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가르치고

3차 관문 통과해야 입학하는 중학교

윤태 2008. 10. 14. 10:29


왕따 아닌 상호 협력, 존중 우선 인성교육, 후에 학습 중시

왕따 문제에서 출발해 특별한 교육을 위해 공부 매우 잘하는 딸을 굳이 대안중학교에 입학시키기로 결정한 부모님. 지금 아이와 부모님은 어떻게 됐을까요? 그 친구 어머니께 현재 진행상황을 좀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그 대안중학교는 그냥 신청서만 낸다고 다 들어가는게 아니었습니다. 1차 서류, 2차 캠프 심층 면접, 3차 아이와 학부모 교사간 3자 인터뷰 라는 관문이 있었습니다. 마치 대기업 들어가는 것과 흡사합니다.

1차 서류는 무난히 합격했고 지난 주에 캠프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같이 입학하게 될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말이죠. 2박3일 동안의 캠프에서 이 아이가 과연 공동체 생활에 문제가 없는지 혹은 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문제가 없는지 등을 본다고 합니다. 요약하면 공동체 생활이 무난한 성격인지 혹은 어떤 면에서 애로사항이 있는지를 교사들이 철저히 분석하고 아이의 인성을 파악했다고 합니다. 왕따 문제는 발생할수가 없겠죠? 오히려 서로 돕는 마음이 더욱 강해진다면 몰라도...

이번 캠프에서 처음에는 장애인 친구들이 이상하고 불편한 마음도 들었지만 2박 3일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불편해 보일 뿐 실제로는 보통의 아이들과 다를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왔다고 합니다. 딸 아이가 이번 캠프를 무척 행복해했다는 것이죠.

이제 3차 관문만이 남았습니다. 아이와 학부모, 교사간의 3자 인터뷰에 통과해야만 이 대안학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가 볼 땐 별 문제 없어 보입니다.



지난주 2박 3일 캠프를 통해 장애인 친구들도 보통과 똑같이 중요하고 존중받아야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왔습니다. 학교에서도 졸업할때까지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바른 인성을 키워갈 것이라 믿습니다.


엄마, 아빠 적극 참여, 한달에 두번 학교서 교육 받아야...
서류 전형에서 엄마 아빠 교육 이론서 읽고 각각 독후감 써야
방과후 모든 학원, 방문학습 금지, 교사와 아이와 학부모 모두 교육 참여

그런데 참 재미난게 있습니다. 1차 서류 준비과정에서 이 엄마 아빠가 두꺼운 교육 관련 이론서를 각각 읽고 적잖은 분량으로 자녀에 대한 교육관이 드러나게 독후감 형식으로 과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독후감이 서류 전형 당락의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죠.  이공계 전공인 이 아이 아빠 며칠만에 완성하고 나서 “아, 글쓰는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체질에 안맞는다.”고 했다고 어머니께서 그러시네요 ^^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한달에 두 번 엄마 아빠가 이 학교에 가서 의무적으로 일정 시간의 교육을 받아야합니다. 일반 학교처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교사들의 손에 맡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학교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스템이더군요.

아이들의 학교 생활은 어떨까요? 원글에서 말씀드렸듯이 경쟁구도의 학습이 아닙니다. 서로 돕고 힘들어하는 친구는 끌어줘야 하는 상호 협동적 시스템입니다. 이 학교 아이들은 방과후 절대 학원에 갈 수 없습니다. 심지어 방문 학습도 허용이 안됩니다. 이를 어길 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신 수업시간이 일반 학교에 비해 길고 방과 후 학교 자체에서 별도로 학습하는게 있다고 합니다. 경쟁을 목적으로 공부할 친구라면 학원으로 가겠지만 이 대안학교는 경쟁을 안하고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교육을 지양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주 많은데요 주로 다양한 위인들이 갖는 직업군이 나온 책을 읽어야한다고 하네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역할 행동’을 학습하는 거라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여러 위인들의 다양한 직업군을 접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라는 것이죠.

한 학년 올라갈때마다 20페이지 분량의 에세이 써야

어머니 말씀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한 학년이 올라갈때마다 모든 학생들이 A4 용지 약 20페이지 분량으로 ‘에세이’를 써야한다는 겁니다. 고학년일수록 그 분량은 늘어나겠지요. 한 두장 쓰기도 결코 쉽지 않은데 스무장이나 쓰라니...

독후감이나 일기를 쓰라는게 아니고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고 목적의식을 갖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기 위한 일환으로 그 에세이를 쓰게한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공교육하고는 많이 다르네요.

무엇보다 학부모가 학교에 적극 참여해야하고 아이들과 함께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아이, 교사, 부모가 함께 해 나가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저는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 학교는 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