구 활용 못 하는 것도 안타까웠습니다. 식탁은 한쪽에 처박아놓고 그 위에 짐만 잔뜩 올려놨었습니다. 그 식탁이 TV 받침대 위 오디오를 막아놓아 음악 한번 들으려면 식탁 밑으로 기어들어가 작동을 해야 했습니다. 물론 박아놓은 식탁 밑에는 아이들 장난감과 기타 물건이 가득해 그것들을 뚫고 오디오를 작동해야하는 상황이니 그게 활용이 잘 됐겠습니까? 제가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아이들 동요도 들려주고 싶은데 거의 그러질 못했습니다.

거실과 방마다 늘 짐이 가득했습니다. 거의 사용도 하지 않는 것들인데 이사 때마다 끌고 다녔던 짐들이죠. 고장 나거나 못쓰는 물건은 아니라 그냥 버리기엔 아깝고 갖고 있으면 짐 되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것들입니다. 이 문제로 아내와 많이 다퉜습니다. 저는 버리라 하고 아내는 쓸모가 있다며 가져가야 한다고 말이죠. 결국 2년 전 이사 때 잘 싸서 가져온 것을 이번에 풀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옮겨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이사하면서 화장실과 주방에 우선을 뒀고 저는 일명 '거실 제일주의'입니다. 어차피 방에서는 잠만 자고 생활은 주로 거실에서 하니까요. 아내 입장에서는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당연히 주방에 우선 점을 두는 것이구요. 아내는 주방일 안하고 넓은 거실 소파에 앉아 TV나 봤으면 좋겠다며 주방의 중요성,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거실에 이런저런 살림살이가 많이 나오게 되면 여유 있는 거실생활을 못하는 겁니다. 주방도 마찬가지구요. 좀더 넓은 집으로 이사했지만 가구나 살림살이가 많아지면 넓은 집으로 이사한 의미가 없어집니다. 방이며 거실이며 주방 할 것 없이 살림살이로 가득한 집은 정신이 없고 마음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활기차게 활동해야할 아이들에게도 많은 제한이 따르게 되구요.

17평 빌라 제겐 "궁전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아내가 저를 배려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냉장고를 방 안에 들여놓은 것입니다. 냉장고가 방 안에 들어감으로써 주방 그 자리에 식탁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거실에 식탁을 놓지 않아도 돼 비교적 여유 있게 거실을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식사 때마다 아내는 매우 불편해졌습니다. 방안까지 들어가 반찬과 음식재료를 가져와야하기 때문입니다. 전에는 손만 뻗으면 바로 냉장고를 활용했지만 지금은 무척 불편해졌습니다.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거실을 넓게 쓸 수 있게 배려해준 아내가 무척이나 고맙습니다. 아내가 거실 소파에 앉아 여유있게 뭔가를 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죠.

저는 요즘 비교적 널찍한 거실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으면 머릿 속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아래층에 있을 때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주변에 가득하게 쌓여있어 도무지 집중이 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굳이 사무실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날에 책을 읽기 위해 일부러 사무실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큰아이 어린이집 보내놓고 둘째 녀석 낮잠 자면 깔끔한 환경에서 독서와 수업에 대한 연구활동을 한답니다.

이는 어느 정도 넓은 평수의 집에서는 당연히 이루어지는 공간적인 생활이지만 식구는 많고 협소한 거주공간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어느 평수의 집에서 사느냐에 따라 이번 저희집 이사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많이 다를 듯 합니다.

14평에서 17평으로 옮긴 소감은 한마디로

“궁전입니다”
 

아늑한 분위기의 거실 모습입니다.


아내의 크나큰 배려로 냉장고를 방안에 들여놓음으로써 거실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